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박용국 기자] 김삼환 목사에서 아들 김하나 목사로 목회직을 이어가고자 하는 명성교회의 간절함은 노회도 뒤흔들었다. 노회장으로 자동승계 예정이었던 부노회장도 밀어냈고, 결국에는 김하나 목사 청빙의 건도 통과시켜냈다.
명성교회가 소속된 예장통합 총회 서울동남노회 제73회 정기회는 24일 마천세계로교회당에서 열렸다. 회의는 시작되자마자 명성교회 부자 목회직 승계를 반대하는 부노회장 김수원 목사(태봉교회)를 밀어내려는 명성교회의 목소리부터 커졌다.
명성교회 측은 김 목사가 헌의부장으로서 직권남용 등을 했다고 노회 재판에 고소했기에 노회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목사는 헌의부장 자격으로 김하나 목사 청빙의 건을 교회 측으로부터 받아 정치부에 보내지 않고 반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회의는 진행되지 못하고 오전 내내 계속 공전하다가 정회됐다. 그리고 오후 2시 목사안수식 이후 3시 즈음부터 다시 속회되었지만, 오후 늦게까지 계속해서 같은 문제를 두고 싸우다가 결국 부노회장 불신임투표까지 가게 됐다.
그러나 싸움의 본질은 김하나 목사를 청빙하기 위한 명성교회 측과 이를 반대하는 노회원들 간의 다툼이었다. 때문에 양측은 일단 정회하기로 합의했지만, 왠일인지 오후 5시 즈음 투표에 다시 돌입하게 됐다. 반대 측은 "명성교회 측이 일방적으로 합의를 깨뜨렸다"고 했다.
투표에 반발, 반대 측은 회의장 밖으로 퇴장했다. 반대 측 목회자들은 "김수원 목사가 노회장 안 되어도 좋아. 김하나도 절대 안 돼" "세습은 불법이다" "한국교회 역사에 기록될 것" "명성교회 불법이다. 상회에 호소할 것" "왜 명성교회 안건 때문에 다른 교회 안건들을 못 다루게 하나" "노회장이 편파적이다" 등의 목소리를 높였다.
반대 측 한 목회자는 "명성교회 측 장로들이 김하나 목사 안건을 처리하지 못하면 옷을 벗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문제는 저쪽(명성교회 측 노회원들)에 있다"면서 "명성교회 물러가라" "세습은 불법이다" "김하나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회의장 밖에서 외치기도 했다.
이날 회의에는 장로 목사 모두 합쳐 300여 명의 노회원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130여 명이 회의장 밖으로 나왔다. 남아 있는 170여 명은 부노회장 불신임을 투표로 물었고, 결국 138:32로 불신임이 가결됐다. 이 문제로 어깨가 무거웠던 선관위원장은 투표 결과가 나오자마자 즉각 사퇴했다.
회의 속도는 빨라졌다. 명성교회 반대 측이 모두 퇴장을 하고 돌아갔기 때문에 남아 있는 170여 명은 즉각 새로운 임원진을 구성했고, 신임노회장으로 최관섭 목사(진광교회)가 선출됐다. 또 새로 구성된 헌의부와 정치부는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청빙의 건을 받아 저녁 7시 즈음 노회원들에게 보고해 통과시켰다.
이후 폐회는 신속하게 이뤄졌다. 싸움에서 승리(?)한 명성교회 지지 측 노회원들은 승리를 자축하며 헤어졌고, 직전노회장 고대근 목사(축복교회)는 이들과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한편 노회는 투표로 기자들의 취재와 출입을 불허했다. 이를 위해 어떤 노회원은 '노회 질서를 문란케 한다'는 규칙까지 이유로 제시했는데, 노회의 부끄러운 기억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