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욱 교수
신성욱 교수

물이 들어있는 컵이 있다. 그걸 들고 서 있다 가정해보자. 물의 무게가 얼마나 될까? 250g? 350g? 컵의 크기에 따라 물의 무게는 달라질 것이다. 문제는 물의 무게가 아니다. 물이 담긴 컵을 손에 들고 있는 게 문제다. 1분 정도 든다고 문제가 되진 않는다. 5분을 들고 나면 팔이 저리고 아플 것이다. 1시간을 계속 들고 있으면 팔에 마비가 오고 견디기 힘들 것이다. 그럴 때 유일한 방법은 컵을 내려놓는 것이다.

우리의 염려나 걱정도 마찬가지다. 한두 번 생각한다고 문제가 생기진 않는다. 하지만 하루 종일, 며칠 동안, 한 달이나 일년내내 계속 생각하면 건강에도 문제가 생기고 영적으로도 피폐해서 죽을 지경이 될 것이다. 어떻게 해야 문제가 없어질까?

염려나 걱정을 내려놓는 것이다. 물론 내려놓는다고 되는 건 아니다. 다시 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방법이 최상일까?

성경은 우리에게 최고의 답, 유일한 답을 제시한다. 벧전 5:7절은 이렇게 말씀한다.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기라’ 이는 그가 너희를 돌보심이라.”

이때 우리말의 ‘맡기라’는 어떤 뜻인가? 사전적 의미로는 ‘물건 등을 받아 보관하다’란 의미를 갖고 있다. 영어로는 ‘entrust’, 즉 ‘위탁하다’란 단어가 어울리는 단어이다.

우리의 염려를 맡기라는 것은 다시 찾아가라는 뜻이다. 다시 찾아갈 생각 없이 물건을 맡기는 사람은 없다. 우리말 성경은 오랜 세월 동안 ‘너희 염려를 주께 맡기라’고 번역했고, 설교자들은 이를 기초로 해서 그 내용 그대로 설교를 해왔다.

때문에 한국성도들은 집회를 하고 말씀을 들을 땐 자신의 염려를 주께 잘 맡기다가 집회를 마치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면서 염려를 다시 찾아가는 일에 전문가들이었다.

이걸 성경 원문에 맞게 제대로 번역하면 어떻게 될까? 다음과 같다.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던져버리라’(ἐπιρίπτω, throw away, cast) all your care upon Him, KJV), 왜냐하면 그가 너희를 돌보시기 때문이라”(신 교수 수정역).

우리 염려를 다 여호와께 던져버리라는 것이다. 던진다는 것은 “I don’t care!”(“나 신경 안 써!”)란 뜻이다.

이유가 뭘까? 이어서 나오는 내용 때문이다. ‘여호와 그분이 케어하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염려를 여호와께 던져버리고 아예 ‘신경 끄라!’는 뜻이다.

구약의 시 55:22절도 마찬가지다. “네 짐을 여호와께 ‘맡기라’ 그가 너를 붙드시고 의인의 요동함을 영원히 허락하지 아니하시리로다.”

이 구절 역시 신약의 벧전 5:7절처럼 잘못 번역된 대표적 실례 중 하나이다.

제대로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네 짐을 여호와께 ‘던져버리라’(שׁלך)(‘Throw away’ (or cast) your burden on the LORD, ESV) 그가 너를 붙드시고 의인의 요동함을 영원히 허락하지 아니하시리로다”(신 교수 수정역)

우리의 모든 근심과 짐을 여호와께 던져버리라고 되어 있다. 헬라어 ‘ἐπιρίπτω’와 히브리어 ‘שׁלך’는 똑같은 의미의 단어이다.

‘던져버리라’는 뜻 말이다. 그렇다. 카일 아이들만(Kyle Idleman)은 이 단어를 성경 다른 곳에서도 사용된 ‘옮기다’(transfer)로 이해하기도 한다. 문자적으로 ‘짐을 옮기다’란 의미로 말이다. 우리를 붙잡고 주저앉히는 짐을 하나님이 지고 가시게 그분께 옮기라는 것이다(『포기하지 마』 (서울: 규장, 2019), 109) 이 또한 원어의 뜻을 보다 쉽게 이해하게 해주는데 도움이 되는 의미라 생각된다.

우리의 염려와 근심과 걱정과 두려움은 “I don’t care!”(“아버지 알아서 해주세요. 나 신경 꺼요!”)라고 외치면서 모두 여호와께 던지고 옮겨버려야 한다. 이유는? 그분이 우리 대신에 케어하시고(care) 책임지고 맡아주실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좋은 하나님을 아버지로 두고 있으면서 왜 염려와 근심이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

염려와 근심, 걱정, 두려움, 의심이 들어있는 컵을 내려놓지 말고 던져버리라. 누구에게? 여호와 하나님께.

그렇다. 오늘도 우리 속에 찾아오는 모든 문제들에 대한 염려와 근심과 걱정들은 모두 여호와께 던져버리고 기쁨과 감사와 평안 속에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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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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