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 젠더정체성 발달은 다음과 같다: 2-3세가 되면 생물학적 섹스에 대한 감각을 가지게 된다. 이성애적 규범(heteronormativity)의 전형적인 표상에 따라 소년 상과 소녀 상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 대개 3살이 되면 자신에 대해 젠더정체성이 생긴다. 4살 때 소년은 남자임을 의미하는 음경의 존재를 지각하고, 소녀는 음경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여자임을 지각한다. (이때의 갈등적 상황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 한다) 이후 아이는 자기가 남자 또는 여자로 자랄 것임을 안다. 즉 젠더가 지속적임을 아는데, 이를 젠더안정성(Gender Stability)이라 한다. 이때부터 소아들은 외양(외모나 옷입기)를 보고 남자 또는 여자임을 판단한다. 예를 들어 여자옷을 입거나 머리가 긴 소년을 여자로 보는 수가 많다. 6-7세 아이는 다른 성의 옷을 입어도 자신의 그 성이 될 수 없음을 안다. 이를 젠더 영속성(Gender Permanence)이라 한다. 7살 되면 소아들은 생물학적 성이 외양과는 상관없음을 인식한다.
그리하여 소아는 성/젠더에 있어 세 가지 관점을 이해한다: ① 생물학적 성. 즉 자신이나 사람들이 생물학적 남자와 여자임을 이해한다. ② 자기가 지각하는 젠더정체성. 즉 자신이나 사람들이 자기자신의 젠더정체성의 감각을 가진다는 사실을 이해한다. ③ 사회적 젠더정체성. 즉 자신이나 사람들이 대개 외모나 옷입기에 따라 남자 또는 여자라고 지각한다는 것을 이해한다.
그럼 젠더불쾌증은 어떻게 생겨나는가? 어떤 아이들은 자신의 정상적 발달단계를 통과해 나가는데 혼란을 겪을 수 있다. 즉 그들은 통상적인 성(제더) 정체성을 자신의 몸과 일치시키는데 어려움을 겪거나 일탈한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지난 칼럼에서 말하였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나 가족 체계에서, 성혁명에 의해 혼란한 시대에 살고 있음으로 인해, 어린 사람들에게 성 정체성 혼란 현상이 더 심각해 지고 있다.
비통상적 젠더정체성, 즉 젠더불쾌증을 가지는 소아는 흔히 4세 즈음 트랜스젠더 행동을 하는 것이 관찰된다. 이때 이성복장도 흔하게 동반되는데, 젠더불쾌증을 가진 남아의 75%에서 4세 이전에 나타난다. 이때 동반되는 특징으로 자폐증이 있다. 즉 자기 이외에 다른 사람 또는 사회적 환경이 있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생겨나는 갈등은 청소년들의 행동특징들에 포함되는 충동적, 위험 감수, 감정 돌변(변덕), 부모와의 갈등관계, 등과 깊이 연관된다.
최근 새로이 걱정되는 현상으로, 급속발병젠더불쾌증(Rapid-onset gender dysphoria. ROGD)이 있다. 이는 청소년들이 트랜스젠더인 동무들의 영향을 받아, 급속히 발생하는 젠더불쾌증이다. 일종 사회적 전염(social contagion) 현상이다. 그 증상은 소아 또는 청소년이 어느날 갑가지 트랜스젠더로 커밍하웃하는 것이다. 그 전에 갑자기 말이 없어지고, 부모나 가족과 대화를 끊고 자기방에서 sns에 열중하며, 반대성의 옷이나 물건들을 사고, 사사건건 반항 행동을 시작한다. 일상 친구들을 만나는 것을 중단하고, LGBTQ 청소년들과 주로 어울린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이제 자기는 다른 성이라고 선언한다는 것이다. 부모로서는 청천벽력 같은 사건이다. 놀래서 야단치면 아이는 화를 내고 반항한다. 온 집안에 갈등이 넘쳐난다. 기어이 화해가 안되면 그 청소년은 집을 나가기도 한다. 그러면 노숙자처럼 되거나, 트랜스젠더나 동성애자 콤뮤니티(공동체)로 들어간다. 부모로서는 아이를 잃는 것이다.
