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는 영화에 대한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편집자 주

신성욱 교수
신성욱 교수

[1] 600만을 돌파한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을 관람하고 왔다. 3주간 미국에 다녀온 지 이틀 밖에 지나지 않은 까닭에 시차 적응이 안 되어 초반에 좀 졸긴 했어도, 정작 한산도대첩 장면이 나올 땐 시차도 맥을 추지 못한 채 압도적인 전투 장면에 몰입할 수 있었다. 2014년 개봉된 ‘명량’의 후속작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관림하는 내내 잊어버린 우리나라의 역사를 다시 떠오르게 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2] 1592년 4월, 조선은 임진왜란 발발 후 단 20일 만에 왜군에 한양을 빼앗기며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다. 조선을 단숨에 점령한 왜군은 명나라로 향하는 야망을 꿈꾸며 대규모 병력을 부산포로 집결시킨다.

한편, 이순신 장군은 연이은 전쟁의 패배와 선조마저 의주로 파천하며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도 조선을 구하기 위해 전술을 고민하며 출전을 준비한다.

[3] 하지만 앞선 전투에서 손상을 입은 거북선의 출정이 어려워지고, 거북선의 도면마저 왜군의 첩보에 의해 도난당하게 되는데, 전쟁 초기에 일본군이 기세를 올리며 한반도를 점령해 가자 조선은 나라의 운명이 위태로워졌다.

하지만 이때 한반도 남쪽 바다에서 승리의 소식이 전해졌다.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 수군이 옥포, 당포, 당항포, 율포 등지에서 일본 수군을 물리쳤던 것이다.

[4] 일본은 육지와 달리 바다에서 거듭 패하자 병력과 함선을 한데 모아 조선 수군을 공격하기로 했다. 이에 이순신 장군은 많은 수의 적군과 싸워 이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는 한산도 앞바다가 싸움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일본 수군을 그곳으로 유인했다. 그러고는 일본 수군이 한산도 앞바다에 나타나자 조선 수군은 함선을 학의 날개 모양으로 펼친 뒤 함포 공격을 퍼부었다. 돌격선인 거북선은 혼란에 빠진 일본 수군의 진영을 휘저었다.

[5] 일본 수군은 조선 수군의 거센 공격에 우왕좌왕하다가 147척의 배가 바다에 침몰되고 12척을 빼앗긴 채 물러나고 말았다.

'진주대첩'과 '행주대첩'과 함께 임진왜란 3대대첩으로 알려진 '한산도대첩'이다. 이 싸움은 세계 3대 해전 중 하나로도 유명하다.

이 영화의 유명 대사를 하나 손꼽으라면 다음 내용을 말할 수 있다.

[6] 준사가 이순신 장군에게 묻는다. “이 전쟁은 무엇(으로 인한 것)입니까?” 그때 이순신 장군이 말한다. “의와 불의의 싸움이지!”

맞다. 이 전쟁은 의와 불의의 싸움이다. 남의 나라를 침략해서 그 나라 백성들을 죽이고 땅을 뺏으려는 불의한 왜놈들과 그들에 의해 목숨을 잃고 숨져간 이름없는 의로운 민초들의 싸움이 틀림없다.

[7] 그런데 자기 나라와 백성들이 일본의 침략에 의해 유린되는데도 당파 싸움에만 빠져 있었던 우리 선조들은 의롭다기보다는 불의했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조선 침략과 위안부 문제를 언급할 때마다 우리는 일본에 대한 좋지 않은 악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런 일본에 대해 우리가 미운 감정을 가지는 건 당연한 일이겠으나, 당파 싸움만 하고 속수무책이었던 우리 선조들에 대해선 왜 분노를 품지 않느냐는 것이다.

[8] 물론 그 선조들은 이미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니다. 하지만 과거의 역사를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지적할 것은 지적하고 반면교사로 삼을 것은 삼아 우리 자신들은 우리네 후손들에게 부끄럼 없는 선조들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산’이란 영화를 보면서 절감하는 것은, '당시 이순신이란 불세출의 영웅이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어찌 되었을까?'라는 점이다.

[9] 상상만 해도 모골이 송연하다. 왜 우리는 성웅 이순신 장군 같은 분이 우리나라에 탄생하심을 기뻐하고, 또 그분이 거북선으로 왜선을 물리치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열광하는 것으로만 만족해야 한단 말인가? 비록 이순신 장군 같은 위대한 영웅의 출현이 무산되었다 할지라도, 당시 조선의 임금이나 나라를 책임진 정치가들이 당파싸움을 하지 않고 일본의 침략에 잘 대비해서 전쟁 자체가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10]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현재 대한민국은 전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나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음악, 스포츠, 영화, 드라마, IT, 조선, 원전 등 세계 최고의 국가로 선전하고 있고, 모든 이들이 와서 살고 싶은 나라가 되었다. 단지 정치만 여당과 야당이 치열한 다툼을 일삼고, 같은 당 내에서마저 분탕질이 양당에 이어지고 있는 빵점 수준이 되고 말았다. 지금 이 모습 이대로라면 지난 날 우리 선조들이 맛보았을 쓴 잔을 우리와 우리 후손들도 그대로 경험할 가능성이 많다.

[11] 영화 ‘한산’을 지켜보면서 이순신 장군이 왜선들을 불태우고 왜놈들을 칼과 불로 죽이는 모습에 희열을 느끼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오늘 우리는 당시 임금과 조정 정치가들과는 달리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회의를 절감하기도 했다. 다시는 이순신 장군 같은 영웅이 나오지 않아도 될 만큼 모든 면에서 성숙하고 서로를 배려하고 잘 준비되어서, 우리 후손들 시대에는 세계를 주도해나가는 대한민국으로 세계인들의 찬사를 받게 되는 영광이 주어지길 간절히 고대한다.

신성욱 교수(아신대 설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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