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11:12-25절에 유명한 내용이 등장한다. 성경 최대의 난제 중 하나이자 제일 풀리지 않았던 본문이다. 종려주일을 지내신 예수님께서 베다니에서 나오셨을 때 시장하셨다. 그때 멀리서 한 무화과나무를 보시는데, 잎이 무성했기에 열매가 있는 줄 아시고 가서 보시니 열매가 하나도 없었다. 예수님께서 화가 나셔서 무화과나무에게 영원한 저주를 내리셨다.
이 내용을 알고 있는 이들 중 유명한 이 몇 사람이 예수님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버트런드 러셀’이라는 영국의 지성인이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라는 책에서 본문에 나오는 예수님의 행동에 너무 실망했다고 비평을 했다. 또 ‘슈바이처 박사’는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앞두고 너무 두렵고 긴장한 나머지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했다고 보았다.
과연 그럴까? 본문을 문자적으로만 본다면 충분히 일리 있는 비판들이다. 우리 어릴 때는 임금님이라 해도 겨울철에 수박을 먹을 수 없다. 제철 과일이 아닌 수박을 겨울철에 찾았는데, 신하가 가져오지 못했다고 임금님이 신하를 죽이거나 수박을 저주한다면 가당키나 한 일일까? 결코 아니다.
이 본문을 그저 문자적으로 해석한다면 버트런드 러셀과 슈바이처 박사와 같은 비판이 쏟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화과나무의 비유는 ‘상징적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도구’ 역할을 한다.
그 상징이 드러내고자 하는 구체적 실례는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성전 폐지 사건’이다. 우선 여기서 우리는 ‘예수님께서 왜 철이 아닌 무화과나무에 열매가 없다고 저주하셨나’ 하는 질문부터 해결해야 한다.
이 터무니없어 보이시는 예수님의 행동을 이해시켜보고자 여러 가지 해석이 나왔다. 헬라어로는 한 단어이지만, 히브리어로는 ‘파게’(phage)와 ‘테에나’(taena)로 나뉜다. 전자는 3~4월에 열리는 작고 맛이 별로 없는 ‘첫 열매’를 말하고, 후자는 5~8월에 열리는 맛있고 잘 익은 ‘나중 열매’를 뜻한다. 이 두 단어를 구별해서 ‘충실하게 열리는 제 때의 무화과는 아직 때가 아니지만 3~4월에 열리는 작고 맛이 별로 없는 열매는 기대하셨다’라고 해석하는 이들이 꽤 많다. 그럴 듯해보이는 해석이긴 하지만, 예수님의 의도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데서 나온 잘못된 해결책이다.
15년 전, 모교인 총신 신대원 양지 도서관에서 기도 중에 하나님이 내 시선을 무화과나무의 ‘열매’에서 ‘잎사귀’로 순간 이동하시듯 옮겨주셨다. 바로 그 순간, 그동안 이해할 수 없어서 혼돈스러웠던 본문의 문제가 10년 묵은 체증이 뚫리듯 시원스레 해결되는 기적을 맛보았다.
본문에서 주님의 의도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열매 없음’이 아니라 열매 없음에도 ‘무성한 잎만 자랑하는 외식주의자 이스라엘 백성들과 예루살렘 성전’에 있었다.
열매의 때가 아니었음을 정당화해보기 위한 일체의 다른 시도는 소용없는 일임을 잘 파악해야 한다. ‘무화과나무의 비유’와 ‘성전 폐지의 사건’은 전혀 어울리지 않은 것 같은 내용이지만 둘 다 ‘외식’(hypocrisy)을 의미하는 동일한 주제를 갖고 있다. 무화과나무의 비유는 상징적으로 말한 것이고, 성전 폐지의 사건은 그 상징이 가리키는 구체적인 문제점을 소개하신 내용이다. 무화과나무는 다른 나무와는 달리 열매가 맺은 후 잎사귀가 나온다.
즉 잎사귀가 있으면 열매가 있음을 뜻하는 것이란 말이다. 그런데 열매도 없는 나무가 잎사귀만 자랑하는 걸 ‘외식’이라고 한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지닌 외식의 구체적인 실례가 다음에 나오는 ‘성전 폐지 사건’이다. 성전은 ‘기도하는 곳’이다. 그런데 기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제물로 바칠 짐승을 사고 팔면서 폭리를 누리는 이들과 성전세를 바치기 위해 외국에서 온 이들의 돈을 성전에 바칠 수 있는 돈과 환전해주면서 이윤을 얻는 이들이 성전에 가득했다.
성전에 찾아오는 유일한 목적인 기도와는 다른 목적으로 온 이들이다. 이들의 행위가 ‘외식’ 아닌가! 많은 학자들이 ‘성전 청결 사건’이라고 불러왔다. 하지만 예수님은 성전을 청결시키러 오신 것이 아니라, 아예 폐지시키러 오셨다. 성전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형식주의적인 외식’으로만 가득 찼을 때 예수님은 자신의 몸이 십자가에 죽임을 당하심으로 ‘새 성전’이 되어주셨다. 예수님이 돌아가실 때 성전 휘장이 둘로 찢어졌음을 보라.
무화과나무를 영원히 저주하신 구체적 내용이 바로 ‘성전 폐지 사건’이다. 이 본문은 ‘샌드위치 기법’이라고 말한다.
A. 무화과나무의 비유1: 외식
B. 성전 폐지 사건: 외식
A’. 무화과나무 비유의2: 외식의 결과(말라 죽음)
외식의 결과는 참혹했다. 죄가 가득하면서 죄 없는 체, 의와 경건이 없으면서 있는 체하는 모든 행위들이 ‘외식’이다. 수난주간을 맞는 이 뜻깊은 주간에 참 성전으로 오셔서 우리 몸을 성전 삼으신 주님을 위해 어떤 성전으로 남은 생을 살아가야 할지를 깊이 되새겨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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