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욱 교수
신성욱 교수

학부 채플에 일산의 한 목사님이 오셔서 설교를 전했다. 오랜만에 재미도 있고 감동적인 내용의 설교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본문은 딤전 6:11-12절이었다. “오직 너 하나님의 사람아 이것들을 피하고 의와 경건과 믿음과 사랑과 인내와 온유를 따르며 믿음의 선한 싸움을 싸우라 영생을 취하라 이를 위하여 네가 부르심을 받았고 많은 증인 앞에서 선한 증언을 하였도다.”

설교 초반에 달란트 비유에 나오는 종들에게 결산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소개하면서 자신이 ‘악하고 게으른 종’에 속한 사람인지 아니면 ‘착하고 충성된 종’에게 속한 것인지를 한 번 생각해보았다고 한다. ‘착하고 충성된 종’이라 말하긴 어렵고, 그렇다고 목사인 자신을 ‘악한 종’이라고도 보기는 힘 드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게으른 종’에 가장 가깝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그래서 사모님에게 자기 생각을 말했더니 사모님이 이렇게 소리쳤다고 한다.

“이보세요. 게으른 사람이 악한 사람이에요!” 우리 모두 다 웃었다. 듣고 보니 사모님 얘기가 많더라는 것이다. 그렇다. 사모님이 제대로 말씀하신 것이다. 마 25:26절에 나오는 “악하고 게으른 종아”라고 할 때 ‘게으른’이란 단어의 헬라어는 ‘ὀκνηρός’이다. 이 단어는 게으른 것도 맞지만 여기서는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일부러 일하지 않은 것’을 뜻한다. 주인을 사람 차별화하는 악한 사람으로 생각해서 이윤을 남겨주지 않으려고 고의로 놀아버린 것이다.

주인에 대해 오해하다 보니 청지기의 사명까지 손놓아버린 것이다. 그러니 주인으로부터 악한 종이라는 정죄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게으른 것이 악하다’고 하신 사모님의 말씀이 백 번 옳았던 것이다. 모든 설교자들은 자기 사모님들을 무시해선 안 된다. 남편 목사님들의 장점과 약점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분들이 사모님들이다. 자기 사모님들의 이야기에 귀를 열어놓으면 손해 볼 것 전혀 없다.

설교자는 설교 중에 한 청년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회사에 다니는 젊은이인데, 회식에 가더라도 술 마시는 일에 동참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권면을 자주했다. 그 청년이 회사에 입사해서 회식하는 날이 있었다. 거기서 다들 술을 마시는데 그걸 거절했더니 회사 상사 두 사람이 자기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힘든 나머지 목사님을 찾아와 고심을 털어놓았다. 그래도 신앙인답게 거룩함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얼마 후 다시 회식이 있었다고 한다.

이 청년이 지난 번 회식에서와 똑같은 반응을 보였더니 자기를 핍박하던 상사 두 사람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회사에서 내보내겠다고 결심을 하면서까지 괴롭혔다. 너무 힘든 나머지 목사님을 다시 찾아와 만일 자기가 목사님 말씀대로 하다가 회사에서 쫓겨나면 어떡하느냐고 염려했다고 한다. 그때 목사님은 만일 그런 일이 생기면 자기가 좋은 데 취직시켜주겠다고 약속하고선 보냈다.

그때부터 이 목사님은 청년에게 한 약속 때문에 큰 부담을 갖게 되었다. 정작 그 청년이 회사에서 쫓겨나면 취직시켜줄 회사가 없었기에 걱정이 아주 컸던 것이다. 그래서 기도를 하고 있는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만일 그 청년이 쫓겨나면 신학교에 보내서 자기 교회 사역자로 쓰면 되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 정도로 거룩을 사수하면서 핍박을 받아 쫓겨난 사람이라면 교역자로 쓰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기적이 일어났다며 이 청년이 목사님을 찾아왔다. 상사 두 사람이 너무 자기를 힘들게 하기에 목사님이 하신 약속만 믿고 회사를 그만두고자 사표서를 써놓았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상사 두 사람으로부터 회사 옥상으로 올라오라는 연락이 왔다. 이미 각오를 했기에 옥상에 가서 두 상사에게 사표서를 내밀었다. 그랬더니 두 사람이 정색을 하면서 사표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그 두 상사는 물론 자기 사무실 내 직원들 대부분이 기독교인이더라는 것이었다. 선배들 눈치 때문에 찍히는 것이 두려워 모두가 회식자리에서 세상 사람들과 구별되는 행동을 보이지 못해온 것이다. 그랬던 그들이 이 한 청년의 구별됨을 보고선 모두가 동일하게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래서 결국은 대부분이 자기 신분을 밝힌 채 후배 사원을 존경하고 예뻐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중요한 일이 있으면 이 청년에게 일을 맡겼다고 한다.

그래서 초고속으로 승진해서 사무실과 회사 분위기가 달라지고 행복하게 일을 잘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감동적이었다. 세상은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질 때가 많다. ‘거룩이 밥 먹여주나?’라고. ‘거룩이 밥 먹여준다!’는 대답을 오늘 이 목사님이 소개한 그 청년을 통해서 우리는 확실하게 들을 수 있었다. 물론 이 청년과 달리 회사에서 왕따 당해 쫓겨난 이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결과를 경험하든지,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말씀대로 거룩하게 살았느냐’ 하는 것이다.

최종 결과는 이 땅에서가 아니라 천국에서 확연하게 드러날 것이다. 그날을 바라보며 매순간 ‘거룩’과 ‘경건’을 실천하고 사는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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