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로 유명한 유홍준 교수의 전매특허이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라는 조선시대 한 문인의 말을 인용해서 유 교수가 독자들에게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사랑을 호소한 것이다. 유 교수의 글은 보이지 않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보이게 만드는 묘한 구석이 있다고 안도현 시인은 격찬했다.
그의 책을 읽다 보면 시냇가에 흘러가는 물 한 방울이나 산에 굴러다니는 돌 하나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습관이 생기게 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 이는 우리 그리스도인들, 특히 설교를 전문적으로 하는 설교자들이 눈여겨보아야 할 중요한 말이다. 우리 문화유산에 관심을 가지고 다니다 보면 선조들의 작은 솜씨 하나까지 애정을 갖게 되고, 또한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생기게 마련이다.
관심을 갖고 사랑하게 되면 보이는 게 달라진다. 무심코 지나쳐버리던 작은 매력 포인트 하나에 눈이 가다 보면 전에는 전혀 끌리지 않았던 사람이 갑자기 좋아진다. 좋아지고 사랑하게 되면 상대방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그렇게 되면 더 많이 보이고 알아갈 수밖에 없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도 마찬가지다. 애써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이고 세심하게 관찰하고 묵상하면 조금씩 그 맛이 달라진다.
그 깊은 맛에 젖어들면 말씀에 푹 빠지게 된다. 말씀에 빠지게 되면 지식이 늘어나고 점차 말씀이 보이는 경지까지 나아가게 된다. 그렇다. 말씀이 보여야 한다. 지식을 넘어선 체험을 의미한다.
시 34:8절은 다음과 같이 말씀한다. “너희는 여호와의 선하심을 맛보아 알지어다 그에게 피하는 자는 복이 있도다.” 맛을 보면 알게 된다.
이때 ‘앎’이란 피상적인 지식이 아니라 ‘깊은 체험적 지식’을 뜻한다. 그런 앎이 경험되는만큼 보이게 된다. 최고 경지의 미술가는 자신이 그린 그림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들려주는 사람이다. 관람객들이 시냇가에 흘러가는 물 그림을 감상하고 있는데,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최고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설교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설교하는데, 청중들로 하여금 볼 수 있게 해야 최고의 설교라 할 수 있다.
스펄전이 그런 설교자였다. 그는 설교 시에 ‘오감’을 잘 활용한 설교의 황태자였다. 그의 설교 한 편을 듣고자 주말이 되면 구름떼같이 많은 사람들이 런던 시내로 꾸역꾸역 모여들었다고 한다. 시청각 자료나 영상 활용이 불가했던 시절, 오직 말로써만 설교를 해야 했던 그 열악한 때에 말로만 설교를 했음에도,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신 얘기를 할 땐 청중들의 눈에 십자가에서 피를 뚝뚝 흘리며 고난당하시던 예수님의 모습이 리얼하게 보였다고 한다.
설교자들의 설교가 무시 내지는 배척당하고 있는 현실을 살고 있다. 이유는 ‘잘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설교는 들려야 한다. 그런데 최고의 설교가 되려면 들리는 걸 넘어서서 ‘보이는 설교’가 되어야 한다. 성경 본문의 상황이나 어떤 스토리 속에 나오는 내용이나 사건을 리얼하게 재현시킬 줄 아는 설교자에게 청중들은 몰리고 있다. 그렇다. 설교깨나 한다고 하는 이들의 설교를 들어보면 대부분이 청중들에게 '생생한 현장감'을 경험하게 해준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유홍준 교수의 말마따나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도 그냥 관심 정도가 아니라 ‘최대한의 관심’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애정을 갖게 되고 지식과 체험도 늘어나게 되고, 마침내 보게 되는 경지에까지 도달할 수 있다.
그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관심을 가지는 만큼 알게 되고 아는 만큼 보인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대하는 자세도 다르지 않다. 나 자신의 진솔한 고백과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어릴 때부터 성경에 대해선 남달리 지대한 관심을 가져왔다. 다른 건 몰라도 성경에 대해서만큼은 누구에게도 양보할 마음이 없었다. 비록 내가 목회자가 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그들에게도 양보할 마음이 없었다. 왜냐하면 성경은 목회자들만의 양식이나 전유물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더없이 소중한 영의 양식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매일 매순간, 시간만 나면 성경을 읽어왔다.
성경을 읽다가 이해가 어려운 내용이 나오면 그냥 넘어가지 않고 궁금증을 가지고 하나님께 질문하고 기도하면서 명쾌하게 이해하게 해달라고 도전해왔다. 그 결과 천국은 침노하는 자의 것이라 했는데, ‘성경도 침노하는 자의 것’임을 알게 되었다. 궁금해하고 알고 싶어하고 질문을 던지고 시원하게 이해하고 맛보기를 갈구하는 자세로 하나님께 도움을 요청하는 만큼 알고 깨우치고 깊이 경험하고 마침내 보게 되는 기적이 임하는 것을 확인해왔다.
하나님을 더 깊이 알아가길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가 다 말씀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날마다 그 진미에 깊이 빠져들기를 사모하고 갈구해야 한다. 그렇게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말씀을 갈급해하고 주야로 묵상하고 그 속에 젖어 살다 보면, 한순간 말씀 속에 길이 뻥 뚫리면서 구약과 신약이 관통되고 영적 진리가 시원하게 깨달아지는 신비한 역사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 순간 터져 나오는 한 마디는 ‘Eureka’이다. “이제 알았다.” “이제 보인다.”라는 뜻이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에 대한 새롭고도 깊은 관심의 자세를 가짐으로 이 깨달음과 체험의 깊은 경지를 모두가 다 맛보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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