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믿음·은혜·성경은 장로교 신앙의 뿌리
장로교단들, 한장총 중심으로 하나 됐으면
왜 ‘장로교의 날’ 정했는지 다시 성찰할 필요
연합기관, 보수 진보 하나씩 있는 게 좋아
출산율 저하·고령화… 교회 다음세대 위기
목회자들부터 회개하고 성경으로 돌아가야
정서영 목사(예장 합동개혁 총회장)가 최근 한국장로교총연합(한장총) 제40회 정기총회에서 신임 대표회장으로 추대됐다. 그는 당시 소견발표에서 “한국교회가 신앙적으로 바로 서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바른 신학과 신앙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했었다. ‘바른 신학과 신앙’. 사실상 이것이 한장총 대표회장으로서 앞으로 1년 간의 그의 비전이다. 그럴 듯한 미사여구는 없지만, 그래서 더 무겁게 다가오는 말이다. 본지는 정 신임 대표회장을 만나 그 말의 구체적 의미를 들어봤다. 아래는 일문일답.
-먼저 한장총 제40대 대표회장으로 선출되신 소감을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종교개혁의 정신 위에 서 있는 것이 장로교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장로교가 그 정신을 잊고 있는 듯합니다. 개혁은 종교개혁 정신을 다시 기억하고 회복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한장총 제40대 신임 대표회장으로서, 그 일에 최선을 다하보고자 합니다.”
-그럼 종교개혁의 정신은 무엇입니까?
“오직 믿음, 오직 은혜, 오직 성경입니다. 이는 기독교, 특히 장로교 신앙의 뿌리와도 같은 것입니다. 죄인을 구원하신 그 은혜 위에 믿음으로 굳게 서서, 오직 성경의 말씀을 따라 사는 삶입니다. 기독교인이라면 이 종교개혁의 정신과 그 깊은 의미를 날마다 묵상해야 할 것입니다.”
-한장총 대표회장으로서 앞으로 꼭 추진하고 싶은 사업이 있다면요?
“장로교의 신학을 체계적으로 정립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성도들에게 구체적인 신앙으로 받아들여지도록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신학과 신앙이 서로 괴리되지 않고 같이 가도록 하고 싶습니다. 신앙이 따라가지 않는 신학은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신학에 문제가 있다고 보시나요?
“특별히 자유주의 신학이라고 하는 것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그것이 성경에도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식으로 성경을 상대화하기 때문입니다. 성경 비평이라는 걸 하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 성경을 보기 시작하면 결국 하나님에 대한 신앙이 흔들릴 수밖에 없어요. 우리 신앙의 뿌리가 성경인 까닭입니다. ‘오직 성경’이라는 장로교 신학의 정체성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오는 시대입니다.”
-한국 장로교회의 대표 기관으로서 한장총이 꼭 해야 할 역할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한장총은 정통 장로교단들이 모여 있는 연합단체입니다. 다시 말해, 한 신앙을 고백하는 사람들이 모인 것이죠. 교단마다 그 형식과 모양은 조금씩 다를지라도 고백하는 신앙이 같기에 서로 연합한다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부분에서 조금 아쉬운 면도 있지만, 각 장로교단들이 한장총을 중심으로 하나 된다면 한국교회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장총이 매년 ‘장로교의 날’ 행사를 치르고 있습니다. 내년 계획이 혹시 있으신가요?
“회원 교단들이 함께 모여 우리의 정체성을 다시 확인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고 중요한 것입니다만, 행사가 자칫 형식화 되고 그저 ‘기념일’ 정도로 지나가버린다면 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무엇 때문에 ‘장로교의 날’을 정했는지 다시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년 ‘장로교의 날’ 행사는 이런 점을 염두에 두면서 보다 더 의미 있게 치러보고 싶습니다.”
-교계 연합기관 통합 논의가 있었지만 아직 통합에까진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쉽진 않을 것입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한국 교계에 건강한 보수 진보 연합기관이 하나씩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 둘이 서로 견제하면서 교계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테니까요. 불행히도 현재 보수 연합기관이 세 개로 분열돼 있는데, 부디 통합의 길을 찾았으면 합니다. 만약 한국교회 전체가 존경하고 따를만한 리더가 있었다면, 그 일이 보다 쉬웠을 텐데 그런 리더가 잘 보이지는 않네요.”
-현재 한국교회 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한국의 출산율은 심각한 상황이고, 교인들의 평균연령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교회에 젊은 세대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제 생각에 현재 한국교회는 마치 고장난 브레이크를 달고 내리막 길을 내려가는 자전거와도 같습니다. 그 브레이크를 고쳐서 밟아줄 리더가 필요한데, 그런 리더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이대로 두면 그 결과가 어떨지는 뻔하지 않습니까. 이미 유럽이 그 결과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독교 역사가 깊은 서구도 그러한데,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목회자들부터 변해야 합니다. 소경이 어떻게 소경을 인도할 수 있겠습니까. 저를 비롯해 한국교회 지도자라고 하는 목회자들이 깊이 회개하고 다시 성경으로 돌아가 종교개혁의 그 정신을 회복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교회와 목회자들은 너무 세속화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로인해 사회로부터 신뢰를 잃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사회적 메시지를 낸들, 누가 그것을 무겁게 받아들이겠습니까.
그러나 하나님은 남은 자들을 통해 우리를 새롭게 이끄실 것입니다.”
-끝으로 꼭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부탁드립니다.
“부족한 자가 한장총 제40대 대표회장이 되었습니다. 미력하지만 한국 장로교를 위해 마지막 봉사를 하고 싶습니다. 장로교 신학과 신앙을 바로 세워서 세속화 된 교회와 목회자들이 그 길에서 돌이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고자 합니다. 일단 저부터 그렇게 하도록 부단히 노력하겠습니다. 저와 한장총을 위해 기도해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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