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종호 교수(예일대 의과대학 정신과)가 10일 서울 영등포구 이음센터에서 ‘목사님들을 위한 정신 건강 강연’이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전했다. 시온성교회, 평화나루도서관, 변두리교회, 라이프호프가 후원했다.
나 교수는 “목회자들은 타인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심성을 지닌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신도들의 정신건강 상담을 위해선 지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절망 속에서 살아 가지만, 속으로 꾹꾹 누르면서도 자신의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치유적 관점에서 들어주는 사람을 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목사들은 성도들과의 상담을 통해 이들에게 삶의 목적을 이야기 해줄 수 있는 역할을 한다”며 “그 전제는 비밀 보장이 100%여야 한다”고 했다
나 교수는 대표적인 정신질환으로 우울증, 불안장애, 조현병 등을 제시하면서, 해당 질환들의 진단표에서 10점 이상의 중증 질환에 해당해 즉각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지만,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한국인들이 많다고 했다.
그는 “특히 조현병 초기 내담자는 피해망상이나 종교적 환경 등에 시달려 목사에게 상담 요청을 하는 경우가 많다. 약물 치료로 치유가 가능한 조현병 초기 특성상 목회자는 상담을 요청한 내담자에게 즉각 정신과 치료를 권유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목회자는 정신질환 상담을 요청한 성도에게 그와의 긴밀한 상담을 유지하면서, 정신건강 서비스를 병행할 것을 지속 권유하도록 추천드린다”고 했다.
나 교수는 정신건강 회복의 치료로 ▲심리상담 ▲정신과 진료(약물치료) ▲집단 상담 치료 ▲자조모임을 제시하며 모두 병행하여 정신과 치료를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그는 “목회자 일각에선 ‘뜨거운 기도로 우울증을 극복하라’며 약물치료를 자제할 것을 권유한다고 들었다. 그러나 정신과 치료에서 약물처방과 심리상담은 병행하는 것이 좋다. 약물만 먹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삶의 정답을 제시하지 않고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심리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종교적 행위는 정신건강 문제를 예방하는데 있어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굉장히 중요한 보호 요소”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 사람이 정신질환으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지장을 받는 경우를 정신질환 치료의 개입 시점으로 본다”며 “가령 우울증 때문에 ▲수면 부족 ▲집중력 악화 ▲가족 간 불화 등을 겪고 있다면 정신과 치료를 적극 권유한다”고 했다.
아울러 최근 제기되고 있는 스마트폰, 알콜, 마약 등 중독 문제에 있어서도 “심리상담, 약물치료와 함께 자조 모임 등 3가지를 모두 병행해야 치료 효과가 높은 정신과적 질환”이라며 “특히 중독 치료에서 비슷한 증상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이 모여, 서로 지지해주는 자조모임이 필수다. 만일 교회 내 스마트폰 중독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이 많다면, 작은 자조모임을 만드는 것도 추천드린다”고 했다.
나 교수는 자살 예방 및 자살 유가족 돌봄에서 목회자의 역할을 전했다. 나 교수는 “자살 생각은 파도와 같아서 감지 후 적절한 대화 등 예방으로 충분히 자살을 막을 수 있다. 자살 시도 후 살아남은 사람의 90%는 자살로 사망하지 않고 잘 살아간다는 통계도 있다”며 “자살 생각 이후 시도까지 이르는 시간은 평균 1시간이라고 한다. 때문에 목회자는 신자의 자살 위험 신호를 감지한다면, 그와의 대화를 통해 전문가와 즉각 연결시켜 주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는 “목사들은 자살 위험이 감지된 신자에게 ‘죽음에 대해 자주 생각하나요?’ 등을 묻고 무엇보다 그의 얘기를 경청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가치 판단을 하려는 순간 내담자는 입을 닫는다. 때문에 그와의 대화에선 ▲방해하지 않고 듣기 ▲침묵의 순간이 온다면 익숙해지기▲평가하지 않기 등이 필수 지침”이라고 했다.
가령 목회자는 자살을 생각하는 신자에게 “자살을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은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고 들었어요. 오늘 당신의 이야기를 나와 나누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왜 자살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저는 당신을 판단하려고 있는 게 아니에요. 얘기 해봐요” 등 그 사람의 얘기를 경청하고자 포문을 여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좋다고 나 교수는 말했다.
나 교수는 “자살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외침은 사실 ‘살고 싶다’는 SOS”라며 “듣기의 과정이 중요한 이유는 내담자가 자살을 생각하는 이유를 듣고, 그 사람의 내면의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담자는 자살을 실행에 옮길 생각이나 최근 자살을 하기 위한 행동이나 준비 여부를 물은 후 내담자가 ‘예’라고 말한다면, 전문가에게 즉각 호출을 보내야 한다”고 했다.
