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느 장로님이 장로 임직을 받고 주일예배 때 공중기도를 하기 위해 단 위에 올랐다. 그때 목사님이 장로님을 올라오지 못하게 저지했다.
“죄송합니다. 정장을 입으신 분이 대신 기도를 해주세요.”
정장을 입지 못한 장로님은 강단에서 내려와 맨 뒷자리에 앉아 한없는 눈물을 쏟았다.
[2] 목사님이 야속했지만 순종했다. 그리고 예배실 뒷자리에서 눈물을 삭혔다. 이 장로님은 가난한 농사꾼으로 8남매를 키웠기 때문에 정장 한 벌 제대로 갖출 여력이 없었다.
그래서 이 장로님은 새벽기도 때마다 “하나님! 이 가난이 저의 대로 끝나게 해 주십시오!”라고 울면서 기도했다.
[3] 한 번은 이 장로님 부부가 추운 겨울에 새벽기도를 하기 위해서 교회를 가다가 빙판길에 넘어져서 공교롭게도 하천에 빠지는 불상사가 생겼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온몸이 얼어붙었고 고드름이 되고 말았다. 이들 부부는 얼른 집으로 돌아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옷을 입은 이들은 새벽기도에 늦을까봐 몸도 녹이지 않고 다시 교회로 달려갔다.
[4] 교회에 간 장로님은 “우리 아들 다섯 명을 신실한 장로로, 딸 셋을 신실한 권사로 세워 주십시오!”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장로님의 이 기도가 응답이 되어 다섯 아들은 장로로, 세 딸은 권사가 되었다. 바로 안산제일교회의 고 김응선 장로님의 이야기이다.
[5] 첫째 아들 김홍규는 순천동부교회 장로로 순천 매산고등학교 교장이었고, 둘째 아들 김병규는 서울복음교회 장로로 명보 주식회사 회장이고, 셋째 아들 김성규는 장안교회 장로로 유성 T&S주식회사 회장이고, 넷째 아들 김명규는 인천제일교회 장로인데 14대, 15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다섯째 아들 김승규는 서울 할렐루야교회 장로로 법무장관과 국정원장을 역임했고, 큰 딸 김은애는 성주소망교회 권사이고, 둘째 딸 김은덕은 한마음장로교회 권사이고, 셋째 딸 김은자는 예손장로교회 권사이다.
[6] 김응선 장로님 가정의 신앙 좌우명은 갈라디아서 6장 7절 말씀인데, “스스로 속이지 말라 하나님은 만홀히 여김을 받지 아니하시니 사람이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는 내용이다. 이러한 말씀에 뿌리를 두고 항상 하나님 앞에 많은 것을 심었기에 하나님께서 그의 자녀들에게 복에 복을 더하여 주신 것이다.
[7] 목사님의 한 마디에 시험이 들어 교회를 망치고 자신도 망칠 수 있었으나, 김응선 장로님은 그때의 상처와 한을 새벽기도의 헌신으로 풀어냈다.
그랬을 때 하나님은 그의 헌신과 성실한 신앙생활을 보시고 자녀들을 축복하셨다.
[8] 사무엘상 1장에 나오는 한나도 마찬가지다. 브닌나가 자식이 없는 한나를 격분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사라와는 달리 남편과 브닌나에게 욕하거나 저주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아프고 힘든 시간을 성전에서 기도하는 것으로 풀어냈다. 그것도 하나님께서 아들을 주시면 주의 전에 바치겠다고 헌신까지 한다. 그 결과 한나는 아들을 가졌고, 서원대로 그를 성전에 바침으로써 이스라엘의 위대한 선지자 사무엘 시대가 활짝 열리게 된다.
[9] 한나가 처음엔 인간적인 기도를 하다가 하나님의 마음을 알고 난 후에 마음을 바꾸어 아들을 바치는 헌신을 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몇 있다. 15b절에 “여호와 앞에 내 심정을 통한 것뿐이오니”란 구절 때문에 그런 해석이 나왔다. 하나님과 한나가 서로 마음이 통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번역이다. “여호와 앞에 내가 ‘마음을 쏟아부은 것’(poured out)뿐이오니”로 되었어야 한다.
[10] ‘한나가 일방적으로 하나님께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았다’란 말이다. 10~11절에 보면 “한나가 마음이 괴로워서 여호와께 기도하고 통곡하며 서원하여 이르되”로 되어 있다. 한나가 괴로운 마음으로 성전에 와서 여호와께 기도하고 울면서 바로 서원했다고 한다. 처음엔 ‘내게도 아들을 주셔서 브닌나에게 한 번 본때를 보여주게 하소서!’라는 인간적인 기도를 하다가, 하나님과 마음이 통한 후에 ‘아들을 주시면 종으로 바치겠나이다!’라고 서원한 게 아니다.
[11] 기도하자 말자 곧바로 울면서 서원했다는 내용이 보이는가? 그렇다. 한나는 그런 여인이었다. 대단히 인격적이고 신앙적이고 헌신적인 여인이었단 말이다.
교회 안에서 목사나 중직자나 다른 성도들의 말과 행동으로 상처 입는 이들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 전국의 무당들 상당수가 교회에서 상처 입은 경험이 있는 자들이라는 얘기를 아는가? 누가 무슨 말을 하여도 시험 들지 않고 기도와 헌신으로 풀어내는 사람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12] 이런 이들만 교회 안에 존재한다면 시험들 이유도 없고, 교회가 분쟁과 다툼 없이 은혜롭고 덕스러운 소문만 낼 수 있을 것이다.
오늘 나부터 김응선 장로님과 한나와 같이 성숙한 헌신자가 되어야겠다. 우리 모두 그런 큰 신앙인들이 되어 한국 교회의 부흥과 성장을 새롭게 회복시키는 불쏘시개들이 다 되었으면 좋겠다.
신성욱 교수(아신대 설교학)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