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수
가진수(월드미션대학교 찬양과예배학과 교수)

예배에서의 만남이 하나님의 존귀와 살아 계심을 찬양하며 그 존귀하심을 경배하는 행위라면, 일상 예배에서의 만남 역시 우리에게 새날을 주신 하나님께 찬양과 감사함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아침에 눈을 떠 우리는 처음 어떤 생각을 갖는가? 지난밤, 잠을 잘 못자고 설친 느낌으로 일어나는가? 또는 악몽을 꾸었는가? 아니면 상쾌한 마음과 정신으로 일어나는가?
아침을 맞이하는 우리의 첫인상은 각각 다르지만, 새날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모두에게 동등하게 주어진다. 우리에게 생명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잠에서 깨면서 느끼게 된다. 그 자체가 감사인 것이다. 그러므로 예배자로서 일상의 아침은 하나님과의 만남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오늘 하루는 하나님이 주신 하루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일상 예배는 시작한다. “하나님, 안녕하세요?” “지난밤 지켜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티시 해리슨 워런(Tish Harrison Warren)은 자신의 책 『오늘이라는 예배(Liturgy of the Ordinary)』에서 새 아침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시편 기자는 “이 날은 주님이 구별해 주신 날”이라고 선포한다. 이날, 우리는 저 멀리 계신 하나님에게서 오는 모호하고 일반적인 자비를 향해 깨어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은 기쁨과 지혜 가운데서 평범한 하루를 구별하시고 ‘이날’이라고 부르시며 축복하셨다. 연약한 내가 수많은 날들 중 어떤 단조로운 하루라고 생각하는 날을, 하나님은 단 하나의 특별한 선물로 주셨다.”(221p)

일상 예배의 첫 단추는 하나님께 아주 간단한 인사로부터 시작한다. 간단하면서도 심오한 이 말은 하나님의 살아 계심을 인정하고 새로운 하루를 여신 창조주께 지난밤의 안녕과 새 하루를 주심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다.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께서 이른 아침, 새벽 미명에 산에 오르사 하나님 아버지께 기도하며 나아갔던 모습을 상상해보라. 그분은 사실 산에 오르실 필요도, 기도도 하실 이유도 없는 분이시다. 그저 마음속으로 하나님 아버지께 존경을 표하면 될 분이다. “새벽 아직도 밝기 전에 예수께서 일어나 나가 한적한 곳으로 가사 거기서 기도하시더니”(막 1:35)

하루를 시작하면서 하나님을 만난다는 것은 우리의 삶을 예배로 시작하겠다는 결단과 같다. 그것은 거창한 것도 아니며 어떤 질서 있는 예식도 아니다. 나의 주인은 하나님이시라는 것과 나의 하루를 하나님께서 인도해주실 것이라는 믿음의 고백이다. 여기 로버트 뱅크스가 쓴 『1세기 그리스도인들의 하루 이야기(A Day in the Life of an Early Christian: A Personal Record)』를 통해 1세기 그리스도인들의 하루 시작을 들여다보자.

“우리는 보통 동트기 전에 일어난다. 언제나 아침 식사가 우선이다. 빈속으로는 많은 일을 하지 못한다. 일찌감치 일어나 식사를 준비하는 노예들이 생선 몇 마리와 꿀로 단맛을 가미한 약간의 과일과 채소, 갓 구운 빵을 차려낸다.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신전 앞에서 가정 신들에게 경배하는 대신, 식사를 앞에 두고 잠시 멈추어 간밤에 주신 단잠과 우리 앞에 차려진 음식과 마실 것, 오늘 허락하실 일들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한다.”(17-18p)

일상 예배의 하나님과의 만남은 두 가지다. 지난밤 안녕에 대한 감사와 오늘 하루에 대한 신뢰다. 어떤 복잡한 순서가 있는 것이 아니기에 자유로운 마음으로 고백하는 것이다. 눈을 뜨자마자 “하나님 감사합니다.”라고 고백해보자. 지난밤 평안의 잠을 자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인사다.

간단한 인사지만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하나님의 살아 계심에 대한 외침과 존귀하시고 영화로우신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이다. 이 한마디가 창조주 그분을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가 참된 예배자로서, 그리고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피조물로서 어떤 거창한 절차와 질서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매일 매 순간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렸을 때의 선언이다. “다윗이 블레셋 사람에게 이르되 너는 칼과 창과 단창으로 내게 나아 오거니와 나는 만군의 여호와의 이름 곧 네가 모욕하는 이스라엘 군대의 하나님의 이름으로 네게 나아가노라”(삼상 17:45) 그는 모든 일상의 출발을 하나님의 살아 계심을 먼저 천명했다. 만왕의 왕이시며 세상의 주권자이신 살아 계신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이다. “여호와의 사심을 두고 나의 반석을 찬송하며 내 구원의 반석이신 하나님을 높일지로다”(삼하 22:47) 엘리야 선지자 역시 세상의 권세자였던 아합과 이세벨에 대항하여 늘 이렇게 외쳤다. “엘리야가 이르되 내가 섬기는 만군의 여호와께서 살아 계심을 두고 맹세하노니 내가 오늘 아합에게 보이리라”(왕상 18:15)

아침 첫 시간, 하나님으로 시작한다는 것은 오늘의 하루를 살아가면서 우리에게 펼쳐질 일들에 대한 ‘하나님의 살아 계심’ 선언이다. 예배자로서 하루를 시작하며 하나님을 인정하는 우리의 고백은 피조물의 당연한 예배 의식이다. 복잡한 예식이나 장황한 언어, 긴 호흡의 기도보다도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살아 계심을 인정하고 감사함으로 고백하는 것이다. 첫날, 첫 시간을 하나님을 인정하고 감사함으로 시작하는 것, 그것이 일상 예배의 시작이며, 창조주 하나님께 예배자로서의 첫 단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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