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들어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3월 전국 양봉협회 소속 농가를 대상으로 꿀벌 실종 피해조사 결과 4,159 농가의 38만 9,045개 벌통에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 약 70억 마리 이상의 꿀벌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도대체 꿀벌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늘 우리 곁에 있을 것만 같았던 꿀벌이 왜 사라진 것일까.
여러 가지 원인이 나오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기후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꿀벌 집단 폐사 원인은 지난 겨울에 기상 환경이 상당히 불규칙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예년에 비해서 지나치게 추웠다는 것이 큰 요인이다. 특히 2021년 겨울 같은 경우는 소위 '몹시 추운 겨울'이었고 그 겨울이 오기 전에 11월과 12월은 상대적으로 너무 따뜻했다. ‘이상기후’다. 겨울에 뜬금없이 기온이 올라가자 착각한 벌들이 밖으로 나왔다가 얼어 죽었다는 것이다. 꿀벌들도 겨울 준비를 하고, 양봉 농가들도 겨울 준비를 하는 타이밍도 놓쳤다. 꿀벌들이 겨울 준비하는 생리적인 리듬이 깨진 것이다. 일련의 과정에 환경이 영향을 주었다. 이러한 영향이 생태계의 생존기반을 무너지게 하였다.
그러다보니 꿀벌들이 자연의 복합적인 영양분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했다. 실제로 벌꿀의 대부분은 포도당과 과당, 당분이고 에너지원이 되고, 각종 미네랄과 항생 물질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 이 꽃가루와 벌꿀이 충분히 제대로 공급이 되지 않으면 질병면역성과 저항성이 약해져 질병에 대한 감수성은 높아지고 전반적인 건강성은 낮아지는 현상이 생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충분한 관심과 사랑이라는 영양분을 공급받아야 건강한 삶을 살고 건강한 사회를 이룰 수 있다.
꿀벌이 사라지므로 직접적으로는 우리 양봉 농가들의 생산이나 양봉 농가의 소득에 직접 피해가 생긴다. 생계에 큰 피해가 가고, 식물의 번식을 도와주는 생태계의 붕괴로 나타난다. 이런 생태계 서비스가 정상 작동되지 않았을 때 우리는 즉각적으로 농산물의 생산량의 저하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의 농작물 생산이 매해 약 24조원에서 28조원 정도가 되는데 그중 6조원 이상이 꿀벌 등이 화분매개에 의한 생산이다. 꿀벌이 사라지므로 이러한 사과, 배, 딸기, 복숭아 등을 포함한 이런 과실, 과채류, 과수의 생산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이것이 물가인 상으로 결국은 개인의 영양 관리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꿀벌이 사라지는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런 위기가 처음으로 좀 이슈화된 미국에서 CCD(군집 붕괴 장애Colony Collapse Disorder: CCD)라는 이름으로 꿀벌 봉군이 붕괴된 2006년부터다. ‘벌들이 집을 나가서 사라진다’는 이런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꿀벌의 실종이 위기가 되었다. 그때부터 이러한 현상들과 이러한 보고들은 미국에서부터 유럽으로 확산되었다. 하지만 초기 아시아권에서는 이러한 위기 문제가 깊게 관심을 가지거나 논의되지 않았다. 최근에 기상이변과 기후변화를 맞으면서 영향의 크기가 커졌다, 그렇게 꿀벌의 사라짐이 본격적으로 논의의 주제가 되고 있다.
그러면 꿀벌의 위기 대책은 있는가. 먼저 꿀벌의 건강성을 증진시켜줄 수 있는 어떤 관리의 문제. 이것은 대부분 양봉 농가들이 꿀벌을 어떻게 관리하는가에 대한 문제다.
