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치 않게 8월에 있은 일본의 명문 기독교 대학, 동지사(同志社) 대학의 졸업식 소식을 접했다. 총장의 졸업 축사를 읽고 놀랐다. 1945년, 패전한 일본은 패전 이후 경제를 복구해서 미국 다음가는 경제 강국이 되었다고 자랑하면서, 1964년에는 도쿄에서 올림픽을 개회할 수 있었고, 1968년에는 세계 제2의 경제 강국이 되었다고 자랑하고 있었다. 이제 2020년에는 제2의 도쿄 올림픽을 개회하게 되었다고 하면서 졸업생들이 사회에 나가서 더욱 분발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었다. 동지사대학은 우리 윤동주 시인이 다닌 일본의 명문 기독교대학이다. 그리고 그 대학의 쵀풀 앞에 자리 잡은 윤동주 졸업생의 시비(詩碑)는 유명하다.
나는 동지사 대학 총장의 2016년 여름 졸업식에서 한 식사에 기대가 지나치게 컸던 것 같다. 8월에 한 졸업 식사에 1948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인류 역사상 최초이며 최후의 원자탄 이야기도 없었거니와, 아베 정권이 말살하려고 하는 전후 평화헌법의 제9조를 말살하려는 노골적인 음모에 대해서도, 올림픽의 정신인 평화, 그리고 아시아 평화에 대해서, 일언반구도 없었다. 더구나 일본이 전후 폐허에서 경제적으로 일어 날 수 있었던 것은 1950-53년 한국전쟁 특수 덕분이었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는 것이었다. 적어도 일본의 지성은 대학을 졸업하는 젊은이들에게 평화를 이야기하고 일본의 아시아 침략과 억압의 역사를 되새기고 21세기의 아시아를 내다보는 비전이 있으리라고 기대했던 것이 너무 한심하고 어리석게 느껴져, 통탄을 금할 수 없었다. 기독교 신앙에 대한 배신, 지성의 배신이었다.
마음의 상처를 입은 채, 8.15 해방절이 지나고 며칠 후, 나는 일본에서 온 여자 대학생들과 이야기 하는 기회가 있었다. 일본의 기독교 기관이 한국의 선교기관과 공동으로 주최한 “평화 세미나”에서 한국 할아버지 역사 이야기를 하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임진왜란 때 부터의 한일 관계의 역사를 도표로 그려 가면서 이야기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몇 달 전 히로시마를 방문한 것에 대해서 일본 학생들의 느낌을 이야기했다. 뭐 그렇고 그런 사건이고 감동도 느낌도 없었단다. 1945년 히로시마 원자탄 덕분에 한국이 해방되었지만, 일본 사람들에게 미안한 느낌이 있다는 한국 대학생들의 “고백”에 대해서 일본 학생들은 자기네 만 피해자라고 떠드는 말을 삼가고 자기네들 조상이 한국과 중국과 아시아에 미친 피해에 대해서 더 미안 해 하고 있었다. 수요일 낮 일본군 “위안부” 시위에 참석하고 온 일본 학생들은, 이런 집회는 서울의 일본 대사관 앞에서만 할 것이 아니라 온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야 할 일이라고 흥분하고 있었다. 그리고 일본의 평화 헌법은 절대 바꾸면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었다.
일본 정부가 한국의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서 10억 엔인가를 내 놓고 화해하고 치유하는 흉내를 내고 있는 것도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화해와 치유” 재단을 만들기 전에 “진실과 기억”을 강조하는 지식인 운동과 재단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같이 했다. 그리고 일본과 한국 정부의 역사교육은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는데 생각을 같이 했다. 더욱이 이제 더는 핵무기가 일본에도 한반도에도 중국에도 세계 어디서도 인류사회를 위협할 수 없다는데 동의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끼 이후, 단 한번도 쏴 보지 못한 핵무기가 왜 필요한가. 그리고 한국의 안정보장을 위해서 한국 땅에 설치하고자 하는 “사드”(THAAD) 역시 핵미사일이 날라 오기 전에는 사용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 “사드”가 핵미사일을 하늘에서 터뜨리게 될 때면, 이미 핵전쟁이 시작되어서 “사드”가 있건 없건, “사드”가 작동하건 못하건, 이미 인류는, 한국사람 몇 십 몇 백만 인구가 몰살한 뒤의 이야기가 아닌가? 우리 일본의 젊은이들이나 한국의 젊은이들이 살아남는 길은 핵무기를 폐기하고 평화를 위해서 공부하고 기도하고 일해야 한다고 손과 손을 잡았다. 그래서 815는 다시금 해방의 희망, 평화의 꿈을 가지게 하였다. 한.일 기독교 대학생들이 도시샤 대학 총장 보다 훨씬 더 의식이 있어 보였고 평화에 대한 열정이 강했다.
/글·사진=평통기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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