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우리교회가 ‘일만성도 파송운동’을 통해 29개 교회를 분립시킨 지 2년이 지났다. 이 교회 담임 이찬수 목사는 지난 2022년 4월 25일 주일예배에서 “현재 남은 교인들은 5천 여명이 됐다”고 했다.
‘일만성도 파송운동’은 분당우리교회 전 성도의 최소 절반인 1만 명에서 최대 4분의 3인 1만5천 명까지를 분립개척교회로 파송하는 프로젝트다. 분립된 교회들은 서울 4곳을 비롯해 일산, 구리, 인천, 안양, 성남 9곳, 하남, 경기도 광주 2곳, 용인 6곳, 수원 2곳, 그리고 화성에 위치해 있다.
◈ 분립개척교회의 정의와 사례는?
구병옥 개신대학원대학교 전도학 교수가 쓴 ‘건강한 교회개척을 위한 분립개척 연구’라는 논문에 따르면, 분립개척은 “첫째, 재정지원뿐 아니라 성도들을 파송해 교회개척에 참여하도록 한다. 둘째, 분립개척교회는 모교회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자율성을 가진 교회다. 셋째, 모교회가 개척 목회자를 선발해 분립개척교회 담임목사로 파송한다”고 정의됐다.
분립개척의 사례는 분당우리교회 이전부터 있었다. 순수 실용적 목적으로 분립교회가 세워지는 경우다. 광림교회(담임 김정석 목사)는 교회에서 거리가 먼 지역의 성도들 요청에 따라 분립교회를 세우고 있다. 2017년 설립된 인천 소재 광림서교회 등이 그 예다. 광림교회의 분립교회들은 정착 초기 지교회로 등록됐다 일정 기간이 지나 재정, 담임 목회자의 목회적 역량 등이 안정화될 경우 모(母)교회로부터 독립한다.
다만 분당우리교회는 특정 정신을 추구하고자 분립개척이 이뤄진 경우로 위 사례와 다르다. 구병옥 교수는 앞서 논문에서 분립개척의 의의와 목표에 대해 “하나님 나라 관점에서 대형교회의 우상을 버리고 하나님 나라의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세상에 보냄 받은 유기체로서 성육신적 정신을 갖고 희생을 감수하며 교회를 낳는 교회”라고 했다. 이어 “맘모니즘에 물들기 쉬운 한국교회에 분립개척은 한 지역교회가 독점적인 영향력과 지배력을 추구하는 것을 포기하고, 교회 재정과 사람을 기꺼이 나눠 하나님의 뜻을 추구하는 행동”이라고 했다.
◈ 분립개척의 주된 목표 “교회성장주의 탈피”
이 같은 정신을 좇은 본보기는 거룩한빛광성교회가 있다. 1997년 개척돼 몇 해 뒤부터 교회 분립을 시작한 거룩한빛광성교회는 지난해 1월까지 29번째 분립개척교회를 세웠다. 이 교회 원로 정성진 목사는 교인 숫자가 1만 명을 넘어서자 ‘교회의 대형화’를 우려해 분립개척을 시작했다고 한다. 거룩한빛광성교회로부터 분립된 개척교회들 각 정관엔 ‘교인 1천 명이 넘으면 분립한다’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또 김동호 목사가 시무했던 ‘높은뜻숭의교회’ 사례도 있다. 이 교회는 예배 장소로 사용했던 숭의여대 대강당이 수용인원 포화 문제에 직면하자, 분립을 결정했다. 2009년 이 교회는 ‘높은뜻’ 이름을 앞에 붙인 높은뜻정의교회, 높은뜻광성교회, 높은뜻푸른교회, 높은뜻하늘교회 등 4개 교회로 분립됐다. 여기엔 교회성장주의를 경계해온 김동호 목사의 평소 철학이 반영되기도 했다.