꿀벌이 사라진 표면적인 원인은 병충해다. 꿀벌의 관리에서 꿀벌 해충 대한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이런 기생성인 해충들의 문제는 단순히 꿀벌을 괴롭히는 것뿐만 아니고 이 기생성인 해충들이 꿀벌의 다른 질병들, 바이러스병이나 세균병들을 매개로 한다. 다른 질병을 또 가져다준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전문가들은 꿀벌의 갑작스러운 대량 죽음이 종종 자연 파괴와 만연한 살충제 사용이 관련이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서는 1천500여 재배 작물의 30%와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세계 100대 작물 중 71%가 꿀벌을 통해 수분을 공급한다고 한다. 만약 이렇게 계속 꿀벌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벌들의 수분을 통해 생장하는 식물들은 열매를 맺을 수 없게 돼 멸종할 수도 있다. 인류에게는 대재앙이 될 수 있음도 불 보듯 뻔하다. 꿀벌이 사라진다면 100대 농산물 생산량이 현재의 29% 수준으로 줄어들어 지구상에 많은 사람의 삶의 질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러하기에 각급 초등학교 학습, 유치원, 초등학교, 고등교육 이런 수준에서 어떻게 하면 우리가 자연을 보호할 수 있는지, 꿀벌을 보호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실제로 실천적인 과제들을 만들어내고 이걸 수행케 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꿀벌을 보호하는 대국민운동 차원에서 벌과 나비들을 관찰을 하게 하면서 이런 화분매개의 중요성, 벌의 중요성, 그 다음에 이것이 만들어내는 이 자연계, 생태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런 교육이 필요하다. 다른 측면에서는 이 화분매개 곤충, 꿀벌 모니터링 시스템을 전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하면 어떨까 싶다. 그렇게 국가 차원에서 자료들을 모으고, 물론 시민과 학자들과 과학자들이 함께 참여해서 조사해 온 결과들을 바탕으로 우리 지역에는 이런 곤충이, 꿀벌이 사라지고 또 어떤 새로운 곤충이 출현 하는가 이런 자료 구축을 통해 생태계 복원작업들이 이뤄낼 수 있다. 기후 변화와 기상 환경 변화로도 연결시켜 보호대책을 마련하는 작업도 병행 할 수 있다.
꿀벌은 협동과 근면, 생명력의 상징이었고, 인간에게 원기를 북돋아 줬다. 인류의 함께 한 작은 거인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꿀벌이 사라진 지구는 상상하기 어렵다. 꿀벌이 지탱해주던 생태계의 고리 하나가 붕괴되면 인류의 지속가능한 생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 꿀벌의 처지는 2035년쯤이면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올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UN은 2017년부터 꿀벌 보호를 위해 매년 5월20일을 ‘세계 벌의 날’로 지정해 벌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전국적으로 올 1~2월에 꿀벌 70억 마리 이상이 사라졌다는데 아주 작은 곤충이지만, 우리 생태계에 없어서는 안 될 위대하고 소중한 자산이다. 어떻게 꿀벌을 보호할 수 있을까.
양봉농가들이 앞장서 꿀벌들에게 적절한 영양을 제공해 주는 것. 이것이 중요한 이슈다.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꿀벌들이 밖에 나가서 먹이 활동을 할 수 있는 배경을 잘 만들어 주는 것이다. 꿀벌이 복합 영양분인 벌꿀을 제대로 먹지 못해 쇠약해진 상태에서 병해충과 싸워야 한다. 즉 야생의 많은 종류의 꽃과 꽃 피는 식물들에서 꿀과 꽃가루가 제공이 된다면 꿀벌은 조금 더 안전하고 풍족한 환경에서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할 수만 있다면 이 꽃 피는 식물들을 많이 심어주고 관리해 주고 보호해 주는 것이 꿀벌을 살리는 지름길이다. 사실 집집마다 작은 꽃들을 키우는 것이 실은 어떻게 보면 어떤 아주 작은 노력이 될 수 있지만 이것들이 모이게 되면 생태계에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 아주 자그마한 자투리땅에 꽃을 심는데, 이 꽃들이 결국은 화분 매개자들에게 먹이를 제공하고 공간을 제공하고 휴식처를 제공해 줌으로써 더 큰 생태계에서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자연계에서, 산에도 들에도 많은 꽃 피는 식물들의 경우, 화분매개를 통해서 종자들을 만들어내고 과실을 만들어냈을 때 이것이 다른 생물의 먹이가 되는, 이런 먹이사슬 차원에서 생태계 순환이 매우 중요하다.
국제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Greenpeace)에 의하면 식량 재배에서 꿀벌의 기여 가치는 세계적으로 373조원이나 된다고 주장하고, 우리나라도 꿀벌의 경제적 가치가 6조원대에 이른다고 한다. 무궁무진한 가치를 지닌 꿀벌이 사라져가지만 평상시 대수롭지 않게 여기듯, 우리 인간의 단편적 어리석음은 주변의 소중한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를 지탱해야 할 꿀벌같은 이웃이나 청년들이 고독사로 사라지고 있다. 전문가들의 말은 함께 살아야 할 꿀벌이 사라지는 환경을 계속 방치한다면 농업의 위기, 미래 생태계의 위기 더 나아가 인류 자신에게도 큰 위기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효상 원장(시인, 수필가, 다산문화예술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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