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올림픽 자체는 북한의 참가로 평화롭게 치러졌다. 반면 올림픽을 계기로 벌어진 외교전에 대한 평가는 간단치 않다. 평창은 우리 외교에 답보다는 의문을 불러 일으켰다.
‘평창 외교’는 당초 한국이 북한을 초청함으로써 올림픽을 평화와 화해의 제전으로 만들고 긴장 국면을 협상 국면으로 바꾸고자 한데에서 비롯되었다. 그런데 평창을 계기로 국면을 바꾸는 방안은 지난 대선 이래 국내에서 거론되었을 뿐 한미 간에 충분히 협의된바 없었다.
그러다가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평창 참가를 밝히자 급물살을 탄 것이다. 자연히 급진전하는 남북 대화를 경계하는 미국의 시각이 노정되었다. 한국은 미국 발 파장을 줄이고자, 남북 대화를 미북 대화와 북핵 협상으로 이어가겠다고 하였다. 애당초 실현이 어려운 목표였다.
왜냐하면 미국은 평창 계기에 최대 압박 구도가 이완되는 것을 막고 북한의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주력하였기 때문이다. 미국의 행보는 한국과 엇갈렸다. 한미가 테이블 위에서 덕담을 나누면서 테이블 아래에서는 각축전을 벌이는 것으로 보였다.
결과적으로 미북 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평창이 보여준 것은 남북관계와 미북관계의 괴리였다. 남북은 정상회담 추진까지 나아갔으나, 미북은 반목과 대립을 심화시켰다. 미국은 올림픽 폐막 직전 사상 최강의 대북제재를 부과하였다.
이러한 괴리는 그렇지 않아도 분열된 한국 내 정치 지형에 자극적인 에너지가 되었다. 급기야 김영철 전 정찰총국장의 폐막식 참석을 두고 남남 갈등은 격화되었다. 이상이 대차대조표인 데, 지금 상황은 남북 대화만 과하게 나가는 모습이다.
남북 대화와 미북 대화, 비핵화 국면이 상호 보완적으로 움직이도록 정책조정이 필요하고 관련된 한미 조율이 긴요하다 할 것이다. 이러한 중간 평가를 전제로 향후 상황을 전망해 보자.
우선 한미는 연기된 군사훈련 문제를 결정해야한다. 미국은 추가 연기나 축소에 극히 부정적이다. 우리가 추가 조정을 꾀할 경우 분란이 터질 것이다. 일단 재개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가 관심사이다.
다음으로는 정상회담 준비이다. 북측 제안이 다소 조급한 느낌이나, 국내에는 이 매력적인 사안을 활용하여 게임을 운영하려는 동력이 크다. 그러나 앞서 말한 정책 조정과 한미 조율이 미진한 상태에서 추진되는 정상회담은 평창 이후 한미 관계에 지속적인 불협화음을 야기할 것이다.
물론 한국은 미국과 불협화음을 줄이기 위해 미북 대화를 주선하려할 것이다. 그러나 미북 대화는 미국이 하려고 하면 언제라도 할 수 있고 미국이 내키지 않아하면 일과성 회동이 있어도 큰 의미가 없다.
미북 본격 대화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보다도 국면에 영향을 줄 것은 제재 이행이다. 최근 미국은 해상 단속을 중심으로 강한 제재를 추가하였다. 향후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한·미·중·러 간 많은 논란도 예상된다.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이처럼 상호 배치되는 목표인 군사훈련, 정상회담, 제재이행, 미북대화에 대처하면서 비핵화를 기하는 일은 난제중의 난제다. 한국에게 두 길이 있을 것이다.
하나는 남북대화 미북대화 비핵화가 균형을 이루도록 현재의 정책을 조정하고 미국과 조율하면서 나가는 길이다. 그 길은 난이도가 높고 당장 성과를 보여주진 못한다.
반면 지금껏 해오던 대로 남북 이벤트를 벌여 상황을 끌고 가는 길이 있다. 정상회담이라는 큰 목표가 앞에 있으니 특사파견 이산가족 등 소재는 많다. 북한이 신소재를 제공할 수도 있다.
홍보나 국내 정치적 관점에서 유혹적이다. 일단 후자가 유력해 보인다. 이 경우, 외양상 한국 주도가 부각되나, 미국에 달려 있는 군사적 긴장이나 비핵화 등 실질 측면은 정체될 것이다.
한미이견은 계속 내연할 것이다. 한국 외교는 더 어렵게 될 수 있다.
■ 위성락 교수는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객원교수이자 국립외교원 겸임교수로, 駐러시아 대사,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6자회담 한국측수석대표), 北美국장 등을 역임했다. 著書로는 "러시아 리포트"(1998)가 있다.
/글·사진=케이아메리칸포스트 제공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