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1884년 7월 로버트 맥클레이 선교사가 의료와 교육을 동반한 공식 선교활동을 고종 황제로부터 처음 윤허 받은 지 140주년을 맞은 해다. 서구 선교사들이 조선 선교 초창기 선교지 분담 정책을 펼치는 과정에서 보인 ‘에큐메니칼 정신’을 기리는 행사가 열렸다.
‘에큐메니칼 선교 연구회’는 21일 서울 종로구 소재 연동교회(담임 김주용 목사)에서 ‘성공이 아닌 섬김’이라는 주제로 한국선교 140주년 기념예배 및 에큐메니칼 선교 세미나를 개최했다. ‘에큐매니칼 선교 연구회’는 미국장로교(PCUSA), 연합감리교회(UMC), 호주연합교회(UCA), 미국연합그리스도의교회(UCC) 교단이 대한민국에 파송한 목회자들이 결성한 단체다.
고종 황제의 선교 윤허 이후 언더우드, 아펜젤러, 스크랜튼 등 여러 교파 출신의 서구 선교사들이 잇따라 조선 땅에 입국했다. 이후 교육과 의료 등이 동반된 선교활동이 활발히 이뤄짐에 따라, 교파 간 불필요한 경쟁을 막고 효율적인 선교사역을 위해 교단별로 선교지가 분담됐다.
1909년 미국북장로교, 남장로교, 호주장로교, 캐나다장로교 등 4개 장로교 선교부와 미북감리회와 남감리회 등 2개 감리교 선교부는 ‘지역분담협정위원회’를 개최하고 선교지 분담협정을 체결했다. ‘교계예양(敎界禮讓)’으로 불리는 이 협정은 선교부 간 상호존중과 양보를 이뤄내 소위 ‘에큐메니칼 정신’을 구현했다고 평가된다.
이날 행사에서 김지은 목사(미국장로교)는 ‘성공이 아닌 섬김’(마가복음 10:35-45)이라는 제목으로 전한 설교에서 “일제 치하인 1912년부터 34년 소천 때까지 한국에서 선교했던 서서평 선교사는 항상 기도하고 기억하던 주제는 ‘성공이 아닌 섬김’이었다”며 “‘에큐메니칼 선교’로 시작했던 한국 기독교 선교는 어느덧 140주년을 맞았다. 이를 통해 한국교회는 향후 서로를 존중하고 섬기며 선교의 지경을 확장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진 축사에서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 박상규 목사는 “바울은 역사는 거울이라고 했다”며 “잘나거나 못난 모습을 모두 비치는 한국선교 140주년 역사는 지난날의 잘못을 반성하며 세상의 희망이 되면서 힘차게 나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행정기획실장 이용윤 목사는 “기감은 지난 3일 아펜젤러 선교사가 순직한 곳으로 보이는 군산 어청도 근처에 기념비를 세웠다. 140년 전 이름도 빛도 없이 순교한 서구 선교사들이 보인 존중 정신은 우리 한국 교회들이 추구할 에큐메니칼 정신의 방향타”라고 했다.
예장통합 사무총장 김보현 목사는 “오늘 행사가 교단 간 친교와 협력으로 이어지는 출발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종생 목사는 “선교는 하나님이 하신다. 하나님의 선교의 손과 발이 되는 우리는 그분의 이름을 열심히 증거하면 된다. 선교는 소금처럼 짠맛을 내고 자신이 사라질 때 비로소 성립된다”고 했다.
이날 기념예배에 이어 한국선교 140주년 기념도서 ‘성공이 아닌 섬김’ 출판기념회 및 에큐메니칼 선교 세미나가 ‘미국장로교 한국선교 역사의 기여-에큐메니칼 운동과 교육 선교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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