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간 토요일에 필자가 사는 아파트 중앙 잔디 광장에서 마을 축제가 열렸다. 공식 명칭은 알뜰 나눔 장터이다. 먹거리 체험과 벼룩시장, 기부 나눔으로 매년 한 번씩 행사를 한다고 하는데 필자는 처음으로 장터에 나가 보았다. 큰 쇼핑백을 들고서.
중앙 잔디 광장을 가득 매운 벼룩시장에는 가족 단위의 좌판들이 광장을 한 바퀴 둘러 펼쳐져 있고 사람들도 많이 나와 물건을 고르고 사느라고 분주했다. 먹거리 코너와 주민들이 기부한 가정용품을 무료로 나누는 코너가 있었다. 사람들이 밝은 표정으로 축제 한마당을 만들었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좌판을 벌여 놓고 집에서 가져 나온 물품들을 직접 팔고 사는 모습이었다. 아이들이 즐겁고 밝은 표정으로 호객을 한다. 싸요 싸! 지금 아니면 영영 못 사요! 빨리 오세요! 물건 새거나 다름없어요!
이 행사는 주민 관리센터가 아니라 시민단체인 주민 분쟁 조정센터 산하의 소통방 회원들이 시작했다고 한다. 아파트는 생리적으로 이웃과 별로 교류가 없고 서로를 잘 알지 못한다는 점에 착안해 나눔 장터를 계획했다고 한다. 주민 간의 소통과 교제를 위한 장터. 얼마나 멋지고 훈훈한 발상인가?
미국 보스턴에 가까운 작은 소도시 뉴 헤븐에 갔을 때 필자가 방문한 교회 마당에서 벼룩시장이 열렸다. 큰 장터는 아니었다. 하지만 매주 토요일마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자신들이 사고팔 용품들을 가지고 나왔다. 큰 장터는 아니지만 동네 아이들과 어른들이 나와서 물건 몇 점씩을 두고 서로 필요한 것들을 골랐다. 필자도 그때 그곳에서 산 1달러짜리 목각 인디언 인형을 지금까지 장식장에 두고 있다.
독일 남부의 대학도시 튀빙겐을 방문했을 때에도 벼룩시장을 둘러보았다. 독일은 도시마다 광장문화가 자리 잡혀 있다. 이곳에서 정기적으로 벼룩시장이 선다. 여기에는 오래되고 희귀한 물품이 많았다. 옛날의 동전과 지폐, 성주들이 살았던 전통적인 성곽 조각품, 도자기와 고서들도 있었다. 한 편에서는 버스킹을 하는데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관광객을 의식하고 나온 지역 특산품도 보였다. 사람들이 광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일본 나카사키에 갔을 때에도 우연히 바다 부둣가에 선 벼룩시장 같은 장터를 가보았다. 주말이라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젊은이들이 많이 나와 있었고 주로 먹거리 코너가 길게 줄지어 있었다. 축제 분위기로 사람들 표정이 밝고 즐거워 보였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5일장이 곳곳마다 서서주민들의 생필품을 구입하고 논밭에서 농사지은 것을 직접 가지고 나와 거래를 했다. 전문적으로 장이 서는 곳을 찾아다니는 상인들도 있었지만 같은 면 단위 정도의 이웃들이 나와서 장이 섰다. 시골 목회를 할 때 면 소재지에서 5일장이 서면 축제 한마당이 되는 걸 보았다. 그날을 기다려 장터에 나가면 별것을 사지 않아도 볼거리가 많았다. 아직도 시골에는 축제처럼 장이 서는 곳이 많다. 마을공동체가 자연스럽게 이어온 한마당이다.
우리는 도시화와 상업주의가 팽배한 현대를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잃어버리지 않아야 할 마을공동체 문화유산을 이어가기 위해 벼룩시장이나 도심형 장터가 지속되기를 바란다. 마을 공동체가 형성되고 행복해지고 서로 소통하고 나눔의 공간으로 이어지기 위해 마을마다 행복 축제가 번져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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