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등법원 안지현 상임조정위원장은 자신의 경험을 “내 인생의 플랜 B”라는 칼럼에서 말한다. 법정에서 흔히 보는 일은 재판에서 누구나 이길 것이라는 생각에만 몰두해 질 경우를 대비하지 않고 결국 재판까지 가겠다고 한단다.
그는 의미있는 말을 한다. “항상 1차로만 달려갈 수는 없다. 생각지도 못한 장애물을 만나게 되었을 때, 비관하고 모든 것을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멀리서 장애물을 내다보고 차선책을 준비해 둘 것인가. 그 모든 것은 내 마음에 달려 있다”
이 말은 개인의 인생에도 적용될 뿐만 아니라 운명공동체인 한 국가나 사회에도 적용되는 적절한 말이라고 본다. 사람은 개인적인 일에 실패할 수도 있다. 그리고 개인을 넘어 국가나 세계적 위기 앞에 직면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에 대응할 ‘플랜 B’가 준비되었는가이다.
빌 게이츠가 가장 신뢰하는 환경과학자이자 경제사학자인 바츨라프 스밀(Vaclav Smil)은 그의 저서 <대전환>에서 세계를 바꾼 위대한 서사인 인구, 식량, 에너지, 경제, 환경, 5가지 요인이 상호작용함으로 미래 예측이 쉽지 않다고 경고한다. 그는 전통적인 종말론적 미래나 진보적인 낙관론을 말하지 않는다. 과거 세계사를 움직인 대전환의 서사를 고찰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미래는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는 말이다.
올해 여름은 역대급 폭염으로 새 기록을 경신 중이다. 기후 위기를 온몸으로 실감하고 있다.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이 1.5도를 초과하지 않게 국가 간에 기후협약을 맺었으나 위험한 수준에 도달했다. 세계 지도자들은 기후 위기에 관한 플랜 B를 세우고 있는가?
전기만을 의존하던 에너지 생산 수단은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화석 연료를 언제까지 사용하게 될지, 핵 에너지 사용을 얼마나 억제할 수 있을지, 에너지 없는 문명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를 위한 플랜 B는 무엇인가?
세계 인구는 점진적으로 선진국으로 유입되어 가고, 나라마다 인구는 대도시로 집중해 이동하고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미래의 도시와 난민, 자연과 환경 문제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기후는 갈수록 위기를 고조시켜 폭염과 혹한, 오존층 파괴와 팬데믹급 질병을 가져올 것이다. 지구 환경에 대한 플랜 B는 없는가?
우리나라의 문제로 대입해 생각해 보자. 해마다 감소하는 저출생 문제는 인구 감소로 직결되어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 가임률 성장을 위한 플랜 B는 무엇인가? 이민 정책을 비롯한 정부의 대책만으로는 희망적이지 않다. 이주민과 공존할 준비가 되었는가?
세계 상위권의 반도체와 AI 기술개발에 들어갈 에너지 수요에 대한 플랜 B는 무엇인가? 선진국 위상에 걸맞은 생태계 보존과 기후 위기에 대한 부담을 감당할 준비가 어느 만큼이나 되었는가? 인구 문제와 식량, 에너지와 경제, 생태계 변화와 기후 위기는 얼마든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모든 가능한 미래를 예측하고 플랜 B를 세워야 한다. 1차로만을 고집할 때가 아니다. 한 생명의 가치가 고귀함같이 공동운명체인 사회와 국가의 생명도 포기할 수 없는 존재 가치를 가졌다. 어떻게 할 것인가? 위기에 대한 공동 인식과 공동 책임감으로 플랜 B를 만들어 보자. 각 분야 전문가들과 지도자들은 플랜 B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자. 우리의 미래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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