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선 법원에서는 소위 종교적 신념에 의한,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에 대하여, 거의 ‘묻지 마, 무죄판결’을 내리고 있다.
지난 해 11월 대법원(대법원장 김명수)이 ‘진정한 양심에 의한 병역거부는 무죄’라고 판단하면서 그 이후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 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 재판에 계류 중인 사건은 약 930건이었는데, 최근까지 1심과 2심에서 135건에 대한 판결이 한결같이 ‘무죄’ 판결로 나왔다.
그 같은 결정은 두 가지 이유 중에 하나일 것이다. 하나는 병역을 거부한 사람들은 법관들이 볼 때에도 진정으로 현저하게 양심에 의하여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거부한 것이든지, 아니면 이미 대법원에서 소위 ‘양심에 의한 것’은 무죄라는 판결이 난 것이니, 따지지도 말고 볼 것도 없이 무죄를 선고하자는 법관들의 동맹이든지.
그런데 판결의 이유를 살펴보면,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하게 있어 보인다. 지난 해 대법원은 비록 판결은 그렇게 했지만, 거기에는 합당해야 할 이유 10여 가지를 덧붙였다.
이를 살펴보면, 종교의 구체적인 교리가 그러한지? 교리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명하는지? 신도들이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있는지? 종교가 피고인을 정식 신도로 인정하는지? 피고인이 교리를 숙지하고 철저히 따르고 있는지? 피고인이 주장하는 병역 거부가 교리에 따른 것인지? 피고인이 종교를 신봉하게 된 동기와 경위는? 개종했다면 그 경위와 이유는? 피고인의 신앙 기간과 실제 종교적 활동은? 피고인의 가정환경, 성장 과정, 학교생활, 사회 경험 등 전반적 삶의 모습은 어떠한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기준들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과 확인은 하고 있는 것인가? 그러나 언론에 보도된 바에 의하면, 느슨하게 적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게 한다. 우리 국민은 누구나 국민의 4대 의무를 지켜야 하는데, 그 중에 하나는 ‘국방의 의무’이다.
그런데 특정 종교인들은 자신들은 병역의무 거부를 ‘양심적 병역거부’라고 주장한다. ‘양심’이란 말을 사용하고 있기에, 더욱 철저하고 분명한 기준에 의하여 판결해야만 전 국민에 대한 형평성이 맞는 것이다. 만약 특정 종교를 이용한 병역거부라면 이는 엄격히 처리되어야 한다.
그런데 법원은 입영 직전에 입교하거나, 병무청 주관의 대체복무방식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사람에게도 무죄 판결을 내렸다고 한다. 이는 군복무를 통해 나라에 충성하고 헌신한 국민들에게 ‘비양심의 굴레’를 씌운, 억울함에 대하여 비웃는 행위가 되고 마는 것이다.
‘양심’은 하나님께서 내려 주신 본초적 마음이다. 따라서 양심보다 도덕이 앞설 수 없고, 도덕보다 법이 앞설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양심이라는 언어를 방패삼아 법을 어기게 된다면 이보다 나쁜 불법이 어디 있으며, 이는 양심을 속이는 행위가 되는 것이다.
법은 사회정의를 구현해야 한다. 그런데 양심이라는 핑계로 정의마저 무력화 한다면, 양심이라는 수단으로 제2, 제3의 사회정의 파괴행위가 나타날 것이라고 보여, 매우 우려한다.
이번에 무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 가운데에는 무기류를 가지고 사람을 죽이는 전투 장면을 하는 인터넷 게임을 했다고 한다. 아무리 ‘가상공간’이라고 하여도, 무기를 들고 타인을 살상하는 장면은 그들이 소위 말하는 ‘집총거부’의 이유로 삼는 ‘살의’(殺意)와는 무관한 것인가?
게임은 괜찮고 집총을 거부하는 것은 안 된다는 논리가 어떻게 용납이 되는가? 사실 군에서 무기류를 잡고 훈련을 하고, 군복무를 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인명을 살상하는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유사시를 대비하여, 훈련을 하는 것이고, 국민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일선 법관들이 양심을 내 세우는 사람들의 양심이라는 주장의 형편을 제대로 살피지 않으며, 대법원에서 정한 판단 규정조차도 제대로 적용시키지 않는다면, 이는 법관들이 사회 질서를 오히려 어지럽게 한다는 책임의 문제까지 따라오게 될 것이다.
법관들이 시류에 편승하거나 양심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양심의 현상을 제대로 발견하여 공정하게 법에 적용하지 못한다면, 이는 법관 자신들의 의무와 법정신을 훼손하는 것이 되고 말 것이다.
‘나쁜 사람도 자신은 착하다고 생각한다’는 말이 있다. 법이 우리 사회 정의를 위한 목적이라면, 법관들은 눈에 불을 켜서 그 범주에서 벗어나는 일들을 추려내야 한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양심’을 말하는 사람들의 양심과, 상대적으로 ‘비양심’세력으로 몰린 국민들의 불명예를 가려내는 일을 우리나라 법관들이 맡게 된 현실에서, 법관들의 신중한 의무 수행을 촉구하며, 최근처럼 법관들의 양심까지도 염려하게 되는 판결을 더 이상 보지 않기를 바란다. 한 마디로, 법관들의 양심이 시류에 떠내려가지 않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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