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룡 평통기연 운영위원
▲강룡 평통기연 운영위원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 외침은 과거 진보진영에서부터 터져 나왔으며, 민주화 세대의 우리 선배들은 "통일"을 외친다는 이유만으로도 독재정권의 핍박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오늘날 법치국가의 최고 규범인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통일은 대통령의 책무이기도 하지만, 보수와 진보를 떠나 모두의 이슈가 되었다. 오히려 근래 보수진영의 통일주장과 노력이 일응 더 돋보이기도 한다. 대통령의 "통일대박론", 통일관련 당내모임들, 통일관련 재단의 출연, 북한출신 비례대표 국회의원...

그러나 이것이 통일대박론을 언급한 대통령께서 좋아하는 "진심"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개성공단 전면 폐쇄, 사드배치 논란, 대북확성기 재설치, 대북제재를 위한 국제적 공조 노력 등을 차치하고서라도 탈북민 국회의원 대신 4.13 총선에서 표가 많은 조선족 출신 국회의원을 계획하고 있다는 새누리당 관계자의 발언을 보아도 여실히 알 수 있다. 그 이유가 단합되지 않은 탈북자들이어서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에, 필자는 또 한 번 아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은 당리당략과 정략을 위함이요, 통일을 위함이 아님을 자인하는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보수인사들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진보진영에서는 통일을 위하여 어느 정도의 진정어린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인가? 이 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통일의 가교라 하는, 특히 기독교인들이 하나님께서 통일을 미리 경험하도록 남한에 보내주신 선물이라고 이야기하는 북한출신들에 관한 사안에 한해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물론 "보수는 나쁘고 진보는 좋다", 혹은 "보수는 좋고 진보는 나쁘다"라는 이분법적 흑백논리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며, 우리 사회 특히 탈북민 사회가 좌우 이념이 공존하여 건강한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반도에서 보수 또는 진보 등 하나의 이념으로 일색화된 사회는 탈북민들이 경험한 북한 하나면 충분하다.

보수진영에서는 비록 정략과 당략에 의한 결정이라 할지라도 이들을 키우는데 실질적인 노력을 들이고 있다. 국내 최고의 학생들에게 최고의 장학금을 지급한다는 한 보수일간신문 관련 재단에서는 "SKY" 출신 위주의 탈북대학생들과 탈북 로스쿨생들에게도 생활비를 포함한 전폭적인 장학금 지원을 하고 있다. 필자도 같은 탈북자이지만, "진보성향을 갖고 있다는 죄?"로 로스쿨에 입학하는 시점에 지원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북한출신 인재들을 키워내려는 의지는 보수진영에 비하면 진보진영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장학금 지원은 물론 탈북민들을 교육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의 절대다수는 보수진영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한민국에 첫 발을 내디딘 순간부터,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국정원에서 조사를 받고 사회에 나와서도 보수적인 주변 환경에서 보수진영의 파워를 느끼며 보수의 "보살핌"을 받게 되는 필자를 비롯한 탈북민들.. 독재국가인 북한을 탈출하여 갓 입국한, 아직 자유민주주의나 인권에 대한 의식이 채 정립되기도 전에 "순수"한 탈북민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보수 일변도로 세뇌된다. 그리고 진보진영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극우 탈북민들"이라고 정죄하는데만 열을 올리고 있다.

죽어가는 북한의 부모형제에게 생활비를 보내기 위해 자신의 부족한 생활비마저 저축하는 탈북민들, 그러나 자신도 살아가기 어려운 이 사회의 현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양심과 숙고(熟考)는 뒤로 하고 당장의 재정적 필요를 위해 같은 탈북민을 간첩으로 허위고발하고 우익 집단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집회를 조직·참여하는 행위를, 당사자인 이들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쉽게 비난만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들의 궁박한 상황과 독재체제에서 부모형제를 잃은 탈북민들의 원한과 복수의 감정을 악용하는 세력들의 죄책도 가볍지만은 않다.

진보진영이 자신들이 목숨을 바쳐 탄생시키고 발전시켜온, 우리 사회의 발전에 기여해 온 진보적 의제들을 보수진영에 어처구니없이 선점당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개탄하며, 진보진영에게 쓴 소리를 하고 싶다. 정말로, 생명을 내걸고 통일을 외치던 민주화 세대의 정신을 이어받은 진보인사들이라면,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통일의 일꾼들을 키워내는데 주저함이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물며 다음세대를 준비해야 하는 기독인들에게야..."그러므로 무엇이든지 그들이 말하는 바는 행하고 지키되 그들이 하는 행위는 본받지 말라 그들은 말만 하고 행하지 아니하며"(마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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