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리즈를 시작하며
구약성경을 어떻게 해석하여 현실에 적용할 것인지는 모든 목회자와 성도들의 관심사이다. 구약성경 본문에서 윤리적, 신앙적, 영적 교훈을 도출하여 이를 설교하는 방식이 한국교회의 강단에서 보편적으로 발견되지만, 최근 팀 켈러(Keller)의 저서와 설교가 한국교회에 소개되면서 구약성경의 구속사적 또는 그리스도 중심적 해석과 설교가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상황이다.
중요한 사실은 팀 켈러가 소개하는 방식의 해석과 설교가 지난 이천년의 교회사를 통해 지속되어 온 핵심적인 전통이라는 점이다. 신약성경의 저자들은 구약성경 전체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하여 증언하는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요5:39; 눅24:44-48 참조)을 전제로, 그가 선지자들이 예언한 메시아 왕이요 구원자이심을 증거했다. 사도들은 때로는 구약성경의 특정 구절을 직접 인용하거나 암시하는 방식으로, 때로는 구약의 중요한 사건이나 주제를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예수님의 말씀과 사역이 예언의 성취임을 드러냈다. 이러한 사도들의 해석은 초대교회의 교부들뿐 아니라 중세교회를 통해 계승되었고, 루터와 칼빈 같은 종교개혁자들과 그들의 후예인 청교도들에 의해 강조되었다.
구약성경에 대한 구속사적 또는 그리스도 중심적 해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교에 적용할지에 관한 방법론은 1980년대 이후 복음주의권 학자들의 연구와 저작물을 통해 꾸준히 제시되고 있다. 에드먼드 클라우니(Clowney), 크리스토퍼 라이트(Wright), 브라이언 채플(Chapell), 그래엄 골즈워디(Goldsworthy), 시드니 그레이다누스(Greidanus) 등의 학자들은 구속사적 해석의 원리와 방법론을 제안해왔다. 특히 그레이다누스는 창세기(2007)로부터 시작하여 전도서(2010), 다니엘(2012), 시편(2016), 레위기(2021)에 대한 저서를 집필하여, 이 분야에서 크게 기여하고 있다.
비록 구속사적 또는 그리스도 중심적 해석과 설교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폭넓은 공감대가 있지만, 이러한 해석에 대한 오해와 어려움은 강단에서의 실천을 어렵게 하고 있다. 한편으로, 설교자들은 구속사적 설교를 구약의 맥락과 역사적 의미를 무시하고 억지로 그리스도를 끌어내는 풍유적(allegorical) 설교를 지칭하는 것으로 오해하여 매우 주관적인 해석을 시도함으로써, 구속사적 설교에 대한 거부감을 키우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로, 구속사적 설교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어려움 때문에, 설교자들은 구약의 본문에서 구속사적 의미를 도출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영적 또는 윤리적 교훈을 도출하여 성도들에게 직접 적용하는 데에 안주하기도 한다.
구약성경을 구속사적 또는 그리스도 중심적으로 해석하고 설교한다는 것은 구약의 맥락과 관계없이 그리스도를 언급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해석과 설교는 구약 본문의 문법적-역사적 의미를 충분히 탐구하되, 해당 본문이 제시하는 메시지가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성취되었으며, 더 나아가 교회에 적용되는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구약의 선지서는 구속사적 해석을 탐구하는 데에 있어서 최적의 본문을 제공한다. 첫째로, 선지서는 언약 백성의 죄악에 대한 정죄와 심판의 예고를 강렬하게 전달하면서, 죄의 심각성과 회개의 필요성을 일깨워주는 동시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대속의 은혜가 얼마나 크고 놀라운지를 깨닫게 한다. 둘째로, 선지서는 언약 백성의 심판 너머에 있을 회복과 구원의 약속을 제시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과 사역을 통해 그리고 교회를 통해 어떻게 이 약속이 성취되었는지 살펴보게 한다. 셋째로, 선지서는 하나님께서 언약 백성에게 품으셨던 기대가 무엇이었는지를 돌아보게 함으로써, 교회의 성도들이 새 언약 백성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지침을 제공한다.
필자는 향후 본지의 기고문을 통하여 구약 선지서 본문에 대한 균형 잡힌 구속사적 해석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신약의 저자들이 인용하는 구절을 포함하는 본문은 물론 다양한 선지서 본문을 택하여, 각 본문이 특정한 역사적 정황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했는지 분석하면서, 동시에 그 메시지가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속과 연관되어 있고 더 나아가 성도들의 신앙과 삶에 지침을 제공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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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