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동성애는 정신장애의 하나였다. 그러다가 1973년 미국정신의학회가, 근거와 과정이 어떠하든, 동성애를 “정상화“하였다. 이후에 동성애 자체가 병적이라는 의미의 연구는 줄어들었다. 그러나, 동성애자들이 고통받고 있는 다른 정신장애들에 대한 연구들은 오히려 더 많아졌다. 수많은 연구들이 동성애자들에게 우울증, 자살, 불안장애, 약물남용, 폭력성 등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표적으로 2006년 발표된 한 메타 분석은 1996년 1월에서 2005년 4월까지 출판된 관련 논문 13,706개 중 포함기준에 맞는 28개 논문에 포함된 총 214,344명의 이성애자와 11,971명의 비이성애자들(레즈비언, 게이, 및 양성애자)을 비교하였다. 이 연구는 표본 크기가 거대하고 상대적으로 작은 신뢰구간으로 이 측정치의 신뢰성은 매우 높다. 분석결과 비이성애자는 이성애자에 비해 일년 기간 동안 우울증을 경험할 확률은 약 2배 이상 높았으며, 불안장애를 가질 확률은 대략 1.5배 더 높았고, 자살을 시도할 확율이 2.47배 더 높았다, 비이성애자 남성의 경우 자살 시도의 위험성이 4.28배 더 높았다. 약물 남용에 대해서는 비이성애 남성과 여성 모두 1.51배 더 높았고, 특히 비이성애 여성은 이성애 여성보다 3.42배 더 높았다.
전국 규모의 인구를 대상으로 한 연구들도 동성애자들이 이성애자들에 비해 불안장애, 기분장애(우울증), 물질사용장애, 자살사고 등의 유병율이 높다고 하였다. 대체로 남자 동성애자에게는 우울증, 불안장애가 많고, 여자 동성애자에게는 음주와 약물남용이 많이 발견되었다.
동성애가 다른 누구를 해치지 않기 때문에 정신장애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실제로는 동성애자들은 데이트시에 또는 동성 동거나 동성결혼의 상황에서 파트너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2009년의 한 연구는 동성애 남자들은 이성애 남자들보다 파트너에 대한 폭력행사가 3배 많다고 하였다. 또한 사람에 따라 색다른 성적 감각을 위해 난폭한 가학-자학 행동(sado-masochism)을 하는 수가 있다.
기타, 2009년의 한 연구는 동성애 남자들은 이성애 남자들보다 성적 강박(obsession)은 4배, 양극성 장애는 5배, 행동장애는 3.8배, 광장공포증은 6.5배, 강박장애는 7.18배, 자살 시도나 자해행동은 2.58-10.23배, 니코틴 의존은 5배, 알코올 의존은 3배, 기타 약물남용은 4배 많다고 하였다.
동성애자들은 앞서 말한 자체 증상과 현실적으로 자주 동반되는 신체적 합병증들과 정신건강 문제들, 그리고 사회적 차별과 고립에 따른 갈등과 불안 등등 “고통”이 클 것이다. 그래서인지 미국의 한 AIDS 전문가는 도시의 남자 동성애자들에게 약물 남용, 우울증, 가정내 폭력, 소아기 시절 성적 학대 당함 등이 합병증으로 동반되고 있어, 이를 복합적 유행증후라는 의미의 ‘syndemic’이라 한 바 있다.
비이성애자들 중 젊은 동성애자들이 더 불행하며, 또한 전반적으로 여성들이 더 우울하다. 특히 양성애자가 공동체와의 연결성이 더 부족하고, 성 정체성 갈등 때문에 더 불행하고, 그리하여 삶의 질도 더 낮다고 한다. 또한 그러나 인종 간에 차이는 없다고 한다.
