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이 잦아들어 안정단계에 접어들 것이라는 기상청 예측은 이번에도 실패했다. 12일 경북 경주에서 각각 5.1, 5.8 규모의 강진에 이어 불과 1주일 만에 인근에서 또다시 4.5 지진이 일어났다. 여진만 해도 390여건에 달한다. 지진에 놀란 시민들은 건물 밖으로 피신하고 노숙하는 등 불안감에 휩싸였다. 정부의 부실대응과 무능에 불안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가장 큰 불안과 공포는 핵발전소에 대한 위험이다. 그동안 ‘한국은 지진 안전지대’라는 정부 주장과 달리 이번 경주 지진으로 우리나라가 더 이상 지진에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특히 지진이 집중적으로 일어난 지역의 핵발전소 주변에 활성단층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경주 지진의 근원지로 지목되는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임이 증명되었다.
실제 경주, 부산 등 핵발전소 밀집지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진 측정건수가 10년 동안 꾸준히 늘어왔다. 국내 지진발생의 40%가 이 지역에 집중돼 있다. 활성단층인 양산단층에서 현재 핵발전소 내진설계 기준을 넘는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질전문가들의 경고에도 정부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지진발생 집중지역에 계속 핵발전소를 건설했고, 늘려가고 있다. 경주에만 6기의 핵발전소가 밀집해 있고, 울산과 부산에 지을 신고리 5, 6호기까지 완공되면 모두 10기의 핵발전소가 들어선다.
12일 경주 강진 이후 한국수력원자력은 핵발전소 내진설계를 보완하고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근본 대책일 수 없다. 먼저 핵발전소 부지의 활성단층 조사, 지진재해 평가 등 안전성 평가를 재검토해야 한다. 지진위험 지대에 노출된 오래된 핵발전소 월성 1~4호기는 정밀 안전점검 내용을 공개하고, 앞으로도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노후 핵발전소로 꼽히고 있는 월성1호기는 수명연장을 취소하고, 가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활성단층과 지진위험에 대한 평가 없이 2015년 2월 월성1호기 수명연장을 졸속으로 승인한 바 있다. 원자력안전법에 의거해 핵발전소 안전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제 역할부터 해야 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경주 지진으로 확인된 활성단층의 지진 위험성에 대해 입장을 내놓고 후속대책을 구체적으로 세워야 할 것이다.
잇따른 지진 위험에 일부 시민은 스스로 비상배낭을 꾸리고, 대피요령을 익히고 있다. 그러나 세계 최대 핵발전 밀집지역인 우리나라에서 지진으로 인한 핵사고로 국민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최선의 안전은 ‘탈핵’이다. 2013년 탈핵운동을 중점운동으로 채택하고, 전국 52개 지역YWCA가 매주 화요일마다 노후 핵발전소 폐쇄와 신고리 5,6호기를 비롯한 신규 핵발전소 건설반대를 외치며 ‘탈핵 불의날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한국YWCA는 이번 지진의 경고를 간과하지 않고, 탈핵에너지 전환을 위한 지속적인 활동을 벌일 것이다.
2016. 9. 20.
한국YWCA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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