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박용국 기자] 최근 일어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조일래 목사, 이하 한교연)이 2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과 한국교회 회개를 촉구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시국 현안에 대한 한교연 성명서]
최순실 사태로 온 나라가 흔들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깨끗하고 투명하고 유능한 정부를 반드시 만들어 국민 여러분의 신뢰를 얻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국민들의 믿음을 저버렸다.
박 대통령은 선거에서 자신을 믿고 투표한 지지자 뿐 아니라 온 국민을 버리고 최순실을 선택했다. 최 씨가 청와대를 무시로 드나들며 국정을 농단할 수 있었던 것은 대통령이 허용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국민들이 최순실이라는 비선 측근이 아닌 자신에게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민주적 통치의 근간을 흔들리게 하고 국민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모든 책임은 대통령이 져야 할 몫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연일 계속되는 시국선언과 대통령에 대한 하야 요구가 국민들의 피맺힌 가슴에서 나오고 있음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먼저 대통령이 나서서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이 전적으로 나에게 있고, 대통령으로서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통치권자로서의 책임은 말로서가 아니라 행동으로 나타나야 한다. 평생 몸담았던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정치적 둥지인 친박도 자진 해산하고, 자청해서 검찰 수사에 응해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대통령으로서 책임있는 행동과 결단이 있기를 바란다.
여당은 청와대, 정부와 함께 오늘의 사태를 초래한 책임을 져야 한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친박 비박으로 나뉘어 볼썽사나운 당권 싸움을 벌이는 집권당의 모습을 언제까지 국민들이 봐야 하는 것인가. 야당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줄기차게 요구하다 여당이 이를 수용하자 하루아침에 입장을 바꾸어 다른 요구를 하는 자세로는 국민들에게 수권정당으로서의 믿음을 주기 어렵다. 여야가 공히 모든 화살을 대통령에게 돌리고 대선과 당권 경쟁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국민의 분노는 또 다른 방향으로 옮겨가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커다란 위기 앞에 봉착했다. 대통령의 위기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의 위기다. 통치전반이 흔들리면서 외교·안보‧경제 등 국정 전반의 차질과 공백이 나타날 경우 우리나라는 헤어 나오기 어려운 더 큰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언제까지 대통령 탓만 하고 최순실 의혹에 매몰돼 국력을 소모할 것인가.
각계 원로들과 언론들도 이제는 진심으로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위기 극복에 한마음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여야가 각자의 정치적 손익계산 때문에 거국중립내각 문제를 논의조차 못하고 있는 것은 지탄받아 마땅하나 그렇다고 작금의 현실에서 대통령이 지명한 총리서리와 후임 내각이 어떻게 침몰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해 낼 수 있겠는가. 대통령은 들끓는 민심을 헤아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여야가 합의를 도출한 국정수습 방안에 따라야 할 것이다.
우리는 위기 앞에서 단결하고 결집하여 그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승화시켜 온 슬기로운 국민이다. 오늘의 대혼란이 대한민국을 추락시키느냐 새로운 도약을 이루느냐는 통치자와 정치인의 손에 달려있지 않고 국민 모두의 의지와 결단에 달려 있다.
한국교회는 이 같은 국가적 위기 앞에서 회개와 결단으로 사회 앞에 바로서서 빛과 소금의 본분을 다하고자 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쳐 오며 독재정권에 야합해 기생한 몇몇 기독교지도자들의 부끄러운 행태를 손가락질 하기는 쉬워도 철저한 통회와 갱신으로 불의와 단절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모든 기독교공동체의 책임이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하나님 앞에 범죄한 모든 불의를 재를 뒤집어쓰는 심정으로 통회자복하고 민족과 사회를 선도하는 ‘사도적 교회’로서 다시 민족과 사회 앞에 등불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2016. 11. 2.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 조일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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