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낮 예배를 드리고 나서 보니 톡문자가 들어와 있다.
“목사님!
ㅇㅇㅇ씨가 돌아가셨습니다.”
작년 12월에 코로나 확진이 되어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하여 1년정도 치료해 오던 쪽방주민이 폐렴이 심해져 어제 낮에 돌아가셨다.
저녁 예배를 마치고 성도님과 식사하러 밖에 나갔더니 밤 기온이 영하 4도로 떨어져서 춥게 느껴져 돌보지 않으면 노숙자들의 생명이 위태로울 것 같아 응급순찰을 나가기로 했다.
나눠드릴 핫팩을 따뜻하게 덥히기 위해 봉지에서 꺼내 뜯어 놓고 침낭을 준비한 뒤 에 내일은 살인죄로 복역중인 청송교도소에 심방가기 때문에 장례식에 갈 수 없어서 밤 늦게 장례식장에 찾아가 예배를 드렸다.
남편은 안 믿고 돌아가셨지만 부인은 코로나 확진으로 격리를 당하고 닌 뒤에 우리를 초청하여 예배를 드리고 예수님을 영접하였다.
어젯밤 예배드리고 나서 얘기를 나누는데 “그 동안 교회는 못 나왔지만 성경은 구약부터 한 번 읽었다”고 한다. 우리는 박수를 쳤다. 그런데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라구요”라고 한다.
장례를 치른 다음에 아들들과 교회에 나오겠다고 한다.
예배를 드리고 돌아와 코코아 수프를 따뜻하게 끓여 준비한 통을 들고 나갔다.
자다말고 일어나 건네드리는 수프와 핫팩을 감사하다며 받았다. 우리는 일일이 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를 해드렸다.
“주여! 코로나와 추위속에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우리 인생입니다. 죽지 않도록 주님 날개깃으로 덮으사 생명을 보존하여 주옵시고, 꼭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어 구원받도록 은혜를 주옵소서!”
기도를 드리면 “아멘!”하며 응답한다.
어젯밤도 다리 밑에서 얇은 이불을 덮고 자고 있던 형제를 깨운뒤에 침낭을 펴서 들어가도록 어깨를 만졌더니 추위에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어깨를 잡고 있는 내 손이 같이 떨고 있다.
만약 기온이 좀더 내리갔다면 죽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주님의 보호장비인 침낭속에 들어가 앉도록 한 뒤 따뜻한 코코아 수프를 드리고 죽지 말고 예수님을 믿으라고 전한 뒤에 역 지하도로 향했다.
지하상가 계단에 가니 7명이나 있다. 그들에게 수프를 몇 잔씩 드리고, 침낭을 깔아드린 다음 기도를 해드렸다.
그중에 한 명은 40대 후반으로 못보던 얼굴인지라
“어쩌다 노숙하게 되었는지요?”
“네! 일자리가 없어 노숙하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되었나요?”
“네 노숙한지 2주째입니다.”
“교회로 와서 도움받도록 하세요.” 권면을 하고 그에게도 침낭을 드린 뒤에 역사 3층으로 올리갔다.
역사 3층으로 올라갔더니 주자장으로 나가던 짧은 통로에 자던 자들이 다 밖으로 쫓겨나 있었다. 앉은 자들과 서성이는 자들까지 다섯 명이나 떨고 있었다.
저들은 노숙자들의 생명은 조금도 생각을 하지 않고 그들의 목적대로 쫓아 내 버린다. 자본주의의 횡포이다.
그들은 그렇게 왔다 갔다 하며 밤을 지샌 뒤에 새벽 첫 전철을 타고 앉아 잠을 잘 것이다.
중앙 통로를 지나는 바람이 더 차갑게 느껴지는 가운데 스프를 드리자 한 사람은 따뜻해서 좋다며 연거푸 세 잔이나 계속 마셨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잠바를 입지 않은 한 사람이 콧물을 흘리며 다가 왔다.
“아니! 잠바는 왜 안입었는가요?”
“빨아 널어 놨습니다.”
“그런다고 이 추운밤에.....”
옆에 동행한 산적형제가 자기잠바를 벗어준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나 내게로 오라” 그들을 위해 기도를 해드린 다음 역 계단을 내려 왓는데 바깥 계단 옆에 계단을 벼개삼고 누워자는 자가 보였다.
가서 보니 지하상가 계단에서 자던 김종술 형제이다.
“아니! 왜 추운데 밖으로 나와 자는 가요?”
“거기 있는데 하도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어 이리 나왔네요.”
넘 추워보여서 뛰어가 침낭을 하나 더 가지고 오라하여 언몸을 침낭안에 넣어드린 다음 주님의 은혜침낭으로 덮어 주시기를 기도해드리고 돌아왔다.
밤 한시 30분이 되어가고 있다.
“주님! 주님 말씀대로 작은 소자를 돌보고 돌아왔습니다!” 마음으로 보고를 드리고 청송교도소 심방을 가기 위해 잠을 잤다. 알람 소리에 깨어 일어났다. 아침 7시 50분이다.
그런데 바우가 들어와 “목사님! 의자에 자던 한 사람이 죽었어요.”
“에잉!”
생각해보니 어젯밤 순찰하면서 이 의자쪽은 보지 않고 그냥 지나쳤는데 하나님이 우리의 눈을 덮으사 못보게 하시고 그를 지나쳐가게 하시고 밤 사이에 데려가셨다.
‘이렇게 순찰의 눈도 가리고 데려가실 자들을 데려가시는 주님이시구나!’
생각하며 언제 부르실지 모르기에 사는 동안 열심을 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주여! 데려가신 영섭이를 기억해주셔서 주님을 믿고 고백한 풀잎같은 믿음을 보시고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 기도를 드렸다!
“참새 두 마리가 한 앗사리온에 팔리는 것이 아니냐 그러나 너희 아버지께서 허락지 아니하시면 그 하나라도 땅에 떨어지지 아니하리라. (마 10:29)”
영섭이는 나를 보면 “목사님! 만원만!”
그렇게 준 것이 대여섯번 되는 것 같다. 이렇게 갈 줄 알았더라면 좀 더 생각했을 텐데......
여기 저기서 낙엽 떨어지듯 생명이 떨어져 내리고 있다.
임명희 목사(영등포광야교회)
*임명희 목사는 1988년 3월부터 서울 영등포구 일대에서 '선한 사마리아인으로 살자'라는 표어로 광야교회를 설립하면서 현재까지 노숙인 돌봄 사역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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