이후 높은뜻연합선교회를 중심으로 높은뜻씨앗이되어교회, 높은뜻섬기는교회, 일본 높은뜻오차노미즈교회 등이 개척됐고, 이후 높은뜻덕소교회, 높은뜻파주교회 등 10곳 이상으로 분립개척이 진행되고 있다.
다만 앞선 두 가지 사례들이 모(母)교회의 명칭 일부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본점-지점’ 형태의 소위 ‘프랜차이즈 교회’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즉, 대형교회에서 갈라져 나왔다는 인상을 줌으로써, 지역교회 교인들의 분립교회로의 수평이동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구병옥 교수는 앞서 논문에서 선한목자교회의 3번째 분립교회인 ‘함께하는교회’를 예시로 들며 이 같은 문제점을 말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함께하는교회’ 담임 정기연 목사는 유기성 선한목자교회 원로목사가 이 교회를 담임했을 당시 부목사로 오랫동안 사역하면서 유 목사의 목회 철학인 ‘예수동행정신’을 체득했다. 그러나 그는 분립 개척할 교회에 ‘선한목자’라는 명칭을 쓰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1·2차 분립개척 교회들은 교회 이름에 ‘선한목자교회’라는 이름이 포함돼 있어, 개척하는 지역에서 거부감이나 반대 등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존 지역교회 교인들의 수평이동을 염려한 것이다. 그래서 스승 목사의 목회철학인 ‘동행’을 담되 ‘선한목자’를 쓰는 대신 ‘함께하는교회’로 탄생된 것이다.
분당우리교회의 분립교회 29곳 모두 ‘우리’라는 명칭은 쓰지 않았다. 분당우리교회의 ‘일만성도 파송운동’ 추진 이유도 성장주의를 지양하고, 지역교회들과의 상생을 추구하기 위함이라고 알려졌다. 이찬수 목사는 지난 2022년 4월 25일 주일예배에서 일만성도 파송운동의 달성을 선언하면서 “지금 침체를 겪고 있는 한국교회에 29개 교회와 분당우리교회가 존재하는 그것 때문에 인근의 작은 교회들이 같이 기뻐하고 상생하고 같이 꿈을 꾸고 싶다”고 했다.
◈ 바람직한 분립개척 되려면
구병옥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교회의 건강성 지표는 말씀이 제대로 선포되는 교회”라며 “분립개척의 목표달성 여부는 성경 말씀을 왜곡하지 않고 하나님의 뜻을 선명하게 선포하면서, 그 말씀이 삶에서 드러나도록 성도들을 양육하는지에 따라 달렸다”고 했다.
대형교회는 분립교회가 들어설 지역 교회의 생태계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구병옥 교수는 “바울이 복음이 전파되지 않은 곳에 교회를 세워 선교하기로 결단한 것처럼, 분립개척이 복음화율이 약한 지역에서 진행되는 것이 하나님 나라 확장의 관점에선 더욱 바람직할 것”이라고 했다.
30대 개척 목회자인 김요환 성혈교회 담임목사는 “어떤 형태로든 복음이 전파될 수만 있다면 기뻐했던 바울의 정신을 생각한다면 대형교회의 분립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확장에 있어 전체 지역교회에 덕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분립교회의 위치 선정 변수는 인근 교회 숫자의 많고 적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분립교회가 지역교회가 하지 못했던 전문사역을 감당하고, 나아가 사역의 다각화를 이뤄내는데 일조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했다.
일산시 소재 어린양교회 담임 이춘근 목사는 “주님의 머리 아래 있는 지역교회들은 서로 지체로서 연결돼 있어야 한다”며 “작은교회처럼 한 손가락의 아픔은 생각하지 않고 자기 교회만 잘 된다고 생각한다면 성경적 원리에 어긋난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형교회의 분립교회 등 규모가 있는 교회들이 지역사회의 교회 이미지를 선도해 가는 사역을 하면 좋을 것”이라며 “그러면 지역사회의 기독교 신뢰도를 높이면서 작은 교회들이 전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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