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7일 충남 태안 만리포 해변에서 북서쪽으로 10km 떨어진 바다에서 원유 1만 810톤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해상크레인을 적재한 부선이 유조선과 충돌해 발생한 유류 피해였다.
당시 사고 현장에 있었던 이광희 목사(태안 의항교회)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우리 의항마을은 태안 기름 유출 피해의 직격탄을 입은 곳”이라고 했다. 이어 “당시 태안 의항해변은 기름 범벅이 돼 저와 마을 주민들은 두통과 구토감에 시달렸고, 바다에 장화를 신은 발을 담그면 기름띠에 흠뻑 묻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목사가 촬영해 본지에 보낸 태안 의항해변 사진엔 기름띠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이 사진의 촬영 일자는 태안 유류 피해 사고가 발생한 지 16년이 흐른 올해 초입이라고 한다.
해양수산부(해수부)는 지난 2013년 7월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태안 지역의 해양환경이 “사고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해수부는 이 보도자료에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주관하는 조사에 따라 발표 시점을 기준으로 태안 유류 피해 해역의 해수 및 퇴적물 내 유분(油分) 농도는 국제 권고치 이하의 농도로 회복됐다고 했다.
이 목사는 “태안 기름 유출 피해지역으로 찾아와 방제 활동을 해주신 봉사자들의 헌신 때문에 태안 앞바다는 많이 깨끗해졌다”고 했다. 지난달 27일엔 태안 유류 피해 사고 직후 민관이 협력해 재난을 극복하는 과정이 담긴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이 기록물엔 태안 기름 유출 피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당시 한국교회의 활약상이 집중 조명되고 있다. 이를 기념하고자 한국교회봉사단(한교봉, 대표회장 김태영 목사, 이사장 오정현 목사)은 지난달 29일 서울 명성교회(담임 김하나 목사)에서 감사예배를 드리기도 했다.
한교봉에 따르면, 태안 유류 피해지역을 찾아 방제활동을 벌인 전체 봉사자 123만여 명 가운데 약 80만 명이 한국교회 성도였다. 당시 한교봉은 태안 의항교회에 본부를 설치하고 한국교회의 봉사활동을 진두지휘 하기도 했다.
이 목사는 “해양학자들은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기름 유출로 인한 피해를 극복하려면 최소 20년 이상이 소요된다고 했었다”며 “수시로 바다를 찾아왔던 갈매기 떼들도 유류 사고 직후 떠나갔었다. 하지만, 한국교회의 대대적인 봉사활동이 시작된 지 5개월이 경과하면서 갈메기 떼가 다시 태안 앞바다로 몰려들기 시작했다”고 술회했다.
이 목사는 “봉사자들의 헌신에 더해 하나님이 직접 일하셔서 바다의 밀물과 썰물로 태안 바다의 기름띠를 제거하셨다. 바다는 다시 깨끗하게 회복됐고, 이는 하나님이 허락하신 하나의 기적”이라고 했다.
그는 “120가구 미만이었던 우리 마을에 교회 봉사자만 하루에 약 2000-3000명이 몰려들었다. 이로 인해 한국교회의 대사회적 이미지도 상당히 높아지기도 했다”며 “지역 주민들은 한국교회의 봉사활동을 보면서 교회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기 시작했었다. 당시 70대 지역 주민 10명이 우리 교회로 찾아와 예수를 믿고 세례를 받으셨다. 이들 대부분은 현재 소천하셔서 천국에 가셨다”고 했다.
이 목사는 “우리 교회가 예수를 믿으라는 소리를 하지 않았어도,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예수를 믿겠다며 우리 교회로 찾아 오셨다. 한국교회의 봉사활동에 지역 주민들이 감동을 받은 것으로,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광희 목사는 “태안 유류 피해를 극복한 봉사에서 한국교회의 역할이 지대했지만 이를 다루는 기록물이 태안유류피해기념관에는 없다”고 했다.
그는 “당시 봉사활동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한국교회의 역할을 집중 조명하는 전시관이 세워졌으면 좋겠다. 이를 통해 20-30년이 흐른 후에도 다음세대들이 한국교회의 아름다웠던 봉사활동을 기억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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