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욱 교수
신성욱 교수

미국 미조리 주에 위치한 카버넌트 신학교에 브라이언 채플(Bryan Chapell)이란 설교학 교수가 있다. 우리에게는 『그리스도 중심의 설교』(Christocentric Preaching)란 책으로 많이 알려진 분이다. 40대에 총장을 역임했던 그는 카버넌트 신학교의 총장으로 취임하기 전 수년간 목회를 한 적이 있었다. 그의 목회현장에서 벌어진 실화이다. 한 번은 그가 빌립보서 2장을 가지고 설교를 했다.

빌립보서는 우리가 잘 아는 대로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 됨을 취하지 않으시고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서 종의 형상을 입으시고, 즉 자기를 비우시고 세상에 내려오셔서 죽기까지 충성하신 것에 대한 내용이다. 그는 이 본문을 설교하기 위해서 주석도 보고 헬라어도 연구하면서 특별히 ‘케노시스’(κένωσις), 즉 ‘자기 비움’이라는 헬라어를 많이 연구한 후에 단상에 섰다고 한다.

그래서 ‘예수께서 자기를 비웠다’는 말을 할 때는 강대상을 두드려가면서 강조를 했는데, 설교를 끝내고 목사가 문 앞에 서서 교인들과 인사를 하는데 교인들이 아무 반응도 없이 냉냉했다고 했다.

그러던 며칠 후 그 교회에서 선교대회를 하게 되었는데, 아프리카에 선교사로 간 폴 런던(Paul London)이란 목사가 와서 선교 보고를 하고 설교를 하게 되었다.

그는 미리 편지로 채플 목사에게 설교 본문을 보내왔다. 그런데 그가 설교할 본문이 며칠 전 자기가 설교했던 빌립보서 2장의 내용이어서 깜짝 놀랐다고 한다. 브라이언 채플은 자기가 며칠 전에 망쳤던 설교를 이 선교사가 와서 또 하면 교인들이 얼마나 괴로워할까 하고 꽤 많이 걱정을 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아프리카에서 편지로 온 거니까 안 된다고 할 수도 없고 해서, 그 선교사가 그 본문을 가지고 설교하도록 내버려 두었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이분도 설교를 하면서 특별히 7절의 ‘자기를 비어’ 부분을 강조하면서 헬라어 ‘케노시스’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래서 브라이언 채플 목사는 ‘아, 저 사람도 오늘 설교를 망치겠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그 선교사와 자기의 차이가 하나 있었다고 한다. 그 선교사도 자기와 똑같이 헬라어 원어를 풀이했는데,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자기의 체험 스토리를 덧붙여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다음과 같이 말이다.

“저는 아프리카에서 아내와 선교사역을 하고 있는데, 제가 선교사역을 하고 있는 지역에는 추장이 있습니다. 그 추장은 그 지역에서 가장 힘이 세고 머리에는 항상 관을 쓰고 있으며, 아프리카 사람들이 입는 추장 가운을 입고 있습니다. 또 그 지역에는 물이 귀해서 우물에서 물을 길어다 먹곤 합니다.

서양 사람들이 생각하는 우물과 같이 사람들이 빠지지 않도록 시멘트로 담을 치고 두레박을 만들고 줄로 잡아당겨서 물을 퍼올리는 것이 아닙니다. 거기에서는 우물 하나를 파려면 건조지대이므로 60m까지 땅 속 깊이 들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두레박도 등에 지고서 층계를 만들어 가지고 60m까지 힘들게 내려가서 물을 길어 와야 하니까 그런 일은 힘센 남자들이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힘센 남자가 물을 길어 오다가 미끄러져서 우물 속에 빠져 다리가 부러졌기 때문에 자기 힘으로 올라올 수 없어 다른 사람이 구해줘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 무거운 사람을 업고 70m를 기어 올라올 사람이 없었습니다. 난리가 나서 사람들이 추장한테 가서 얘기를 하니까 추장이 현장에 와서 물에 빠져 소리 지르는 사람을 보더니, 머리에 쓴 관과 가운을 벗고 우물 속으로 내려가서 혼신의 힘을 다해 그 사람을 업고 올라왔습니다. 아무도 할 수 없는 일을 추장만이 한 것입니다.”

그런 후에 그 선교사는 다음과 같이 말씀을 이어갔다. “죄 가운데 빠져서 스스로 구원할 수 없는 우리 인간들을 예수께서 하늘 영광의 면류관을 벗으시고 또 하나님의 영광의 옷을 벗으시고 내리막길로 내려오셔서 구원해 주셨습니다. 여러분, 그 추장이 입고 있던 가운을 벗고 머리의 관을 벗었다고 해서 추장이 아닌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마찬가지로 예수께서 하늘 영광의 보좌를 벗으시고 종의 형상을 입으시고 이 세상에 오셨지만 그분은 인간만이 아니고 하나님의 아들이기도 하셨습니다.”

이렇게 하면서 예수님이 ‘자기 비움’에 대해서 설명해 주니까 교인들이 나가면서 “지금까지 ‘자기 비움’이란 말을 몰랐는데, 오늘 선교사님의 설교를 듣고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고 하면서 그분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Bryan Chapell, Using Illustrations to Preach with Power (9-13)]

설교학 교수인 브라이언 채플은 설교 중 원어를 설명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그 선교사를 통해서 처음 깨달았다고 한다. 예화의 중요성을 제대로 체험한 것이다.

예수님도 늘 청중들의 삶에 익숙하고 친숙한 예증들을 가지고 영적인 진리와 교훈을 전하셨다. 예수님도 예증과 비유들을 활용하셨다면 우리 같이 설교에 무능한 자들이야 어찌 그것들을 활용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설교는 청중들에게 잘 들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적절한 예증과 비유들을 활용함이 필요하다. 오늘도 하나님은 설교에 효과적인 기막힌 도구들을 보여주실 것이다. 그걸 잘 활용해서 청중들에게 들리는 설교만 늘 전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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