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욱 교수
신성욱 교수

마음이 울적한 날이면 눈에서 넘쳐흐르는 것이 있다. 슬픔이 극도에 달하면 눈에서 터져 나오는 것이 있다. 후회의 마음이 최고조로 달할 때 흘러내리는 것이 있다. 뭘까? 바로 눈물이다. 사람은 누구나 운다. 여자아이도, 남자아이도, 어른도 모두 운다. 무시무시한 이빨을 자랑하는 악어도, 평생을 우두커니 서 있는 나무도 가끔은 운다. 눈물샘에서 분비되는 모든 눈물을 다 쏟아내고 나면 마음이 상쾌해짐을 만끽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경험하는 마음속 아픔은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콧날이 시큰해지고, 숨이 가빠 오고,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은 내적인 고통이 눈물과 함께 싹 씻겨가게 된다. 눈물의 성분을 살펴보면 98.5%가 물이고, 나머지 1.5%는 염화나트륨, 염화칼륨 등의 염류와 알부민 등의 단백질과 지방이 차지하고 있다. 눈물의 성분으로만 보면 기뻐서 흘리는 눈물, 슬퍼서 흘리는 눈물, 분노하거나 화가 나서 흘리는 눈물에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그 농도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화가 났을 때 흘리는 눈물은 다른 감정에서 흘리는 눈물보다 짜다고 한다. 교감신경이 흥분해 수분은 적으나 염화나트륨은 많은 눈물이 배출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쏟아내는 눈물에는 제각기 다른 감정이 담겨 있다. 그리고 결과는 어떤 눈물이라도 우리 내면의 뜰을 풍성하게 가꾸는 거름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나는 눈물이 참 많은 편이다. 12년간 아이들과 떨어져 살았기 때문에 공항에서 이별한 순간들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제일 마음이 약한 사람이 나이다 보니 언제나 내가 맨 먼저 울거나 혼자 울고 있음을 보았다. 요즘은 아예 아무도 울지 않고 나만 울고 있을 정도로 감정이 매우 약한 사람이다. 물론 집회 중에 말씀을 듣다가 은혜받고 회개하면서 울 때도 꽤 많았다. 그런데 그런 눈물을 흘려본 지도 꽤 오래 된 것 같다.

페북에서 페친 한 분이 올려놓은 사진 한 장을 보았다. 뭔고 봤더니, 자신이 기도하면서 흘린 눈물 몇 방울 떨어진 자국이었다. 꽤 큰 눈물이 세 방울이고 작은 방울이 서너 개였다. 위에는 “Dear Lord”, 아래는 “Amen”이라 적힌 노트 중간에 엄청 큰 눈물과 작은 눈물 자국이 떨어져 있었다. 많은 걸 시사하는 의미심장한 사진이다. “주님”과 “아멘” 사이를 눈물이 메꾸고 있다면 분명 주님께 눈물로 호소하다가 응답을 받은 것이라 생각된다.

대다수의 수분과 미량의 염화나트륨과 염화칼륨 등이 뒤섞인 성분에 불과하지만, 저 눈물이 뚝뚝 떨어져 노트를 적시기까지 주인공의 마음속 감정은 다양했리라 짐작해본다.

시 56:8절은 다음과 같이 말씀한다. “나의 유리함을 주께서 계수하셨사오니 나의 눈물을 주의 병에 담으소서 이것이 주의 책에 기록되지 아니하였나이까.”

이것은 다윗이 사울을 피해 블레셋으로 망명했을 때 지은 시의 내용 중 한 구절로, 그 시기야말로 다윗의 생애 중 가장 위험한 때였다. 그는 당시 자신의 상황을 이렇게 고백한다. “사람이 나를 삼키려고 종일 치며 압제하나이다”(시 56:1). 주님은 다윗이 유리하고 방황하던 때와 장소, 환경과 당시 상황, 그 고통의 깊이와 눈물, 그리고 그때그때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과 위협하며 그를 힘들게 한 모든 사람들을 다 기록하고 계수하고 계셨다.

하나님은 우리의 죄만 기억하고 계신 게 아니고 우리의 의와 고통까지도 남김없이 다 계수하고 계시는 분이심을 알 수 있다.

“나의 유리함을 주께서 계수하셨사오니 나의 눈물을 주의 병에 담으소서.” 주님은 분명 우리 각자의 눈물을 담는 병을 갖고 계실 것이다. 마지막 날 주님은 그 눈물 병을 우리 앞에 꺼내 놓으시고 “이게 네가 평생 흘린 눈물이다”라고 하시며 우리의 삶을 결산하실 것이다.

슬퍼도 울지 않고 기뻐도 울지 않는, 눈물이 메마른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때에 말씀을 읽고 듣다가 울고, 자신의 허물과 생각이 생각나 울고, 나라와 민족과 북한 동포들을 생각하면서 우는 눈물이 메마르지 않고 끊임없이 샘솟듯 솟아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주여, 나의 눈물을 주의 병에 담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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