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인천광역시 서구 소재 기현정밀에서 만난 김정욱 선교사의 형 김정삼 기현정밀 대표(63)는 본지에 “동생을 비롯한 북한 억류 자국민 6인의 무사 귀환을 위해 매일 하루 4번 정시 중보기도와 무시로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고 있다”고 했다.
이날은 김정욱 선교사가 2013년 10월 8일 북한에 억류된 지 3451일을 맞은 날이었다. 김정욱 선교사는 김국기·최춘길 선교사, 그리고 한국 국적 탈북민 고현철·김원호·함진우 씨와 함께 북한에 억류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삼 대표는 “지금도 김정욱 선교사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김학송 선교사가 개설한 SNS 대화방에서 구성원들과 함께 북한 억류자들을 놓고 기도하고 있다. 미국 시민권자인 김학송 선교사는 북한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김상덕 선교사와 함께 2018년 5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개입에 따라 본국에 송환될 수 있었다.
김정욱 선교사는 2013년 10월 8일 북·중 접경지역인 중국 단둥에서 국수공장 등을 운영하며 북한 주민을 돌보다 북한 당국에 붙잡혔다. 그는 이듬해인 2014년 5월 국가전복음모죄와 간첩죄 등의 혐의를 뒤집어씌운 북한 당국에 의해 무기교화노동형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김정삼 대표에 따르면, 김정욱 선교사는 2005년 포항의 한 개척교회에서 안수집사로 신앙활동을 했다. 그는 당시 교회에서 주최한 철야기도회에서 북한 주민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받았다고 한다.
김 대표는 “하나님이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처럼, 북한을 긍휼히 여기지 않겠느냐’며 동생을 직업활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잠도 재우지 않으셨다고 한다”며 “하나님의 마음이 얼마나 강렬했는지, 김 선교사는 물만 먹는 40일 금식 기도를 2번이나 하도록 인도받았다”고 했다.
김 선교사는 서울로 올라와 기독교한국침례회총회 산하 한 신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하고 목사안수를 받았다. 이후 2008년 3월 아내와 아들 둘을 데리고 중국 단둥으로 갔다. 김정삼 대표는 “김 선교사는 굶주림에 시달린 북한 주민들이 접경지역인 중국 단둥 등지로 방문했을 때마다 숙식을 제공하고 복음을 전했다”고 했다.
김 선교사는 북한 당국에 체포된 2013년 10월 직전 추석을 전후로 한국에 방문해 김정삼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일을 마친 김 선교사에게 ‘아버지 한 번 만나보고 출국하라’고 권유했는데, 그는 ‘시간이 안 될 것 같다’며 중국으로 돌아갔다”며 “그날 이후 지금까지 동생을 못 본지가 약 10년 째”라고 했다.
최근 김정삼 대표는 김정욱 선교사 등 북한 억류자 석방에 ‘희망을 품고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10월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면담했다.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는 공동성명이 발표됐다. 여기엔 ‘북한 억류자 관련 석방 지지’ 내용도 포함되면서 공론화에 시동이 걸린 모양새다.
김 대표는 올해 2월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에 이어 정 박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 겸 대북특별부대표를 만났다. 그는 살몬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면담 당시 ‘북한 억류자의 생사확인과 송환’ 관련 내용을 적은 편지를 유엔 고위급 관계자 및 미국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달해달라고 요청했다. 교계 차원에선 지난 3월 한미수교 140주년 한국기독교기념사업회 임원들이 억류자 석방 문제를 두고 권영세 장관과 면담했다.
김 대표는 “지난 10년 간 대한민국 대북 정책에서 북한 억류 자국민 송환 문제는 후순위로 밀린 것처럼 보였는데, 이번 정권에선 주요 의제로 상정된 것 같아 희망이 보인다”며 “지난해 10월 권영세 장관과의 만남도 그가 먼저 억류자 가족들에게 면담을 신청해 만나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계 캐나다 시민권자 임현수 목사,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 목사 등 북한 억류자들은 국민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자국 행정부의 적극 개입으로 풀려날 수 있었다”며 “이와 달리 그 동안 한국의 북한 억류 자국민 구출 노력이 미온적인 것처럼 보여 실망감이 컸으나, 최근 들어 정부와 교계의 가시적인 노력이 느껴져 억류자 가족 입장에선 감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정전협정 70주년 맞아 유엔·미국·한국이 협력해 김정욱 선교사 등 북한 억류자들이 속히 본국으로 송환되도록 힘써달라”며 “동생과 함께 예배드릴 날을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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