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 등 위기 임산부가 익명으로 병원에서 출산할 수 있는 ‘보호출산제’가 25일 국회 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돼 통과됐다.
소위 ‘보호출산제’로 불리는 ‘위기 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 보호에 관한 특별법’은 전날인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통과돼 이날 복지위 전체회의에 상정됐다. 해당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와 본회의 통과를 남겨두고 있다.
이 법안은 미혼모 등 사회 경제적 어려움으로 양육이 어려운 위기 임산부가 출산하고 비밀로 출생신고를 하되, 출생 아동에 대해선 지방자치단체가 출생신고 및 아동보호를 담당하도록 한 것이 주요 골자다.
이는 김미애 국민의힘이 대표발의한 ‘보호출산에 관한 특별법’과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위기임산부 및 아동보호 지원에 관한 특별법’ 등 국회에 계류중이던 관련 법안 3건에더 복지위 소위 의원들 의견이 반영된 합의안이다.
해당 법안은 위기임산부를 경제적 심리적 신체적 사유 등으로 출산 및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으로 정의하면서, 지역 내 지정 상담기관에서 출산 및 양육 관련 지원 상담을 제공받도록 한 내용도 포함했다. 아울러 아동의 출생 당시 기록도 남겨 추후 친모 정보를 찾길 원한다면, 친모와 자녀의 동의 하에 관련 정보를 제공받도록 했다.
보호출산제 도입으로 위기 임산부들은 제도권 안에서 안전한 출산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위기임산부들은 2012년부터 친생부모에게 출생신고의무를 부과하는 입양특례법에 따라 양육이 어려워져 출생아를 입양기관에 맡기려 해도, 출생신고 기록이 남아 아동 유기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게 입양단체 측 주장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영아유기사건은 1,272건 발생했고, 2014년 41건에서 2018년 183건으로 약 4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30여 단체와 연대하는 ‘지켜진 아동의 가정보호 최수선 조치를 위한 공동대책 위원회’(이하 가정보호 공대위, 위원장 이종락 목사)는 지난해 10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생신고를 할 수 없는 절박한 사연의 위기임산부들이 국가적 보호 속에 자신의 정보를 익명으로 하여 안전한 출산을 보장받고, 태아의 생명을 살릴 보호출산법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주사랑공동체 대표 이종락 목사는 ‘보호출산제’에 대해 “미혼모가 태어난 생명을 안전히 출산하고, 아동들이 원가정에 입양돼 안온히 자랄 수 있도록 한 생명을 살리는 법안”이라고 환영을 표했다.
다만 이 목사는 해당 법안에 대한 우려도 밝혔다. 그는 “당초 우리 단체 측이 주장한 보호출산제와는 결이 다른 측면도 있다”며 “아동 양육비 청구 등 친부에게 책임을 물리는 부성애법 관련 조항도 빠졌고, 위기 임산부에게 낙태 관련 상담도 포함되는 등 타협된 부분도 없지 않아 우려된다”고 했다.
이 목사는 “미혼모가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양육할 수 있도록 나라에서 전반적인 지원을 뒷받침 해야 한다”며 “장애 등 어떤 이유로든 하나님의 뜻에 따라 모든 생명은 태어날 권리가 있다. 한국교회가 생명경시풍조를 타파하는 국민적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했다.
오창화 전국입양가족연대 대표는 최근 본지와의 통화에서 “미국과 유럽 등이 시행하는 비밀출산제로 베이비박스의 유기아동은 입양대상에 자동 등록돼 입양을 수월케 했다. 하지만 한국은 아니었다”고 했다.
현재 미국은 부모가 경찰서나 소방서에 익명으로 출생아를 신고하면, 바로 입양이 가능토록 한 일명 '세이프 헤이븐 법'을 모든 주에서 실시하고 있다. 체코,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들도 베이비박스에 들어온 아기들을 6~8주 이후엔, 입양 대상자에 자동으로 올린다.
한편, 부득이한 사정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는 부모가 아이를 안전히 맡기는 ‘베이비박스’를 2009년부터 운영한 주사랑공동체는 지난 5월 10일 기준 올해 35명, 지난해 106명, 2021년 113명, 2020년 137명, 2019년 170명 등 총 2천 76명의 아기를 베이비박스로 안전히 맡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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