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마약 유통조직 사건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지난 5일 ‘대학생 연합동아리를 이용한 대학가 마약 유통조직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던 모습 ©뉴시스

대학 청년층에서 외로움 수준이 높을수록 마약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높았고 사용 의도도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을 위한 마약 및 중독 예방센터’(Drug & Addiction Prevention Center On the Campus, 이사장 두상달 장로, 이하 답콕)는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정태연 교수팀이 서울 소재 한 대학교 학생 37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4 대학생 마약 사용 인식 및 실태조사’의 주요 결과를 8일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들 중 실제 마약 투약자는 5명으로, 조사 대상자의 1.3%에 해당했다. 조사한 대학에 재학하는 학생을 대략 2만 명이라고 할 때, 약 250명이 마약을 투약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고 답콕은 전하기도 했다.

답콕은 “더군다나 조사의 주제와 특성상 감추어진 비율까지 고려했을 때, 실제 마약 유경험자의 숫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한 조사 결과, 응답자들의 ‘마약 사용에 대한 인식’은 매우 높은 수준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물 사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 ‘SNS나 인터넷을 통해 마약류를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점 등 마약류 전반에 대한 실태나 현실에 대해서는 인식 수준이 각각 5점 만점에 4.2점, 3.6점 정도로 높았다.

마약 사용의 원인에 있어서는 응답자 대부분이 ‘마약을 접할 기회의 증가’(77%)를 꼽았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유흥업소의 증가’(46%), ‘정부의 단속 소홀’(43%), ‘마약 정보의 과다’(42%) 순이었다. 이 밖에 ‘도덕성의 감소’(28%), ‘경쟁사회’(15%), ‘빈부격차’(15%) 등의 원인은 높게 나타나지 않았다.

동시에 마약 사용으로 인한 이득을 묻는 질문에서, 응답자들은 ‘마약과 같은 약물이 기분을 좋게 하고 안정감을 줄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또한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도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 대학생들이 인식하기에 마약 사용은 주로 ‘정서적인 측면’에 혜택을 준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답콕은 전했다.

마약 사용의 책임 소재로는 ‘약물 사용자’(92%)보다 ‘약물을 제조·밀수·판매하는 사람’(98%)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보았다. 또한 ‘적절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한 정부’(76%)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응답했다.

마약으로 인한 손실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는 ‘개인적 손실’(34%), ‘사회적 손실’(33%), ‘주변인의 반응’(33%) 등 각 유형별 비슷한 비율로 인식 수준이 나타나고 있어, 응답자들이 마약 사용의 문제를 단순히 ‘개인적 차원’으로 국한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답콕은 전했다.

또한 마약 중독자 및 판매자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마약 중독자에 대한 엄격한 단속과 처벌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높은 점수(5점 만점에 4점)를 부여하고 있으면서도, ‘마약 중독자는 범죄자이면서도 환자이기 때문에 치료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의견에 보통 수준 이상의 동의(5점 만점에 3.7점)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답콕은 “해당 연구에서 분석한 결론에 따르면, 마약 사용 의도는 대부분의 심리적 요인과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였다”며 “대학 청년층에서 외로움 수준이 높을수록 마약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높았고 사용 의도도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반대로, 삶의 의미가 높고 자기통제성향이 강할수록 마약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아졌다”고 했다.

연구진은 “대학 청년들의 정서적 외로움과 사회적 외로움이 마약 사용 의도를 높이고 있다”며 “청년들이 진정성 있는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바쁘게 미래를 준비하지만, 삶의 의미는 부재하고, 불안이 높은 청년들에게 자아실현과 행복추구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며 “대학생 중심의 구체적인 정서 관리 방법이나 교육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나아가 “공익광고를 활성화해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을 도모할 필요성도 제기된다”고 했다.

연구를 총괄한 정태연 교수(중앙대 심리학과)는 “대학 연합동아리 마약 유통 사건과 같이 학생들은 또래 집단에서 마약 투약에 대한 압박을 받을 경우 이를 거절하기 어렵다”며 “대학 차원에서 면밀한 실태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답콕에 따르면 실제 지난해 마약류 사범은 27,611명으로 전년 대비 50.1%나 증가했다. 특히 20대 사범은 전체 마약 사범 중 8,368명으로 전체 마약 사범 중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대학 연합동아리 마약 유통 및 투약 사건을 담당한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대학생 마약 투약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전국민적 경각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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