한편 좋은 소식은, 소아기나 청소년 초기에 젠더불쾌증을 나타내던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사춘기를 지나면서 시스젠더로 돌아온다는 사실이다. 대개 10-13세때 트랜스젠더 행동을 중단한다. 즉 젠더정체성은 유동적(fluid)이다. 특히 주위에서 트렌스젠더의 행동을 못하도록 막는 경우에 더욱 줄어든다. 연구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80-90%에서 시스젠더로 돌아 온다고 한다.
이렇게 젠더정체성이 바뀌는 것을 젠더 유동성(gender fluidity)이라 한다. 즉 젠더는 언제든, 얼마동안이든, 얼마나 자주, 그리고 어떤 종류의 젠더로도 자유롭게 바뀔 수 있다는 의미이다. 심지어 매일 바뀔 수 있다.
사춘기에 생물학적 성으로 자신을 동일시하게 만드는, 즉 시스젠더가 되게 하는 요소로서 다음 세가지가 있다: ① 사회환경 변화 –남녀가 겪는 사회적 상황이 크게 다를수록 아이들이 시스젠더로 자랄 가능성 크다. ② 신체 변화 –사춘기 이차성징이 나타남에 따라 시스젠더가 된다. ③ 사랑에 빠지면서(falling in “love”) 시스젠더가 된다. 즉 성적 느낌에 열중하고 그런 느낌이 발전하면서 시스젠더로 변한다.
이때 유동성의 경과 중에 성적 느낌의 발달과 함께 동성애가 발생할 수 있다. 그 형태는 대개 두가지로 알려져 있다. 조기(소아기) 발생과 후기(사춘기이후) 발생으로 구분된다. 조기 발생 트랜스젠더는 소아기 때 발견되며, 성장하면서 일시 중단되지만, 나중 동성애자로 나타나며 다시 트랜스젠더가 되기도 한다. 이 집단의 트랜스젠더는 자신의 생물학적 성의 사람들에게 끌리는 경향이 크다. 즉 생물학적으로 동성애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를 이성애자라고 주장한다. 반면 후기발생 트랜스젠더가 있다. 이들은 소아기 때는 징후가 보이지 않다가 사춘기 후에 트랜스젠더로 커밍아웃하는 것이다. 아마도 그 이유가 사춘기 동안 받았을 어떤 성적 트라우마 때문일 수 있다. 이들은 성 지남에서는 생물학적으로 반대 성의 사람에게 끌리는 경향이 크다. 즉 생물학적으로는 이성애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를 동성애자 또는 양성애자라고 주장한다.
사춘기를 지나 성인이 되었어도 계속 트랜스젠더로 살아가는 사람의 미래-예후는 어떨까? 젠더불쾌증의 성전환 시술을 받지 않는 “자연 경과”에 연구는 아직 거의 없다. 그러나 성전환 시술과 관련된 경과는 다수 있다.
대표적으로 the National Center for Transgender Equality의 The U.S. Transgender Survey는 18세 이상 미국인 트랜스 및 넌바이나리(nonbinary) 92,329명을 2022년 10월 19일-12월 5일까지 조사하였다. 그 결과 44%가 지난 30일 동안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경험했다고 하고, 30%가 홈리스(homelessness)를 경험 했다고 한다. 그리고 약 1/3이 가난을 겪고 있다 하였다. 이는 젠더불쾌증을 가진 성인들의 삶이 여전히 평탄치 않음을 짐작케 한다.
젠더유동성은, 가능하다면 섯불리 확인 정신치료나 성전환 시술이나 성전환 수술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다. 소아에게 성전환 시술을 하는 것은 의료윤리 위반이다. 더구나 성전환 시술이 최근 폭증하고 있고, 그 부작용들이 알려지기 시작하고 있고, 성전환 시술을 후회하는 수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젠더유동성은 트랜스젠더의 전환치료가 가능하다는 의미가 된다.
트랜스젠더 청소년들이 좀 더 잘 시스젠더로 돌아오게 하려면, 부모는 단호하지만 신중하고 부드러운, 화를 내지 않는(non-reactive) 그리고 아이에게 수치감을 자극하지 않는 전략을 사용하여야 한다. 이때 기독 상담이 필요할 수 있고 또 중요하다. 우리 기독교 교회는 그런 전문가를 양성하여야 한다.
민성길(연세의대 명예교수, 연세카리스가족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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