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을 거룩히 지키라”(창 2:2∽3, 출 20:8∽11, 마 12:8)

서헌제 박사(교회법학회장, 중앙대 명예교수, 대학교회 목사)
서헌제 박사(교회법학회장, 중앙대 명예교수, 대학교회 목사)

성경 창세기에 따르면 하나님은 6일간에 천지를 창조하신 후 제칠일에는 그가 하시던 모든 일을 그치고 안식하시고 그날을 복되게, 거룩하게 하셨다(창 2:2∽3). 십계명의 제4계명은 일곱째 날은 하나님의 안식일인즉 아무 일도 하지 말고 거룩하게 지키라고 명한다(출 20:8∽11). 유대인들은 하나님의 창조가 6일 만에 완성되었으므로 안식일에 해서는 안되는 ‘아무 일’을 ‘창조에 관한 일’(Melacha)로 믿고 그 범주를 씨뿌리기, 밭갈기, 추수하기 등 39가지로 엄격히 규정한다. 심지어는 알파벳 2자 이상 쓰기, 불 지피기 등도 금지목록에 포함된다.

그런데 안식일에 예수님이 병자를 고치고 제자들이 배가 고파 밀이삭을 잘라먹자 유대인들은 그들의 39가지 멜라카를 기준으로 안식일을 범하였다고 비난하였다. 예수님은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있는 것이요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있는 것이 아니며”, “안식일에 선을 행하는 것이 옳다”고 하면서 “인자가 안식일의 주인”이라고 선포하셨다(마 12:2∽12). 그러므로 안식일은 창세부터 그리스도의 부활까지는 일주일의 마지막 날(토요일)이었으나, 그리스도의 부활 후부터는 일주간의 첫날(주일, 일요일)로 바뀌었다. 안식일의 주인이신 예수님이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날, 즉 안식 후 첫날이 주님 재림의 날까지 지켜야 할 기독교의 새로운 안식일이 된 것이다(웨민 21.7).

‘주의 날’에는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하고 감사하는 공적, 사적 예배가 기독교인들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예배시간 외에도 세속적 직업과 오락에 대한 일과 말과 생각으로부터 떠나서 거룩한 휴식을 지켜야 한다(사 58:13, 웨민 21.8). 이처럼 ‘주일성수’가 개혁교회의 전통을 이어받은 한국교회의 믿음이 되면서 주일 예배를 드릴 수 없는 불가피한 사정이 생긴 경우 커다란 신앙적 갈등을 겪게 된다.

과거 법조인 등용문이었던 사법시험 제1차 시험이 일요일에 시행되었는데 주일성수 때문에 시험을 포기하고 법조인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법대생이, 국가고시를 일요일에 치루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기독교인의 종교의 자유와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수만명이 응시하는 사법시험의 경우에는 시험 시행일을 일요일로 정한 것은 다수 국민의 편의를 위한 것이므로 이로 인하여 기독교인의 종교 자유가 어느 정도 제한된다 하더라도 이는 공공복리를 위한 부득이한 제한으로 보아야 하고, 기독교 문화를 사회적 배경으로 하는 구미 제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일요일은 특별한 종교의 종교의식일이 아니라 일반적인 공휴일로 보아야 할 것이다”라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하였다.

시험관리 편의성 때문에 일요일시험의 불가피성을 인정한 위 헌법재판소 결정은 주5일제가 정착되기 전에 내려진 것이므로 일요일 이외에 토요일이 사실상 공휴일이 된 현시점에서도 설득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현재 공무원시험과 각종 국가공인 자격시험은 대부분 토요일과 주중에 시행된다. 그런데 법조인이 되는 첫 관문인 법학적성시험(LEET)만 특별한 이유 없이 일요일에 시행되고 있다.

법무부의 위임에 따라 법학적성시험을 주관하는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공권력의 주체인 만큼 헌법상 평등의 원칙, 비례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기독교인의 성일인 일요일시험으로 기회를 박탈당하는 기독교들의 불이익은 매우 큰 반면 일요일에 시험을 실시해야 할 불가피한 사정은 충족되지 못한다고 할 것이므로 일요일시험은 명백히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 국가에서 뭐라고 하든 신실한 기독교인들에게는 일요일은 그냥 ‘공휴일’이 아니라 하나님께 예배를 드려야 하는 ‘주의 날’이기 때문이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헌제 #서헌제교수 #가이사 #기독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