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평화와통일을위한기독인연대] 북한선교에 발을 들여 놓은 지 20년이 됐다. 특별한 사명이 있어서 시작한 것이 아니었기에 막막했다. 그래서 처음 한 것이 조중 접경지역 답사다. 1997년 4월에 심양공항에 내려서 단동부터 압록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북한 땅이 손에 잡힐 듯 한데, 건너 가지 못한다는 현실 앞에 분단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피부에 와 닿았다.
북녘에서 불어오는 강바람을 맞으며 가슴이 열리는 것보다 더 가슴 설레는 일은 북한 동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북한선교의 가장 큰 문제가 필드가 없다는 것이었는데, 필드가 생긴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렇게 북한선교는 시작되었다. 북한동포를 만나 전도하고,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다시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일은 긴장감도 있지만 신나는 일이었다. 그 이후 오늘까지 북한선교의 기본 기조는 구제였다. 3년 연속 자연재해로 인해 굶어 죽는 사람의 이야기, 의료환경, 주거환경, 교통사정, 인권상황 등등 북한에서 들려오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상상을 뛰어 넘는 열악한 상황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래서 북한선교 사업은 구제를 기본으로 했다.
중국에서 떠도는 탈북 여성이야기와 꽃제비들의 열악한 인권 상황 속에서 인신매매를 당하고, 성적으로 착취 당하고, 공안에 잡혀 북송되어 노동교화소에서 죽어가는 사람, 죽지 못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어쩌면 사람이 이렇게 악할 수 있나? 생각하며 중국 농촌들을 찾아가 그들을 위로하는 일을 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가? 북한은 김정은 집권 이후 경제가 호전 되고 있다. 300개가 넘는 장마당이 북한 경제를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게 하고 있다. 아직 북한 경제가 어렵지만 굶어 죽는 상황은 아니다. 재중 탈북여성들도 아직 신분증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전같이 위험하지 않다. 전에는 탈북자를 보고 신고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었는데, 이제는 신고를 하려면 5천위안을 물어야 한다. 얼마 전에는 합동결혼식도 했다. 그 자녀들에게 정식 호구와 여권도 발급했다. 한국으로 입국하는 탈북민들도 배고파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잘 살기 위해 이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렇다면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이제는 구제가 북한선교의 컨셉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는 북한동포들이 굶으니까 도와주자고 해서는 안 된다. 탈북 여성이 인권 유린을 당하고 있고, 그 자녀들은 울고 있다고 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야 한다. 이제는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할 때다. 구제는 희생과 양보가 기본 기조다. 그러나 함께 살아가는 것은 상부상조다.
구제는 물질을 기반으로 사랑을 전하는 것이지만 이제는 사랑을 기반으로 어떻게 나누고, 함께 살아가야할지를 생각해야 한다. 이제는 돕는 것이 아니라 평화롭게 함께 살아가는 방법, 그 가치들을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이렇게 통일의 가치가 쌓이면 갑자기 오는 통일도 자연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글·사진=평통기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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