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눈 부위만 망사로 뚫은 채 온 몸을 가리는 복장인 부르카를 착용한 아프간 여성. ©KBS Archive 보도화면 캡쳐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에게 공공장소에서 온몸을 가릴 것을 요구하는 새 법령이 공표되어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7일 하이바툴라 아쿤자다 탈레반 최고지도자는 카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여성들에게 눈 부위를 제외한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이슬람 의상인 ‘부르카’를 착용할 것을 의무화하는 법령을 발표했다.

아쿤자다는 법령에서 “전통적이고 예의를 갖추기 위해, 차도르(머리부터 발끝까지 오는 부르카)를 착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랍권 매체인 알자지라에 따르면 탈레반은 지난 12월, 여성이 가까운 남성 친척 없이는 45마일(73km) 이상 이동하는 것을 금지하는 여행 제한령을 시행했다.

부르카 착용 의무화는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아프간을 통치했던 탈레반이 도입한 여성 억압 정책이다. 2001년 미국의 공격으로 탈레반이 축출된 이후, 대부분 여성들은 머리에 두건은 썼지만, 카불과 같은 대도시 지역의 여성들은 얼굴을 가리지 않고 생활했다.

영국 ‘텔래그래프’에 따르면, 새 법령은 여성이 부르카를 입지 않고 외출할 시, 그 여성의 아버지나 보호자 또는 가까운 남성 친척이 직장에서 해고되거나 3일 동안 감옥에 수감될 수 있다고 명시한다.

타밈 아시 전쟁평화연구소(IPS) 사무총장은 텔레그래프에 “탈레반이 아프간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야외 자연 감옥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파우지아 쿠피 전 아프간 하원의원도 트윗에 “3,500만 명 이상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데도 탈레반의 최우선 과제는 여성 복장”이라며 “아프간 여성들은 항상 이슬람의 원칙에 따라 옷을 입었다. 부르카는 전통 의상이며 항상 개인의 선택이지, 이슬람 사회에서 결코 강제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8일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탈레반 집권 정부가 “서방 국가의 지원과 신뢰 부족으로 인해, 경제 위기 악화속에서 심각히 분열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3월 탈레반 지도부는 아프간 소녀들이 6학년을 졸업한 후에 교육을 이어가는 것이 이슬람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모든 여학생들이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던 당초 약속을 몇 달 만에 뒤엎은 셈이다.

아프간 미국 대학교에서 강사를 지낸 오바이둘라 바히어는 폴리티코에 “이러한 칙령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자란 아프간인들의 모든 성별과 세대 전체를 말살하려는 시도”라며 “이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가족들이 나라를 떠날 것을 강요하고 있다. 결국 탈레반에 대항하는 대규모 동원으로 번질 불만을 부추기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9월, 유엔은 탈레반이 평화적으로 시위하는 여성들의 시위를 금지시키고 폭력을 행사했다고 비난했다. 당시 탈레반 무장세력은 카불에서 시위 중이던 다수의 여성들과 15명의 언론인들을 “미국의 첩자들”이라고 비난하며 구타한 뒤 감옥에 가두었다.

라비나 샴다사니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대변인은 성명에서 “아프간 여성과 남성들이 여성의 노동권, 이동의 자유, 교육, 정치 참여 등 자신들의 권리를 존중받기 위해 목소리를 낼 때 권력자들이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촉구했다.

당시 시위에 참여한 한 여성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여성이 인구의 절반인데도 이 나라의 시민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며 “그들이 우리를 때리든, 총을 쏘든 개의치 않는다. 우리의 권리를 지키겠다. 죽더라도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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