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란 현직에서 물러나서 특별히 책임 맡은 일이 없이 자유롭고 홀가분하게 살아가는 사람을 뜻한다. 그러나 자기가 한평생 전심전력을 다해서 봉직하던 일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아 후배들의 추대를 받아 원로 또는 명예, 고문, 자문 같은 호칭으로 평생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소중하게 간직하여 역사발전에 기여해 주기를 바라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후배들의 요청이 있을 때에는 기쁜 마음으로 봉사하는 것이 아름다운 일이다. 특별히 전문직의 경우나 대학의 경우 유명한 학자들에게 종신직 교수 예우를 하면서 그가 이루어놓은 학문을 계속 발전시킬 뿐 아니라 제자들이나 후배들에게 전수해서 중단없는 계승 발전을 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여 실천하는 것은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이러한 전통은 자연과학분야에뿐 아니라 인문사회분야에도 필요한 전통이며 특별히 종교계에도 오랜 전통으로 이어져오는 아름다운 미풍이었다. 기독교를 비롯한 모든 성직은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종신직 개념이다. 성직자는 일평생 치열한 성화의 과정을 마치고 선종(善終)함으로 일생이 아름답게 마무리되는 것이다. 십자가를 거부하고 세상의 부귀영화를 추구하는 자는 처음부터 이 길을 택하지 말아야할 것이다. 번영신학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다.
모세가 자신의 부관으로 40여 년간 동역하던 여호수아에게 모든 사역을 위임하고 120세에 느보산 기슭에서 선종하였을 때 온 백성들이 애곡하는 가운데 하나님 나라로 올라갔다. 그는 비록 요단을 건너 가나안 땅에는 들어가지 못했으나 "그만하면 족하도다(신 3:26)"라는 하나님의 칭찬을 받으면서 하나님 곁에 올라가서 예수님과 엘리야와 한자리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마 17:1-3).
엘리야는 사역을 잘 마치고 후계자 엘리사에게 선지자의 직을 인계하여 두루마기를 벗어주고 불수레를 타고 하늘로 올라감으로 황홀한 은퇴식을 장식했다. 사도바울은 믿음의 아들 디모데를 후계로 세워서 모든 훈련과정을 통해서 목회적 지도력을 완전히 맡기고 장렬한 순교로 위대한 사명을 잘 마쳤다(딤후 4:7-8, 행 20:24).
베드로가 어린 마가를 데리고 다닐 때 선교의 실패를 하고 자포자기 하는 마가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격려하고 붙들어줌으로 그가 훌륭한 전도자로, 사도로 성공하도록 만들었다.
예수께서 제자들을 부르시고 훈련시킬 때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면서 사랑으로 섬김의 본을 보이셨다. 예수 그리스도의 성공적인 교육의 비결은 자기희생적인 실천적 사랑이었다. 인류의 역사를 바꿀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서로 허물을 용서하며 발을 씻겨주며 존중히 여기는 "발씻기는 섬김의 운동"이다. 부모가 자녀의 발을 씻어주고, 스승이 제자의 발을 씻어주며, 선배가 후배의 발을 씻어주는 문화가 정착되면 모두가 서로 먼저 대접하는 황금률이 성취될 것이다.
은퇴목사로 후배 목사에게 하고 싶은 말
1. 하나님 중심의 세계관을 확립해서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는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2. 교회를 아름답게, 세상을 새롭게 하는 목회를 통해서 세계 구원의 역사를 성취하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회가 화목한 가운데 잘되게 해야 합니다.
3. 전임자가 이루어놓은 아름다운 전통을 잘 지켜나가면서 새로운 변화를 두려움 없이 수용하여 아름다운 전통 속에 항상 새로워지는 건강한 교회를 지향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4. 은퇴목사가 전문적으로 잘 해야 할 일은 격려와 칭찬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비난과 책망을 적극 피하고 꼭 필요한 말은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면서 고맙게 받아드리도록 함으로 피차 덕을 세우도록 합니다.
5.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자문해오는 일은 성실히 해결하도록 노력하되 생색내지 말고 모든 영광을 담임목사에게 돌려주도록 합니다.
6. 세계교회의 동향과 변화에 대해서 민감하게 대응하도록 항상 지지하고 격려하면서 창조적 지혜를 발휘하도록 도와주고 도전정신과 용기를 겸비하도록 노력합니다.
7. 어떤 경우에라도 교회에 짐이 되지 않겠다는 각오를 굳게 다짐하고, 후임목회자가 잘하는 것을 진심으로 기뻐하면서 서서히 사라질 준비를 하며 세례요한처럼 자신을 철저히 비우도록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8.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교회를 위해서 기도하되 후임목사를 위해서 열심히 기도해야할 것입니다. 자신이 일생 목회한 것이 후임목회자를 통해서 계속 발전해야만 교회와 자신과 주님에게 가장 유익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결론.
모세가 여호수아에게, 엘리야가 엘리사에게, 베드로가 마가에게, 바울이 디모데에게 권면한 말씀들을 종합해보면 예수님의 가르치심 안에 다 포함된다.
"강하고 담대하라",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신 30:6)
"너는 여기 머물러서 너의 길을 최선을 다해서 가라 나는 내가 갈 길을 간다"(왕상 2:2)
"너는 모든 일에 신중하여 전도자의 직무를 다하라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달려갈 길을 간다"(딤후 4:5)
"너는 거룩한 행실과 경건함으로 하나님의 날이 임하기를 사모하라"(벧후 3:11-12)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라오라"(마 6:33, 마 16:24)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예수님)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마 7:12)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빌 2:5)
후임목회자들에 권면할 말씀은 오직 겸손, 또 겸손, 또 겸손, 마음을 비우고, 또 비우고, 비우고 낮아지는 것이다. 흐르는 물은 산꼭대기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서 넓은 바다로 들어간다. 그러나 그 물은 흐르면서 많은 변화를 일으키고 생명을 살리고 온 세상을 고르게 하여 평화를 이루어낸다.
/글=한국복음주의협의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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