따라서 동성애가 정상이라고 주장하는 미국 게이 및 레즈비언 의학회(Gay & Lesbian Medical Association)와 게이 및 레스비언 정신과의사협회(Association of Gay and Lesbian Psychiatrists)도 비이성애자들의 정신건강이 나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 이유에 대해 동성애자들은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낙인(스티그마), 편견, 혐오 내지 억압과 폭력이 “스트레스”가 되어 동성애자들과 양성애자들의 정신건강을 해친다고 설명한다. 즉 차별과 혐오가 없어진다면 동성애자들의 정신건강 문제가 없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이렇게 차별에 의한 스트레스가 정신건강문제를 야기한다고 설명하는 이론을 ”사회적 스트레스모델“이라 한다. 특히 동성애자들과 같은 성 소수자들에 대해서는 ”소수자 스트레스“라 한다. 전형적인 소수자 스트레스에 고통받는 사람으로 흑인, 이민자, 장애자 등이 있다. .
동성애 청소년들에게 자살률이 높다. 그 원인은 가족의 몰이해 그리고 victimization, 특히 동성애자임이 밝혀지는 것(커밍 아웃)에 대한 갈등과 두려움, 우울증, 약물남용 등이다. 그러나 Remafedi 등은 동성 끌림과 동성애 행동이 있으나 동성애자라는 정체성을 부인하는 청소년들에서는 자살률이 이성애 청소년과 비슷하였다. 즉 내심 자신은 동성애자가 아니라는 정체성이 있으면 자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청소년들은 일시적 동성애자로서 나중 이성애자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들은 아마도 동성애에 대한 차별과 혐오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차별과 상관없는 정신건강문제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동성애자는 이성애자에 비해, 자기애(narcissism)와 과대성이 심하고, 반면 죄의식이 크고, 자존감(self-esteem)은 낮다. 또한 이룰 수 없는 환상에 대한 끊임없는 갈망 때문에 동성애적 안절부절(Homosexual restlessness)을 보인다고 한다. 또한 동성애자들이 흔히 보이는 파트너에 대한 폭력은 사회적 차별과 혐오 떄문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비이성애자들과 이성애자들 사이에 정신건강문제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연구도 있다. 한 2001년 연구는, 한 명이 레즈비언이고 또 다른 한 명은 이성애자인 184쌍의 자매들의 정신건강을 연구했다. 연구 결과 두 집단 사이에 정신건강 문제의 비율에서 큰 차이점을 발견하지 못했고, 오히려 레즈비언인 여성들이 상당히 더 높은 자부심을 갖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 다른 한 2003년의 연구도 이성애 남자와 게이 또는 양성애자 남자 사이에서 일반적 행복감, 건강, 직업 만족도에 대해 큰 차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는 비이성애자들의 상태도 다양하여, 그들 중에서도 자부심을 가지고 또는 어떤 뛰어난 재능으로 사회에 기여하면서 잘 적응하는 사람들도 있음을 의미한다. 또는 정신건강문제가 있더라도 잘 '카무플라주(camouflage)'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여러 상황을 종합할 때, 많은 의문이 생긴다. 동성애자들의 정신건강문제가 사회적 차별 때문만으로 생기는 것일까 또는 다른 이유는 없는 것일까 하는 것이다. 차별이 없는 사회에서는 그럼 동성애자들의 정신건강문제는 없는가? 그들은 사회적 차별 때문이 아닌, 비이성애자로서 필연적으로 가지는 내면의 문제, 즉 무의식적인 갈등은 과연 없는 것인가? 나아가 동성애 때문에 정신장애가 생기는가, 또는 정신장애 때문에 동성애 행동을 하는 것일까 하는 질문도 가능하다. 또는, 한 정신장애로 진단받은 사람에서 다른 동반장애를 갖는 수가 많은데, 예를 들면 우울증에 불안장애와 약물남용 등이 자주 동반되듯이, 동성애 자체도 여러 동반 정신장애를 가지는 하나의 정신장애로 보아야 되는 것 아닐까 한다. (계속)
민성길(연세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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