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교회 평신도 A씨는 최근 기독교 건학이념에 입각해 설립된 한 대학가에서 기독교인인 이 학교 학생을 만났다. A씨는 이 대학교 학생에게 성경 말씀을 전하는 과정에서 학생 팔에 새겨진 작은 문신을 목격했다.
A씨는 “‘이 시대를 본받지 말라’(로마서 12장 1-2절)는 취지로 그 학생에게 성경 말씀을 전했다”며 “시대적 흐름이 문신을 패션처럼 여길지라도, 문신에 위협을 느끼는 누군가에게 ‘덕’을 끼치기 위해서라면, 교회 청년들은 문신을 새기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2020년 말 성추문과 지도력 문제로 뉴욕 힐송교회 담임에서 해임됐던 칼 렌츠(Karl Lentz) 목사. 그는 두 팔에 ‘타투(문신)’를 새긴 ‘패셔니스트’ 목사로 알려졌다. 이처럼 미국이나 한국 일각에서는 문신이 성경적 금기 사항이 아닌 하나의 패션으로 인식되면서, 자신의 몸에 문신을 시술하는 기독교인들이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독교인들은 문신을 어떻게 봐야 할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성결대 윤영훈 교수(문화신학)는 “미국 크리스천들도 십자가 등 기독교적 상징과 이미지를 자신의 몸에 문신으로 새김으로써, 가치관이나 선망의 대상을 표현하기도 한다. 크리스천 헤비메탈 밴드 P.O.D 등 미국 CCM 아티스트들도 문신을 많이 하고 있다”며 “이처럼 시대 문화에 따라 문신을 하나의 패션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물론 한국 기성세대들은 문신에 대한 부정적 인상이 강하지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문신에 대한 도덕적 평가는 내릴 수 없다고 본다”며 “혐오란 낯설음에서 오기 때문에 문신이 시대적 문화로서 안착이 된다면, 기독교인들에게도 하나의 패션으로서 긍정적으로 수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반대 의견들도 있다. 지난해 2월 미주 기독일보(CDTV) 유튜브 ‘보이는 라디오’에서는 미국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문신’ 문화를 교회는 어떻게 볼지에 대한 내용이 다뤄졌다.
이 영상에서 임상훈 목사(치노힐스 섬김의교회)는 “‘죽은 자 때문에 너희의 살에 문신을 하지 말며 무늬를 놓지 말라 나는 여호와이니라’(레위기 19장 28절)는 말씀처럼, 성경에는 문신에 대해 금하고 있는 구절이 나오지만, 신약시대를 살아가는 현대 기독교인들에까지 적용된다고 보기엔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위 레위기 구절을 두고 “문신에 대한 성경구절은 성경을 통틀어 이 한 부분이 나오는데, 당시 가나안 사회는 문신이 우상숭배나 주술적 목적이 강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문신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보여주고 인정받기 위한 ‘자기 우상화’와 ‘외모지상주의’라는 시대적 정신과 연관돼 있다”고 했다.
아울러 “율법의 핵심은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사랑의 이중 계명으로 요약할 수 있다”며 “사도 바울이 믿음이 연약한 자들을 위해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했던 것처럼, 문신이 교회에 많은 지체들에게 덕을 세우지 못한다면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합신대 이승구 교수(조직신학)는 “한국 사회에서 문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한 가운데 그리스도인이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복음과 기독교를 손상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미국 사회에서도 신실한 크리스천들은 문신 문화를 부정적으로 본다”고 했다.
문신이 성경적 금지의 대상이 아니지만, 하나님의 영광과 이웃에게 ‘덕’이 안 된다면 절제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백석대 기독교전문대학원 김윤태 원장은 “성경에선 문신을 아디아포라(adiaphora) 즉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문제로 보고 있다”며 “그러나 원칙상 ‘무엇을 하든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하라’(고린도전서 10장 31절)는 말씀에 입각해, 문신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것인지는 신자 개인의 판단에 맡겨야 할 문제”라고 했다.
또한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로마서 12장 2절)에 따라, 문신이 나의 경건함을 원하시는 하나님의 선한 뜻에 부합하는지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한국사회에선 문신을 ‘조직폭력배’의 상징처럼 여기는 등 부정적 인식이 강한 측면이 있다”며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동기에서 기독교인이 문신을 새겼을 때 과연 이웃에게 ‘덕’이 될지를 물었을 때 이웃에게 ‘덕’이 안 된다면, 기독교인이 문신을 시술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자유”라고 했다.
다만 “고린도전서 8장에 따라, 만일 교회를 방문하거나 출석한 문신을 새긴 초신자를 향해 정죄를 해서도 안 된다”라며 “또한 문신을 새긴 신자는 문신을 하지 않는 기독교인에 대해 비판하지 말아야 한다. 문신은 하나님 앞에서 신앙적 양심에 따라 신자 개인의 판단에 맡길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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