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영어사전 콜린스가 2022년 한 해를 돌이키며 "permacrisis(영구적 위기)"라는 하나의 단어를 선정했습니다. 콜린스 측은 "많은 사람에게 2022년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요약하는 단어다"라고 말하면서 "브렉시트, 코로나19, 기후 변화, 정치적 불안정, 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등을 겪은 후 사람들은 현재 불확실한 일상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위기감이 그 수위를 높여가는 오늘날, 또 하나 사회를 힘들게 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간하게 하는 무서운 정신적 질병이 있습니다. 바로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이라는 것입니다. 이 리플리 증후군은 심각한 성격 장애로 자신의 모습을 극대화 하기 위해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고 자신이 한 거짓말을 진실이라고 굳게 믿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짓이 탄로 날까봐 전전긍긍하는 일반 거짓말쟁이들과는 달리 리플리 증후군 환자들은 자신이 한 거짓말을 완전하게 믿고 있다는 차이점을 보입니다. 결국 이것은 가짜 인생을 살게 만들게 되면서 이 리플리 증후군의 심각성이 점점 더 사회를 혼란하게 만드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불안전한 사회를 지내는 가운데 지난 몇 주 동안 변함없이 온 세계는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는 축제 분위기가 옹색하게나마 머리를 들어올리려 온갖 노력을 한것 같습니다.
필자가 지난 번 아르헨티나 연주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칠레 산티아고를 잠깐 경유하게 되었는데 유난히 무더운 날씨 가운데 공항 터미널에서 희미하게 울려 퍼지는 "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루돌프 사슴 코는" 등 크리스마스 케럴의 멜로디들이 제게는 너무 초라하게만 들려지는 것은 웬일인지요?
또한 여기 저기서 메시야 연주를 알리는 광고, 그리고 그 연주들을 통해 분명 메시야의 탄생을 축하며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키려고 합니다. 그런데 왠지 예년같지 않은 하나의 무거운 추가 무언가를 누르고 있어 축제 분위기를 다운시키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웬일인지요?
미국의 유명한 교회음악 작곡가 크라이즈데일(David Clydesdale 1954-)이 쓴 크리스마스 칸타타 더 킹(The King)의 서곡에서 표현한 곡을 소개하며 이 혼탁한 시대에 우리가 놓치지 말고 마음에 깊이 간직해야 할 중요한 진실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그것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하나님의 사랑을 통해 삼위 하나님을 송축하는 삶입니다.
그리스도 탄생의 신비를 표현하기에 앞서 서곡을 통해 크라이즈데일은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증표를 크게 두 가지로 펼치고 있습니다. 그 하나는 이 세상 우주 만물을 창조 하셨다는 사실입니다. 가사의 내용이 다음과 같습니다.
"장엄한 하늘, 무수한 별들이 오색빛을 발하는 모습속에 하나님의 놀라운 권능. 천지 창조의 신비를 보며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이 땅에 보내시고 십자가 사건을 통해 그 사랑을 확증하셨다는 사실입니다. 다음과 같이 가사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경이로운 주의 사랑이, 나를 돌아보는 사랑의 눈동자가 치욕의 십자가를 통해 사랑을 확증해 주시고 환히 비추어 주셨습니다."
이것을 사도 요한이 쓴 말씀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명확하게 증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에게 이렇게 나타난바 되었으니 하나님이 자기의 독생자를 세상에 보내심은 저로 말미암아 우리를 살리려 하심이니라 사랑은 여기 있으니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요 오직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사 우리 죄를 위하여 화목제로 그 아들을 보내셨음이니라.(요한1서 4:9-10)
우리가 분명히 깨달아야 할 진리는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사 독생자를 보내 주셔서 그 사랑의 확증을 하신 것입니다.
2022년 한 해의 단어인 'permacrisis'(영구적 위기)를 표현하는 모습을 보며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얼마나 큰 위기감에 떨고있는지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리플리 증후군 같은 정신적인 질병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간질하며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게 하는 무서운 질병으로 사회를 엄청나게 힘들게 하는 것들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을 신뢰하는 신앙이 흔들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폴 투르니에(Paul Tournier 1898-1986)는 그가 쓴 책 '기술과 신앙'에서 "진정한 신앙은 전혀 의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망설임과 실수와 온갖 실망과 잘못된 출발을 통해 자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느끼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혼돈의 시대에 사회적인 환경으로 인해 진리에 대해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의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실수와 잘못을 되돌이켜 진정한 신앙을 고수하며 지켜갈 수 있어야 합니다.
체스터턴(Gilbert Keith Chesterton 1874-1936)은 그의 책 '정통'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합니다. "미치광이가 되는 일은 쉽다. 이단이 되는 것도 쉽다. 현 시대를 따라가는 것은 언제나 쉬운법이다. 진정 어려운 것은 자신의 것을 잃지 않고 지키는 일이다. 나는 하늘의 마차가 천둥소리를 내며 시대를 가로질러 날고 둔한 이단들이 배를 깔고 엎드리고 이성적인 진리는 비틀거리면서도 똑바로 서 있는 환상을 보았다." 사회는 변함없이 우리의 신앙을 비틀거리게 하고 있습니다. 아니 오늘날은 예전보다 더 혼탁해져 가는 사회 속에 그 수위를 더 높여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진리 앞에 흔들림 없이 자신의 것을 지켜나가야 합니다.
2023년 신년을 맞이하여 삼위 하나님을 송축하며 우리가 분명히 놓치지 말아야 할 진리를 마음에 담습니다. 즉,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셔서 우주 만물을 창조하셨습니다. 그리스도는 치욕의 십자가를 통해 사랑을 확증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성령님께서 오늘도 변함이 없이 우리를 사랑으로 안위하시며 지키고 계십니다. 모두들 희망으로 가득 넘치는 신년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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