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차별금지법 논의에 있어, 이 법으로 인해 기본권인 종교의 자유가 제한된다면 문제가 있다고 본다. 나아가 이런 종교적 입장이 아니더라도, 성(性)에 대한 상대주의적 관점이 보편화되는 것에 대한 시민적 문제제기는 가능해야 한다.… 현재 발의된 차별금지법이 그런 토론과 고민 없이 그대로 통과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이 9일 서울 신길교회(담임 이기용 목사)에서 열린 ‘포괄적 차별금지법 포럼’에서 한 말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안들이 대부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 의해 발의됐다는 점에서 같은 당 소속인 김 의원의 발언에 교계의 관심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포럼은 기독교대한성결교회(총회장 김주헌 목사)와 서울신학대학교(총장 황덕형 박사) 등이 주최한 것이다. 김 의원을 비롯해 조영길 변호사(법무법인 I&S 대표), 하재성 교수(고려신학대학원), 임석웅 목사(기성 부총회장)가 패널로 참여했다.
현재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상민·박주민·권인숙 의원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차별금지법(평등법)안이 계류돼 있다. 4개 법안 모두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차별금지 사유로 포함하고 있으며, ‘성별’을 “여성, 남성, 그 외에 분류하기 어려운 성”(장혜영 의원안은 “여성, 남성, 그 외에 분류할 수 없는 성”)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에 교계를 중심으로 이 법이 제정되면 이것이 동성애나 성전환 등에 대한 비판을 제한함으로써 양심과 종교의 자유 등을 침해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포럼에서도 이런 취지의 주장들이 나왔다.
◆ “토론, 가장 필요하고 현실적인 것”
특히 김 의원은 포럼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 “(국회 안에서) 한 번도 토론을 본격적으로로 해본 적이 없다”며 “다양한 측면의 문제점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토론을 거치지 않고 가는 건 어렵다”고 했다. 아울러 “현재 제기된 법안 가지고는 그런 (종교적 관점 등에서의) 문제제기에 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관련된 여러 견해들을 반영해 법안을 수정하는 것은 입법기술이라는 측면에서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이러 이러한 부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것, 또는 그러한 토론 확산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필요하고 현실적인 것이 아니냐, 라는 생각”이라고 했다.
조영길 변호사도 “지금 (차별금지법) 입법은 서둘러서 진행할 문제가 아니다. 이 법을 제정해서 시행된 나라에서 대부분 폐해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언론이든 학계든 차별금지법의 실상이 뭐냐, 이것을 자세히 알아서 열린 마음으로 잘 보면 이게 따라야 할 법인지 경계해야 할 법인지, 또 뭘 막아야 할지 아주 분명해 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민석) 의원님께서 당내에서 빨리 제정하려고 하는 분들에게 ‘국민에게 소상히 알려서 국민의 찬반 의견을 충분히 듣자’고 말씀해 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임석웅 목사는 그 동안 차별금지법안을 “두루뭉술, 모르게, 후다닥 해치우려고 하는 경향도 있었다”며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길 원하는 이들이) 국회의원들이 이런 것에 대해 무지하고 무관심하길 원하는… 이런 걸 간파해야 하지 않을까”라고도 했다.
◆ “차별금지법의 가장 큰 해악은 ‘혐오표현 금지’”
한편, 조영길 변호사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 “이름 자체는 합법적, 합헌적, 상식적, 인권적”이라며 “그러나 내용으로 들어가면 실제로는 겉과 배치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제3의 성을 특별히 문제 삼았다.
조 변호사는 “이런 것들은 동성애와 성전환을 반대하지 못 하게 하겠다는 성혁명론자들이 만들어낸 신용어(new word)”라며 “성적지향에는 동성 성행위, 성별정체성에는 성전환 행위가 들어간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했다.
그는 “이게 왜 우리의 양심·신앙·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느냐. (차별금지법안이) 부정 관념을 표시해서 정신적 고통을 주면 차별로 몬다. 부정 관념 표시라는 건 반대 의견 표시다. ‘성전환은 위험하다’ ‘동성애는 죄다, 그리고 가정을 파괴한다.’ 이런 관념을 표시했는데 듣는 사람이 불쾌감을 느낀다? 그럼 차별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조 변호사는 “이건 엄청나게 위험한 것”이라며 “진리를 말했는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었다고 입을 막아버리면 모든 성경에 있는, 죄를 미워하는 진리 표현이 금지가 되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그는 “동성 성행위라고 하는, 또는 성전환 행위라는 행위 반대다. 행위자 반대가 아니다. 그냥 ‘동성 성행위를 나는 동의하지 않아. 위험하다고 생각해. 성경상 죄라는 신념을 갖고 있어.’ 이렇게 이야기 했는데, 정신적 고통을 느낀다고 금지시키면 이것은 국가가 동성 성행위와 젠더라는 것을 지지하는 가치관만 정당화 하고 반대하는 가치관은 용서하지 않겠다는, 국가가 가치관을 통제하는 전체주의적 사고”라고 했다.
조 변호사는 “차별금지법의 가장 큰 해악은 차별의 정의 조항에 ‘혐오표현 금지’라고 하는 무서운 독재적인 내용에 있는 것”이라고 했다.
◆ “오히려 역차별 낳고 신앙의 자유 제한할 가능성”
이날 본격 포럼에 앞서 진행된 경건회에서는 기성 부총회장 임석웅 목사가 ‘혼돈에서 정돈으로’(창세기 1:1~5)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임 목사는 “성경은 하나님께서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만드셨다고 말씀하고 있다”며 “하나님의 창조섭리에 따라 생육하고 번성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이런 질서를 깨트리려는 사람들 있다. 남자와 여자의 역할을 무너뜨리고 하나님이 정하신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들”이라며 “더 이상 대한민국이 혼란과 공허에 빠지도록 놔두면 안 된다. 무관심이 죄다. 한국교회 전체가 일어나 교회와 대한민국, 자녀들을 지켜내야 한다”고 했다.
이후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한 서울신대 황덕형 총장은 “차별금지법은 헌법상의 평등 원칙을 국민의 사적 영역, 즉 고용, 재화·용역 제공, 교육에까지도 적용해서 실현시키겠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런 주장과 달리 제안된 관련 법안 속에는 매우 우려스러운 일부 독소조항들이 들어 있어서 오히려 역차별을 낳고 신앙의 자유를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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