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순찰을 하면서 우리가 제일먼저 들리는 곳이 동네 화장실이다.
먼저 여자 화장실에 들린다. 이곳에는 두명의 여성 노숙자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 안에는 화장품 회사를 십년째 다녔다며 노숙생활도 십년째하고 있는 이재숙 집사님과 정신적인 문제로 15년 정도 노숙하고 있는 수원댁의 언니 영숙자매가 지내고 있다. 이들을 찾아가 따뜻한 수프와 핫팩, 담뇨, 침낭, 내복등을 드리고 같이 찬송 을 부른 뒤에 말씀을 전하고 기도해 드린다.
그런데 며칠 전에 오랜 노숙으로 몸이 아프게 된 영숙씨가 119에 실려가면서 이재숙 집사도 화장실을 떠났다.
마지막으로 들리는 역 대합실 3층의 넓은 통로의 벽에 기대어 앉아 있는 이 집사님을 만났다.
"왜? 따뜻한 화장실을 버리고 이렇게 들판같은 바람찬 역으로 나오셨는가요?"
"같이 있던 사람이 실려가고 나니까 화장실이 싫어져서 이리 나왔어요." 하신다.
7월달엔 코로나에 전염당해 나랑같은 병원에서 치료받고 나온적도 있다.
방을 잡아 드린다 해도 방에 들어가지 않고, 수급자로 지원을 받고 지내라 해도 수급도 받지 않고, 화장실이나 차디 찬 역사의 벽에 기대어 앉아 차거운 밤을 보내고 있으니 참으로 이해가 안되는 안타까움이다.
또 90대 할아버지는 어떤가? 여자 화장실을 거쳐 다음엔 남자화장실에 들어간다. 남자 화장실에는 바닥에 누워자는 사람이 한 명 있고, 화장실 안 변기에 앉아 밤을 지새는 90대 할아버지가 있다.
놀라서
"아니! 왜? 할아버지는 나와서 이렇게 노숙하세요?"
......
말씀을 안하신다.
연세는 얼마나 되셨나요?
"90"
이름은 무엇인가요?
"김효성"
"전에 교회에서 장로였지"
"네에!"
더이상 말씀을 안하셔서 물을 수 없었다. 바로 옆에는 얼굴을 가린 안철수가 박스를 깔고 누워서 밤을 지새고 있다.
"정치인 안철수는 아니지요?"
"네에"
며칠 뒤에 순찰하며 방문 했더니 안철수는 철수했는지 안 보이고 할아버지는 옆칸으로 옮겨서 박스로 방을 만들어 놓고 안에서 잠가놓고 앉은 채로 밤을 지새고 있다.
문을 두드려 따뜻한 수프와 핫팩을 드리고 기도해드린 뒤 바깥으로 이동했다.
밤 기온이 십도이하로 떨어지는 영하의 날씨에 순찰을 나왓는데 화장실에서 자는 할아버지가 보이질 않았다.
주변을 살펴보니 밖으로 나와 팬스옆에 이불을 덮고 누워있다. 그 앞에는 연탄들이 네줄로 쌓여있고 양쪽 연탄은 불이 타고 있다.
할아버지는 장애를 갔고 있어서 목발을 짚고 다녀야 되기에 거동이 불편하다.
'누군가가 할아버지를 위해 아직도 많이 탈 수 있는 연탄을 갔다 놓았나 보다.'
어떤 날은 연탄이 하나이고 어떤 날은 두개가 놓여있다.
앞으로는 연탄을 불피워 갔다 준다면 노숙자들이 얼어죽는 것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추운 겨울밤을 추위와 함께 지새는 들녘의 노숙자들 곁엔 불타는 연탄이 필요하다.
"낮에는 여호와의 구름이 성막 위에 있고 밤에는 불이 그 구름 가운데 있음을 이스라엘의 온 족속이 그 모든 행하는 길에서 친히 보았더라.(출10:38)"
임명희 목사(영등포 광야교회)
*임명희 목사는 1988년 3월부터 서울 영등포구 일대에서 '선한 사마리아인으로 살자'라는 표어로 광야교회를 설립하면서 현재까지 노숙인 돌봄 사역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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