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희 목사(영등포 광야교회)
임명희 목사(영등포 광야교회) ©기독일보 DB

올 해 들어 가장 추웠던 지난밤에 주일 낮 예배 때에 광고한대로 우리 야간 순찰 팀이 9시 반에 모였다. 50개의 핫 팩, 햄버거 20개, 담요 열장, 따뜻한 수프 한 통을 준비한 후 기도를 하고 출발했다.

동네 다리 밑 화장실에 가 찬송 중에 한 친구가 들어와 목을 끌어안는다.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 물어보니 송윤근이다. 그동안 학교생활을 하고 나온지 일주일 정도 되었다며 한 참을 끌어안고 있다. 기도해준 뒤에 밑 바닥을 은박지 깔판으로 깔고 난로를 피어 따뜻하게 보온을 한 천막예배당으로 안내를 하여 잠을 자게 했다.

펜스 옆에 기댄 비닐하우스 안에 살고 계시는 92세 된 할아버지에게 들려 안부를 묻고 기도해드린 다음 만원의 복 돈을 드린 다음 이동했다. 어젯밤 만해도 여러 명이 거나하게 술판을 벌리고 명절연휴를 보내는 이들이 있었는데 오늘밤에는 한 팀도 보이지 않았다.

다들 어디론가 이동해 버리고 이불들과 텐트와 박스로 만든 잠자리 흔적들만 남아있다.

우리는 역쪽으로 발길을 옮겨 지하도를 살폈다.

익숙한 얼굴이 들어온다. 황인기라는 친구이다. 다가가서 준비한 것을 나눠드리고 기도를 해드린 다음 역사로 올라가 대합실 안쪽에서 서성이는 태창이를 만난 다음 화장실 안에서 자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얘길 듣고 살폈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있는 친구를 만나 기도해 드린 다음 영선이를 만나 전해 주었다.

그리고 OB 공원으로 향하여 가면서 ‘이렇게 추운 날엔 공언에 가봤자 아무도 없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중간쯤 갔을 때에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의 두 다리가 보였다. 놀라웠다. 지금 걸어가면서 마스크 위로 올라온 입김이 눈가에 얼어붙어 끈적거리는 상황인데 공원에 앉아 밤을 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우리가 전에 드린 담요로 몸을 몇 겹으로 두르고 있다. 머리는 방탄모를 쓴 것처럼 만들어 무장을 하고 있다.

준비한 것들을 드린 다음에 이름을 물었다. 유남규라고 한다. 탁구선수와 동명이다.

옆에 앉으며

“무슨 사연이 있어서 이렇게 나오셔서 노숙하시나요?”

대답이 없다.

“예수를 믿는가요??” 물으니

“예”라고 답하셨다.

그럼

“구원의 확신이 있는가요?”

“네”라고 답하셨다. 놀라웠다.

“뭐 먹고 싶은 것이 있는가요?”

“없어요.”

“뭐 필요한 것 있으세요?”

“없어요.”

“행복하신가요?”

“네”

그는 세상을 초월한 진정한 자유인 “노크라테스”라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주의 날개로 덮으셔서 이 추운 겨울을 무사히 날 수 있도록 돌보아 드리시길 기도해드리고 발길을 옮겼다

노숙인을 위해 기도하는 임명희 목사와 광야교회 신자들
노숙인을 위해 기도하는 임명희 목사와 광야교회 신자들 ©임명희 목사 제공

다시 역사를 지나 역 옆의 소공원으로 향했다.

그곳에 가니 한사람 명성은 이동하고 없는데 한사람이 조형물 아래에서 컵 라면을 먹으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준비한 것들을 드린 다음에 눈 감으면 나타나는 귀신이 무서워 잠들지 못하고 공원화장실이나 동네 어귀 등 이곳저곳에서 서서 밤을 새는 새천년 형제를 만나 지배하는 귀신이 떠나도록 기도해 드리고 이동했다.

길을 건너 경마장 쪽에 있을 십 원짜리 남편 남태국을 찾아 갔으나 안보여서 중앙통 먹자골목에서 자는 빨간 머리 기저귀를 찾아 봤으나 없었다.

끓여 온 수프가 아직 많이 남아 있어서 길 건너 아가씨들의 거리를 찾아갔다.

빨간 조명이 울긋불긋 꽃 서울을 꽃피우고 있는 추운 밤의 거리! 비닐창문으로 추위를 차단한 채로 비닐 안의 의자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는 여인들에게 햄버거와 따뜻한 수프를 건네주었다.

말없이 이것저것을 주자 그녀들이 물었다.

“어디서 나왔는가요?”

“네! 요 앞의 광야교회에서 나왔습니다.”

“네에!”

두 곳과 길에 선 여인들에게 주면서 속으로 기도를 올린다.

“주여! 주께서 자비를 베푸사 이들에게 어떤 식으로든지 주의 구원의 은혜가 임하게 하옵소서!”

돌아오며 인사를 건네는데, 한 여인이 자기네 얼굴이 담긴 사진은 지워달라고 부탁한다.

여리고의 기생 라합은 붉은 줄을 창밖으로 드리웠는데 ‘지금은 아예 붉은 조명을 켜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추운지 계속 마스크 위로 새 올라간 입 기운이 윗눈썹 밑으로 서리 같이 붙어 끈적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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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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