나종호 교수는 교회의 자살 유가족 돌봄도 필수라고 강조했다. 나 교수는 “목회자는 자살 유가족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일상적인 단체 활동에 유가족을 자주 초청해 자살 유가족에 대한 낙인을 해결하며, 가족을 잃은 사람에게 보이는 보통의 친절함을 보이면서, 고인에 대한 추억을 자주 얘기하는 게 좋다. 유가족 자조 그룹이나 전문 애도 상담가와의 상담을 통해 지지를 받도록 도우라”고 했다.
나 교수는 “자살자 장례 예배에서 목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자살로 인한 사망에 대해 가치 판단을 자제하고, 유족을 동정해야 하며, 다만 죽음을 낭만화하거나 악마화시켜선 안 된다”고 했다.
특히 실의에 빠진 자살 유가족에게 미래의 희망을 자주 얘기하라며 가령 “현재 힘든 순간에 대해 공감하되, 앞으로 있을 기쁜 나날에 대해서도 얘기하라” “애도는 솔직해야 한다. 시간이 걸려도 천천히 가는 여정이다. 남겨진 사람은 상처가 남지만 통증은 점점 나아질 것이다. 유가족들은 예전과 완전히 같을 수 없지만 고통을 받아들이고 다시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주도록 하자” “그들에게 행복의 순간이 올 것이며 계속 어두움 속에 머무를 필요가 없다”고 말해줘야 한다고 했다.
나 교수는 “오늘 기분이 어때요?”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고통스러울지 모르지만 만약 대화가 필요하시면 꼭 알려줘요” 등 자살 유가족의 처지에 공감하고 경청하길 원한다는 뉘앙스로 표현하라고 조언했다.
반대로 해선 안 되는 말로 “하나님의 뜻” “산사람은 살아야지” “당신이 어떤 기분인지 알아요” 등 가치판단의 말이라고 했다.
그는 “자살 유가족은 트라우마 이후 비슷한 처지의 유가족을 도울 때 성장을 이룰 가능성이 더 높다”며 긍정적 심리 변화로는 ▲삶에 대한 감사 ▲대인 관계 향상▲삶의 우선순위 변화 ▲개인적 힘에 대한 믿음의 증가 ▲깊어진 믿음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목사와 정신과 의사 모두 잦은 상담으로 인해 정신적 위험에 처할 가능성도 있다며 “약한 것을 자랑하라”(고후 11:30, 고후 12:10)고 강조했다.
나 교수는 “정신과 의사들도 심리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의료진들간 자조 모임 등 서로의 고충을 나누는 시간을 가진다”며 “이처럼 상담자인 목사들도 스스로의 정신 건강을 털어놓을 곳이 필요하다. 목회자들간 자조 모임 등 자신의 고충을 털어놓고 공감받고 위로를 받는 시간이 필수”라고 했다.
이어진 청중과의 대화 시간에서 ‘목사와 정신과 의사의 공통점, 그리고 상담시 필요한 덕목’을 물은 질문에 나 교수는 “진화론적으로 사람을 쉽게 판단하는 것이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그러나 목사와 정신과 의사의 공통점이란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그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앞서 가졌던 선입견이 깨지는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뉴욕 소재 병원에서 수련의 시절 당시, 저는 노숙자, 마약중독자, 조현병 환자 등 수많은 밑바닥 사람들을 만났다. 이는 사람에 대한 선입견이 깨지는 과정이었다”라며 “이처럼 교회 자체가 의외로 사람을 판단하는 보수적 경향성도 띄기도 한다. 그러나 예수님은 정신질환자와 가장 친했던 분”이라고 했다.
그는 “예수님의 삶이 사람 도서관이었다”라며 “예수님이 만난 대부분의 부류는 귀신들린 사람 등 정신질환자들이었다. 각자 교회마다 성경 해석은 다를 수 있으나 예수님의 정신이 모두 공통된 것처럼, 정신질환자 등을 죄악시하는 선입견이 줄어드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선입견이 있다면 그 사람과의 공감이 힘들 것”이라며 “정신과 의사의 핵심 덕목은 무조건적 공감인데 목회자도 그랬으면 좋겠다. 성도가 본인의 힘든 이야기를 털어놓기까지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정신질환을 겪는 신자 등 그와의 상담시 가치판단을 내려놓고, 예수님처럼 대해주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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