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은 6월 16일 오후 2시에 서울영동교회에서 강영안 교수를 초청해 바른가치세미나를 진행했다.
‘일상, 매일 반복되는 보통의 일’이라는 주제로 강의한 강영안 교수는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로서 현재 미국 칼빈 신학대학교 철학신학과 교수로 재직 하고 있다.
서두에서 그는 “일상을 싸고 있는 겹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그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는 것은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철학적 과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상은 반복성과 평범성의 특징이 있다”며 “하루하루가 무미건조하고 지루할 수 있지만, 평범하다고 해서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상에는 질서와 뼈대가 있기에 삶의 결과와 흐름이 있다”며 “태어나면서부터 인간은 죽음을 향해 나아가고 죽음은 삶의 모든 가능성을 종결시키지만 죽음으로 인해 인간은 삶을 더 의미 있게 만들어 간다”고 역설했다.
또한 그는 “먹는 다는 행위 속에서 인간은 우리 자신이 아닌 것들을 먹는다”며 “가령 인간은 소, 돼지, 양 등 죽은 동물을 먹는데 이와 같이 우리 삶은 타자의 죽음을 바탕으로 지탱 된다”고 말했다.
결국 “우리는 타자의 희생을 통해서 일상을 사는 것”이며 “예수님의 죽으심으로 우리가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과 일맥상통 한다”고 강영안 교수는 통찰했다.
이어서 그는 “일상의 먹는 행위조차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 주어지는 은혜이고 선물”이라며 “밥을 먹을 때에도 기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선물이기 때문”임을 강조했다.
그는 “아이가 자동차 선물을 받았으면 감사하고 기뻐하며 자동차를 가지고 놀지, 선물을 서랍 속에 집어넣지 않는다”며 일상을 하나님이 주신 선물로서 풍성히 즐길 것을 권했다. 더불어 어떻게 하면 일상을 하나님의 뜻대로 선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참석자들에게 던졌다.
한편 강영안 교수는 먹는 행위가 타자와 나를 구별해 주는 경계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밥 먹는 것을 남이 대신 먹여 줄 수 없다”며 먹는 행위 속에도 사람이 타인에게 존중 받아야 할 최소한의 마지노선을 내포한다고 설명한다.
나아가 그는 “고아와 과부 그리고 나그네를 섬길 것과 가난한 사람의 억울함을 신원해 주라”는 신명기 말씀을 인용하며, “우리 자신은 먹고 입고 거처하고 타인으로부터 존중받으며 살아야 하는 존재“라고 역설했다.
끝으로 강영안 교수는 “우리 모두가 먹고 자야하는 존재라면, 우리가 먹을 때 나의 밥상만이 아니라 타인의 밥상도 차려 주어야 한다”며 기독교 정의의 실천을 참석자들에게 당부하며 강의를 마무리 했다.
질의응답도 이어졌다. 30대 여성 참석자는 일상을 “항상 선물처럼 느끼며 살기 어렵다“며 선물처럼 삶을 사는 교수님만의 특별한 비결이 있는지 질문했다.
답변으로 강영안 교수는 최근 유행하는 단어인 ‘소확행’을 꺼냈다. 소확행이란 일상을 소소한 일로 채워가며 행복을 누리는 삶을 지칭하는 용어로 무라카미 하루키가 에세이에서 사용하면서 유행해진 말이다. 강 교수는 “‘소확행’은 자칫하면 일상을 목적과 의미 없이 증발시키는 쾌락주의적 생각으로 흐를 수 있다”며 경계했다.
그는 “제대로 된 의미에서 소확행은 ‘삶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는 전제에서 정립된다”며 삶의 전체적인 틀 안에서 일상을 바라볼 것을 주문했다. 이어 “삶을 쟁취하려 사는 것 보다 하나님께서 우리 삶을 선하게 인도하신다는 믿음 안에서 살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데살로니가전서 5:16-18절의 성구를 덧붙이면서 “그런 믿음 안에 있다면 일상의 기쁨도 심지어 슬픔도 감사하고 기뻐할 수 있다”며 “하나님의 인도하심 따라 유연하게 살고, 주어진 일상에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소확행 아닐까”라고 답해 참석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다음 기윤실 바른가치세미나 강의는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의 성영은 교수가 ‘I am what I eat :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다’라는 주제로 6월 28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100주년기념교회에서 강연한다. 참가 신청은 기윤실 홈페이지(cemk.org)에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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