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기독일보 김준형 기자] 앨라배마 주 대법원장이 주 공증 판사들(probate judges)에게 동성결혼 증명서 발급을 금지하는 주의 현행법을 유지하라고 요구했다. 로이 S. 무어 대법원장은 지난 1월 6일 행정명령을 발동하며 "앨라배마 주 대법원에서 추가 결정이 나오기까지 판사들은 어떤 동성결혼 증명서도 발급하지 말아야 할 의무를 지닌다"고 명시했다.
앨라배마 주는 지난 2015년 3월 "결혼은 한 남성과 한 여성의 결합"이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지만 같은 해 6월 연방대법원이 오버게펠 대 핫지스(Obergefell v. Hodges) 케이스에서 동성결혼 합헌 판결을 내리면서 큰 혼란에 빠진 바 있다.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각 주에 그대로 적용되느냐 문제였다.
이 행정명령에서 무어 대법원장은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주 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없다"고 했다.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오버게펠 케이스에 대한 판결이므로 이 소송에 참여한 제6순회 항소법원 치리권 내의 오하이오, 테네시, 미시간, 켄터키 등 4개 주에만 직접적으로 적용된다는 것이다.
한 예로, 제8순회 항소법원은 네브라스카 주의 한 동성애자가 오버게펠 케이스를 거론하자 제8순회 항소법원의 사법권이 미치는 주에서는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항소법원은 알칸사, 사우스다코타로부터 올라온 소송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명시했다. 캔자스 연방지방법원도 비슷한 판결에서 "오버게펠 케이스가 동성결혼을 금지하는 캔자스 주의 헌법과 규정들을 직접적으로 폐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이 지방법원은 "오버게펠은 캔자스에 거주하는 원고에 대해 판결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즉, 미국의 여러 법원들이 오버게펠 케이스에 대한 직접적 적용을 거부하는 사례가 발견된다.
이런 연유로 무어 대법원장은 "혼돈과 불확실성"이란 단어를 언급하며 앨라배마 주 대법원이 차후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때까지 판사들은 결혼증명서를 발급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무어 대법원장의 행정명령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버밍햄과 모빌 지역의 변호사들은 연합 성명을 내고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조이스 화이트 밴스 등은 "정부 직원은 법에 동의하지 않을 자유는 있지만, 법을 따르지 않을 자유는 없다"면서 "이 판결은 미국의 최고 법정에서 내려진 것이므로 앨라배마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단체 휴먼라이츠캠페인의 사라 워벨로우 디렉터도 "무어 대법원장은 헌법으로 허락된, 동성 커플의 결혼권을 방해하고 있다"고 했다. 앨라배마 주 일부 판사들은 대법원장의 행정명령을 무시하고 계속 동성결혼 증명서를 발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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