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한신대학교 교수협의회가 11월 10일 박근혜-최순실게이트와 관련해 시국선언을 했다.
한신대 교수들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대한민국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미증유의 혼란과 위기에 봉착했다”며 “이러한 총체적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 비상한 각오로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어 “과거 정권에서의 권력형 비리는 최고 권력자를 호가호위하는 측근들에 의해 저질러졌지만, 이번 사건은 대통령의 직접 관여를 전제하지 않고는 설명하기 어렵다”며 “이 사태에 대해 우리는 분노를 넘어 깊은 수치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시국선언문 말미에는 “우리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징치 그리고 퇴진을 단호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이제 대통령은 권력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퇴진을 결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교수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자진 퇴진’, ‘특검법 제정 및 특검 즉각 실시', '전면적이고 체계적인 국정조사 실시’를 요구했다. 다음은 시국선언문 전문이다.
[오늘의 시국에 대한 한신대학교 교수들의 입장]
오늘 대한민국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헌정유린과 국정농단으로 미증유의 혼란과 위기에 봉착하였다. 대통령의 리더십은 붕괴되었다. 우리는 이러한 총체적 난국을 헤쳐 가기 위해 비상한 각오로 지혜와 힘을 모아가야 할 때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제까지 알려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내용을 보면, 대통령이라는 헌법기관이 근본도 알 수 없는 자연인에 의해 조종되었음이 분명하다. 이로 인하여,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대통령에게 맡겨진 국민의 주권은 철저하게 농락당했고, 대통령의 권위와 통치의 정당성은 뿌리째 허물어지고 말았다. 게다가 국가 기밀 누설로부터 시작하여 정부 정책에 대한 개입, 인사 농간을 거쳐 대통령의 이름으로 기업의 자금 출연을 강요하는 짓에 이르기까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범위가 어디에까지 미쳤는지 현재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과거 정권들에서 권력형 비리는 최고 권력자를 호가호위하는 측근들에 의해 저질러졌지만,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대통령의 직접 관여를 전제하지 않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이러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우리는 분노를 넘어서서 깊은 수치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으며,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드러나면서 열흘간의 시차를 두고 두 차례 사과를 하였다. 사과 내용을 보면, 그는 대통령의 책임을 눈곱만큼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국가 기밀을 무자격 개인들에게 넘기고 대통령 연설문 작성과 정책 조율 등 통치행위에 대해 ‘비선실세’의 코치를 받은 일을 자신의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된 일이었다고 변명하고 있다. 또한 ‘비선실세’의 기획을 좇는 주요 결정들과 인사조치들, 기업 출연 강요 등이 국민경제와 문화융성을 위해 좋은 뜻에서 한 일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국가와 사회, 시민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대통령의 행위가 동기의 면에서 순수하다거나 선하다고 강변하기에 앞서 과연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냉정하게 예측하고 그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을 전혀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인사에게 어떻게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막중한 직책을 맡기고 책임 있게 수행하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제 박근혜 대통령은 그 직책을 조속히 내려놓겠다고 선언함이 마땅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 자신을 향한 국민의 분노와 저항을 피하기 위해 온갖 술책을 부리고 있다. 그 자신과 연계된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갖가지 범죄행각이 폭로되기 시작했을 때에는 개헌 카드를 들고 나와 국면 전환을 시도하더니, 촛불 시위가 연이어 벌어지고 민심이반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고 11월 12일 민중총궐기가 예고되자 야당 일각의 거국중립내각 구성 제안을 받는 시늉을 하며 국회 추천 책임총리제를 들고 나오는 정치공학적 술수도 마다하지 않았다. 거국중립내각의 구성이나 개헌은 정치공학의 대상일 수 없고, 여야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처리될 일도 아니다. 거국중립내각이나 개헌과 같은 국민적 의제들은 오직 더 많은 자유, 더 넓은 평등, 더 깊은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국민의 뜻을 받아 진행하여야 할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접한 우리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징치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단호하게 요구하고 있다. 요원의 불길처럼 번지는 국민의 저항을 막을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없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은 권력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퇴진을 결단하여야 한다. 그에게는 그 이외에 다른 어떤 선택도 있을 수 없다.
우리는 현 시국에 대해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첫째,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에서 손을 떼고, 스스로 퇴진하라.
첫째, 별도의 특검법을 제정하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특검을 즉각 실시하라.
첫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전면적이고 체계적인 국정조사를 실시하라.
2016년 11월 10일
한신대학교 교수협의회 교수 일동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