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외부에서 설교세미나를 했다. 예상보다는 많은 인원이 참가해서 기분이 좋았다. 3시간의 강의를 마친 후 너무 유익했다는 반응을 받아서도 기뻤다. 수년 전, 이동원 목사님과 필그림 하우스에서 설교세미나를 같이 할 때 내 강의를 들었던 목사 한 사람이 참석해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강의를 마치자 강의 내용이 너무 좋았다며 형편이 되는 대로 예배설교학 박사과정에 입학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식사 후 학교로 다시 돌아왔는데, 그 목사로부터 문자가 왔다. 강의 중에 ‘물이 바다 덮음같이’란 복음송 내용을 소개한 적이 있다. 그에 관한 질문이었다. “교수님, 한 가지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아까 강의 중에 잠깐 나온 표현인데요, ‘물이 바다를 덮는다’는 말씀은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요? 일반적으로 ‘물’은 ‘바다’라고 이해하는데, 이걸 어떻게 정확하게 해석해야 할지 항상 고민이었습니다.”
여태껏 한 번도 질문 받아본 적이 없는 내용이었다. ‘바다의 96%가 물로 구성되어 있는데, 어떻게 그런 바다를 다시 물로 덮는단 말인가?’ 이게 질문이고 의문이 되는 거 같다.
아무 생각 없이 이 복음송을 부르는 이들이 대다수인데, 이 목사는 평소 그게 너무 궁금하고 이해불가였던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다루는 목사로서 올바른 자세라 칭찬하고 싶다.
성경 말씀이든 찬송가 가사이든 그 뜻을 제대로 알고 은혜를 받아야 한다.
이 복음송이 나오게 된 배경은 구약의 두 본문이다. 먼저는 합 2:14절이다. “이는 물이 바다를 덮음 같이 여호와의 영광을 인정하는 것이 세상에 가득함이니라.” 다음은 사 11:9절이다. “내 거룩한 산 모든 곳에서 해 됨도 없고 상함도 없을 것이니 이는 물이 바다를 덮음 같이 여호와를 아는 지식이 세상에 충만할 것임이니라.”
이 두 구절보다는 복음송에 나오는 가사를 더 많이들 알고 있을 것이다.
우선 여기서 합 2:14절의 번역에 좀 문제가 있음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개역개정은 이렇게 되어 있다. “이는 물이 바다를 덮음 같이 여호와의 영광을 '인정하는 것'이 세상에 가득함이니라”(합 2:14)
여기서 ‘여호와의 영광을 아는 지식’이란 원어가 ‘여호와의 영광을 인정하는 것’으로 잘못 번역되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합 2:14절은 ‘여호와의 영광을 아는 지식’으로 충만하게 될 것을 말씀하고 있고, 사 11:9절은 ‘여호와를 아는 지식’으로 충만하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물이 바다를 덮음 같이’라는 내용에 있다. 바다에 가득한 내용물이 물이거늘 그런 바다를 다시 물로 뒤덮는다고 하니 이해가 가지 않아야 정상이다. 도대체 어째서 이런 표현이 사용된 것일까?
류모세란 분이 쓴 『열린다 성경』이란 책에 보면 ‘물이 바다를 덮는다는 것’은 유대인들만이 이해하는 독특한 표현법이라고 한다. 그는 여기서 ‘물’은 ‘하나님의 은혜’, ‘하나님의 신’, ‘하나님의 성령’을 상징하는 반면, ‘바다’는 ‘하나님이 없는 세상’, ‘혼돈과 두려움이 뒤덮인 세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영적으로 깊은 해석이긴 하나 올바른 해석으로 볼 수 없다.
합 2:14절과 사 11:9절의 저자들이 의도한 근본적인 내용은 ‘여호와를 아는 지식’이나 ‘여호와의 영광을 아는 지식’이 온 땅에 충만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 말을 하기 위해 비유로 사용한 예가 ‘물이 바다 덮음 같이’란 말이다. 따라서 뒤에 영적으로 제시하는 내용을 보다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서 앞부분에서 사용한 내용이 "물이 바다를 덮음같이'란 비유나 예증이다. 그러므로 뒤에 나오는 영적 진리를 전하기 위해 앞에서 사용한 비유와 예증에는 영적인 해석이 들어가면 안 된다.
‘물이 바다 덮음 같이’란 말을 다음과 같이 이해해보라. ‘바다가 물로 가득 덮인 것처럼’으로 말이다. “'바다가 물로 가득 덮인 것처럼' 세상이 여호와의 영광을 아는 지식으로 충만할 것이니라”(합 2:14)
이렇게 하면 이 구절에 대한 의미가 쉽게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전 문맥인 합 2:12-13절부터 본문의 내용의 흐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바벨론은 피와 불의로 세워진 어마어마한 성읍인데, 그 잘 나가던 바벨론이 하나님의 심판을 받고 망할 거라고 한다. 여호와의 심판을 받은 바벨론이 불에 타 없어진다고 하는 내용인데, 바벨론뿐만 아니라 세상 나라들도 다 불에 타 사라지게 된다고 말씀하고 있다. 그런데 이어지는 합 2:14절은 ‘그러나’로 시작한다. “‘그러나’ 물이 바다를 가득 덮음 같이 여호와의 영광을 인정하는 것이 세상에 가득하게 될 것이다”란다.
언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메시아가 오시는 그 날에 물이 바다를 덮음 같이 온 세상 모든 만물이 여호와의 영광을 아는 지식으로 가득하게 될 것이다. 주님의 재림을 고대하며 여호와 하나님을 아는 지식으로 충만한 내가 되고, 또 여호와를 알지 못하는 주변 불신자들에게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 충만하도록 기도하고 애써 전도해야 할 줄로 믿는다.
개인적으로 하나님을 아는 지식으로 더욱 가득 채워지길 바라고, 또한 그 소중한 진리를 이웃에게 전함에 최선을 다해야겠다 다짐해본다.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