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수 4천여 개 중대형교단 탄생
분열 거듭한 교계에 ‘연합’ 이정표
예장 합동개혁과 예장 개혁이 최근 ‘합동총회’를 통해 교단을 통합하고 ‘예장 개혁’으로 새 출발했다. 두 교단은 ‘합동선언문’에서 “신학과 신앙이 같고, 특별히 개혁주의 보수신학을 중심으로 하고 있어 총회를 합동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단의 정체성이 같다면 굳이 따로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번 통합에 따라 교회 수 4천여 개의 중대형교단이 탄생했다. 교계에선 분열을 거듭해온 한국교회에 ‘연합’이라는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합된 교단의 첫 총회장으로 취임한 정서영 목사는 취임사에서 양 교단 출신 교인들을 향해 “조금씩 양보하고 이해하고 수용하면서 개혁교단이 한국교회를 이끄는 좋은 교단으로 발전하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향후 예장 개혁총회가 ‘교단 통합’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에 교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기독일보는 합동개혁 측 총회장이었다가 이번에 통합 총회장이 된 정서영 목사를 만나 교단 운영의 비전 등에 대해 들었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
두 교단, 오래 교류…보수적 신학 노선 같아
본격 대화 2~3개월 만에 합쳐, 하나님 은혜
-예장 합동개혁과 예장 개혁의 교단 통합을 논의하게 된 계기가 있나?
“두 교단은 옛날부터 교류가 많았다. 교단의 신학과 노선이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각자가 가진 장단점들이 있었는데, 합동개혁 측은 교회 수는 더 많았지만 정규 신학교가 없었다. 반대로 개혁 측은 인가받은 학교인 수도국제대학원대학교가 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교단 통합 논의가 진행됐던 것 같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면 그 이상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여기에 모두 공감해서인지 통합 과정은 굉장히 순조로웠다. 본격 대화를 나눈 지 2~3개월 만에 교단을 합치게 됐다. 하나님의 은혜다.”
-두 교단의 물리적 결합은 이뤄졌지만, 진정으로 한 교단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교인들에겐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앞서서도 이야기 했지만, 이미 오랫동안 교류해 왔었고, 교단의 색깔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교단의 지도자격인 목회자들이다. 두 개의 교단이 하나가 된 만큼 교단 운영이나 행정 등에 있어 당분간 조정하고 조율해야 할 것들이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목회자들이 서로 자기주장만 하게 되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니 조금씩 양보하고 이해하며 수용해야 한다. 이는 총회장 취임사에서도 강조한 부분이다.”
-통합한 교단의 첫 총회장이 되셨는데, 앞으로 교단 운영에 있어 어떤 원칙과 비전을 갖고 있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최근 ‘신앙적 입장문’을 발표했다. 예장 개혁총회도 그 내용에 입각해 운영할 것이다.”
정서영 목사는 한기총 대표회장이기도 하다. 정 목사가 언급한 한기총의 신앙적 입장문은 지난 9월 25일자로 발표됐다. 당시 한기총은 “한기총의 정체성에 관해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도 있고, 한기총의 미래에 대해 염려하시는 분들도 있다”며 “이에 한기총의 입장을 확실하게 선언한다”고 입장문 발표의 배경을 설명했다.
한기총은 이 입장문에서 △WCC(세계교회협의회)와 WEA(세계복음주의연맹) △종교 혼합주의와 종교 다원주의를 중심으로 한 에큐메니칼 운동 △동성애를 철저하게 배척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복음주의적 신앙 △대한민국의 안전과 신앙의 자유를 위해 자유민주주의를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교단, 사람 아닌 조직·시스템으로 운영돼야
‘개혁’ 이름의 다른 교단들과 통합에도 노력
-그 밖에 교단 행정이나 제도 등에 대한 방향성이 있다면?
“큰 틀에서의 방향은, 교단이 사람이 아닌 조직과 시스템에 따라 운영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야 교단도 건강해지고 교회들도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목회와 신앙생활에만 전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교단 통합이 한국교회에 주는 메시지가 있을까?
“파급력이 클 것이다. 알다시피 한국교회 교단의 역사는 분열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 분열은 대부분 신학·신앙적이 아닌 인간적 이유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같은 신앙고백을 하는 예장 합동개혁과 예장 개혁이 조건 없이 통합했다. 연합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고 본다.”
-예장 개혁총회가 한국교회에서 어떤 교단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라나?
“교단 통합으로 인해 규모적으로도 커진 만큼 한국교회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것이 어떤 것이든 주님께서 주신 사명으로 알고 최선을 다하고 싶다. 개혁 교단은 뿌리 깊은 정통성 있는 교단들 중 하나다. 그 이름에 걸맞게 개혁에 앞장설 것이다. 그래서 한국교회의 연합과 부흥에 일조하는 교단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또 현재 ‘개혁’이라는 이름을 가진 몇 개의 교단들이 있는데, 다 같은 형제들이다. 그들과 통합하는 일에도 노력할 것이다.”
-끝으로 꼭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교회가 안팎으로 위기 가운데 있다. 지금 이 상태로는 희망이 잘 보이지 않는다. 큰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야말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심정으로 개혁해야 할 때다. 무엇보다 목회자들의 변화가 절실하다. 목회자들이 완벽하게 낮아져, 제자들의 발을 씻기셨던 예수님처럼 섬기는 자로 거듭나야 한다. 저를 비롯해 예장 개혁총회 목회자들부터 그렇게 될 수 있도록 항상 애쓰며 노력하겠다.”
◆ 정서영 목사
개신대학원대학교(신학석사)와 서울기독대 대학원(Ph.D.) 등을 나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대표회장, 세계한국인기독교총연합회(세기총) 대표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충신중앙교회 담임,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 대표회장,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을 맡고 있다. 예장 합동개혁 총회장이기도 했던 그는 최근 예장 개혁과의 합동총회에서 통합된 교단의 첫 총회장으로 취임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