[기독일보 박용국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이홍정 목사, NCCK)가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있었던 남·북·미 세 정상의 만남을 환영하며 성명서 “평화 공존의 새 날을 준비하자”를 발표했다.
성명을 통해 NCCK는 “제3차 판문점 북미정상회담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향해 가는 길에 거쳐야 할 관문”이었다고 평가하고, “한반도평화공존체제 구축을 위해 남한과 한반도 주변 4대 강대국들이 우선북한이 체제안정을 통해 평화롭게 발전해 갈 수 있도록 북한의 보편적 권리를 존중할 것을 요청”했다. 더불어 “평화는 이 땅에 살아가는 각 개인들에게 너무나 소중한 것이기에” 모든 시민이 세계시민적 자각 속에서 평화의 날을 준비해 나가자고 했다. 다음은 NCCK 성명 전문이다.
"평화공존의 새 날을 준비하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이번 남·북·미 정상들의 판문점 만남을 적극적으로 환영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제3차 판문점 북미정상회담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향해 가는 길에 거쳐야 할 관문이었다. 이번 회담은 남북간 군사합의의 이행으로 이루어진 판문점의 비군사화라는 현실적 환경을 토대로, 문재인 대통령의 자주적 중재와 북미 정상들의 책임적 응답으로 이루어졌다. 이번 만남은 지난해 4월 남북정상의 판문점 회담에 이어 다시 한번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을 평화의 상징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사실상 분단냉전체제인 판문점체제를 한반도평화공존체제로 재구성해나가겠다는 세 정상들의 내면적 결단의 열매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한반도평화공존체제 구축을 위해 남한과 한반도 주변 4대 강대국들이 우선북한이 체제안정을 통해 평화롭게 발전해 갈 수 있도록 북한의 보편적 권리를 존중할 것을 요청한다.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는 분단된 한반도를 통해 자신의 유익을 추구하던 냉전시대의 반평화적 현실정치의 길에서 돌이켜 한반도 평화를 통해 공동번영을 추구하는 평화외교정치의 길로 전환하기 바란다. 남북간 군사합의가 전면적으로 이행되는 가운데 한국전쟁의 당사국들은 즉각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체제에서 평화공존체제로 이행하는 과정을 추진하기 바란다. 남과 북은 주변 4대 강대국들과 자주적 평화관계를 수립하면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공존체제를 선도적으로 구축해 나가기 바란다.
우리는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평화공존체제를 구축하는 과정 그 자체가 비핵지대화를 이루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한반도에 평화공존체제를 확립하는 것을 우선적 목표로 포괄적 합의를 이루어 내고, 동시적 병행적 상호주의에 입각하여 단계적 실행을 통한 북한 비핵화를 추진해야 한다. 북한 비핵화는 일종의 군축행위로 하나의 수단이지 그것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 북한 비핵화를 경제제재해제와 평화환경구축의 절대조건으로 내세울 때 형성되는 반평화적 위기상황이 예방적 혹은 선제적 공격으로 촉발된다면 한반도는 회복불능의 전면적 파괴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북미 당국자들은 실무협상을 통해 북미수교를 포함한 한반도평화공존체제 구축 방안을 모색하고, 남북 당국자들은 이와 연동하면서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의 현실화를 실천하기 바란다. 이 과정에서 종교·시민사회는 아래로부터의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평화과정을 전개하면서, 남북교류 협력과 세계종교·시민사회와의 수평적 평화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냉전체제 아래 적대적 공생관계를 재생산하며 강화된 국가안보체제가 오히려 국가폭력을 정당화하며 시민들의 생명의 안보를 지켜주지 못했던 뼈아픈 현실을 경험하였다. 1984년 이후 우리는 한반도에서 실질적 평화를 이루기 위해 남과 북의 경계를 넘어 조선그리스도교련맹과의 만남을 통해 우정을 쌓으며 공동의 평화행동을 실천해 왔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정치와 이념보다는 평화를 만드는 책임 있는 행동이 더욱 소중하다는 것을 배웠다. 평화에 이르는 길은 일직선의 대로가 아니요, 상호신뢰를 하나하나 축적해나가며 비로소 새롭게 만들어가는 좁은 길이다. 이 길은 분단의 상징들을 평화의 상징들로 전환해 나가면서, 분단의 상처에서 평화의 새싹이 움터 끝내 치유와 화해의 열매를 맺도록 실천을 통해 열어가는 길이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자주성을 결여한 굴욕적 외교로 폄하하며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남·북·미 세 정상들의 판문점 만남을 통해 오히려 확인된 것은 북미간의 이견은 비핵화에 대한 실무적 차원이었고, 남·북·미는 물론 모든 세계인들은 한반도의 실질적 평화를 지지한다는 사실이다. 평화는 결코 총구에서 나오지 않는다. 평화는 이웃을 대상화하고 타자화하고 이방인화하고 원수화하는 적대적 냉전관계를 통해서 유지될 수 없다. 평화는 이 땅에 살아가는 각 개인들에게 너무나 소중한 것이기에 이것을 대통령과 정치인들과 장군들에게만 맡길 수 없다. 평화에 대한 세계시민적 자각은 우리로 하여금 평화의 날이 도둑처럼 덮치지 않도록 빛 속에서 살아가며 그 날을 준비하게 한다. 이제 우리는 판문점에서 백악관으로 이어질 시간의 흐름 속에서 평화공존의 새 날을 맞이하기 위해 세계종교·시민사회와 함께 있는 힘을 다해 준비할 것이다.
“그러나 교우 여러분, 여러분은 암흑 속에서 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여러분에게는 그 날이 도둑처럼 덮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데살로니가전서 5장 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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