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독일 지식인들이 독일 통일에 회의적인 입장을 견지했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들은 단순한 영토 통합에 기초한 민족국가의 재건이라는 전통적 의미의 통일에 반대했다. 유럽 지역의 평화를 유지하는 도덕적 정당성의 가치를 확보하지 못한 독일 통일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한반도의 통일은 동북아 지역의 평화가 담보되는 과정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한반도의 분단은 냉전이라는 세계 질서의 세력 재편에 따른 결과이기 때문에 단순한 영토 통합에 기초한 한민족 국가의 재건이라는 낭만적 명분만 가지고서는 한반도 분단을 둘러싼 동북아 지역의 여러 강대국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없다. 따라서 한반도 분단을 해결하는 과정은 남북한의 관계 개선만이 아니라 동북아 지역을 둘러싼 국가들의 이해관계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3차 함수 문제를 풀어나가는 복잡한 외교의 문제이기도 하다. 한반도의 통일은 주변 강대국들도 설복할 수 있을만한 평화의 탁월한 도덕적 정당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우리가 조선 중기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이라는 두 번의 참혹한 전쟁을 겪었던 결정적 이유 가운데 하나는 당시 한반도를 둘러싼 명,청 관계의 세력변화를 무시하고 조선 정부가 과도하게 명나라를 일방적으로 지지했기 때문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세력관계를 파악하지 못한 채 한 쪽으로 치우친 결정을 내렸을 때, 어김없이 한반도는 열강들의 전쟁터로 돌변하고 말았다. 더 이상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
그런 점에서 한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 사드의 성주 배치 결정을 나는 반대한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중국과 미국의 균형 외교를 표방하던 한국 정부가 미국과 일본이라는 안보 방위 체계의 하위구조로 급속하게 편입됨으로 중국과 미국이라는 세력 관계에서 일방적으로 미국 편을 드는 결정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을 설득할 명분과 가치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이는 한반도를 둘러싼 세력 관계의 균형추를 급격하게 무너뜨림으로 동북아의 긴장과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을 뿐이다. 급기야 중국은 한국의 대통령을 향해 '소탐대실 하지 말라'며 한국 국민에 대한 상용복수비자 발급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북한 미사일에 대한 안보 차원에서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는 명분도 이미 설득력을 잃은 상태로 미국의 전략적 방어 차원이라는 것이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국장의 진술서로 널리 알려졌다. 북한은 한국 정부의 대북 압박 제재 상태 속에서도 올해만 14번의 미사일 실험을 강행했다. 압박과 제재가 북한의 미사일을 포기하게 하는 유효한 정책 수단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사드 배치는 오히려 미사일 개발을 재촉할 뿐이다. 비민주적, 일방적, 반평화적인 사드 배치 결정 과정을 들여다 보면 지금의 정부가 한반도 통일의 평화로운 비전과 전망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 참담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다고 하면서도 그 과정은 전혀 비민주적이었고, 일방적이었고, 평화적이지 않았다. 그 결과, 국민들의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사드배치 반대 여론이 더욱 힘을 얻어가고 있다. 지금이라도 한반도 사드배치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 북한 역시 미사일 실험이 자국의 체제안전 보다는 동북아 갈등의 격랑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중단해야 한다. 한반도 국민들이 동의하는 안보와 평화의 가치, 미국 편으로 일방적으로 쏠리지 않으면서도, 주변국들을 설득할만한 안보와 평화의 가치를 세워나가는 지혜롭고 독자적인 한국만의 외교가 지금 절실하다!
/글·사진=평통기연 제공
* 외부 기고 및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