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대안학교인 윌버포스크리스천스쿨이 지난 9월 개교했다. 학교의 이름은 18세기 영국에서 노예무역 폐지 운동에 앞장섰던, 당시 영국 하원의원이자 복음주의자였던 윌리엄 윌버포스(1759~1833)에서 땄다.
교장인 이태희 목사는 “18세기 말 영국의 복음주의 정치가들은 기독교적 가치를 보편적 윤리로 내세워 현실 정치의 영역으로 가져가려 노력함으로써 복음주의적 교리와 성경의 가르침을 공적, 사적인 영역으로까지 확대시키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영적 대각성 운동이 있었다고.
이 목사는 “영적 대각성 운동이 임하면 개인의 문제 뿐 아니라 시대가 안고 있는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종교, 도덕적 문제가 함께 해결 된다”며 위기의 시대를 맞고 있는 대한민국에도 영적 각성을 통한 부흥이 일어나야 한다고 했다.
윌버포스크리스천스쿨의 개교에는 이런 정신이 바탕에 깔려 있다. 윌버포스와 같은 복음주의 정신으로 무장한 기독교 인재들을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윌리엄 윌버포스가 영국의 노예제도 폐지를 이뤄냈듯이, 윌버포스크리스천스쿨을 통해 21세기 최악의 노예 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의 북한 동포를 해방시키고, 이 땅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영역 가운데 하나님의 통치를 이뤄가는 우리의 다음 세대들이 일어나게 되기를 소망하며 기도한다”고 했다.
◆ 학교의 모체가 된 ‘윌버포스 아카데미’
이 학교의 모체가 된 것은 이 목사가 12명의 청년들과 지난 2015년 시작한 ‘윌버포스 아카데미’다. 그 한해 전 온누리교회에서 사역하고 있던 이 목사는, 당시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소위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 지명자의 발언 논란을 계기로 이 아카데미 개설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교회에서 기독교인들을 상대로 나왔던-일본의 식민 지배와 같은 비참한 역사적 사건 안에도 하나님의 뜻이 있었다는 취지의-문 후보 발언은, 기독교 신앙, 무엇보다 기독교적 역사관 및 세계관을 가지고 이해해야 하는 성질의 것이었다. 그럼에도 당시 이런 기독교적 맥락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이 목사는 말했다.
이 목사는 ‘장로’이기도 한 문 후보 발언에 대해 “참혹했던 민족의 비극적 역사도 결국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있고, 하나님께서 끝내는 선을 이루신다는 매우 기본적인 성경적 역사관”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 목사는 당시 기독교인들의 반응에 더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들조차 정치적 입장에서 문 후보의 발언을 비판하거나, 문 후보 발언에 대한 세상의 비난에 그저 침묵만 했다는 것. 이 목사는 “애굽에서 노예로 살았던 이스라엘의 비극적 역사도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있었다는 설교를 하고, 또한 들었던 목회자와 성도들이, 왜 우리 현대사는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지 의아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목사는 우리나라에 많은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있지만, 성경적 세계관으로 무장된 이들은 많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이후 그는 ‘윌버포스 아카데미’를 시작했다.
“예수의 뜻이 나의 뜻이 되고, 그 분의 관점이 나의 관점이 되는 사람이 바로 그리스도인입니다. 다시 말해 그들은 생각의 권리를 주님께 양도한 이들이죠. 이 땅에 ‘주여 주여’하는 이들은 많지만, 여전히 자신이 생각의 주인인 이들이 많습니다. 관점의 할례를 받지 못했고, 생각의 회심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상태로는 소망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특별히 다음 세대들에게 성경적 세계관을 교육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입니다.”
이렇게 이 목사가 10여 명의 청년들과 함께 2015년 시작한 윌버포스 아카데미는 이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매주 토요일마다 한 대학교 강의실을 빌려 개설한 아카데미에는 매주 1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고. 이 목사는 이듬해 그안에진리교회를 개척했고, 약 5년의 시간이 흐른 후 마침내 윌버포스크리스천스쿨을 최근 개교하게 됐다.
학교에는 현재 13명의 전임·비전임 교사들이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1·2학년 과정에 있는 12명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학교는 앞으로 초등 과정을 추가로 개설할 예정이다. 아래는 얼마 전 학교에서 이뤄진 교장 이태희 목사와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 “기도와 말씀의 자리로 돌아가 눈물과 손종의 씨 뿌리자”
-윌버포스크리스천스쿨을 통해 목표하신 바가 있다면요?
“다음 세대를 성경적 지성과 기도의 영성으로 무장시키는 것입니다. 사람의 영향력은 무엇으로부터 나올까요? 사회적 지위? 재력? 저는 진리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한복음 8:32). 물론 좋은 대학에 가서 세상적으로 높은 지위에 오를 수도 있습니다. 그걸 부정하진 않지만, 우리 학교는 그걸 주목적으로 삼지 않아요. 성경적 지성과 세계관, 그것만이 어두운 세상을 밝힐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영성입니다. 성경에 보면,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고치지 못한 귀신 들린 사람을 치유하시면서, 그 능력의 원천을 묻는 제자들에게 ‘기도 외에는 이런 유가 나갈 수 없다’고 대답하십니다. 오늘의 이 세상은 마치 귀신 들린 사람과 같습니다. 탐욕과 음란 등으로 가득하죠. 이것을 고치는 능력은 기도에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다음 세대들이 성경적 지성과 기도의 영성으로 무장하면, 대한민국과 열방을 살리는 용사들이 될 것입니다. 그들이 이 세상 각 영역으로 들어가 결국 통일한국, 선교한국의 사명을 감당하는 것을 꿈꿉니다. 그런 하나님의 군대를 일으키는 것이 또한 윌버포스크리스천스쿨의 사명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다음 세대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고들 합니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교회 안에서 진리가 희귀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강단이 약해졌기 때문이죠. 과연 하나님의 말씀이 다음 세대들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그런 면에서 하나님의 말씀 회복이 곧 다음 세대 회복을 위한 본질이자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교회 교육도 중요하겠죠?
“당연합니다. 지금 세상에는 우리 아이들을 유혹하는 것들로 넘쳐납니다. 그것들이 마치 우는 사자처럼 다음 세대들을 삼키려 하고 있는데, 우리 교회가 이런 현실을 제대로 직시해 경각심을 가지고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다음 세대를 이 세상에 모두 빼앗기기 전에 그들을 성경적 세계관으로 무장시켜야 할 것입니다.”
-한국교회 ‘영적 위기’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요?
“결국 말씀과 기도가 약화된 것 때문인데, 그렇게 된 것은 교회가 너무 편해지고 부유해진 까닭이라고 봅니다. 우리나라에 영적 각성이 일어났던 20세기 초는 한반도 역사상 가장 어두웠던 때였습니다. 그 때 우리 믿음의 선배들은 가장 뜨겁게 기도했고 회개했습니다. 지금의 한국교회는 그 때 흘린 피와 눈물의 열매입니다. 비단 우리나라만 그랬던 건 아닙니다. 세계 기독교 역사를 보면, 항상 시대의 어둠 속에서 절박한 기도 가운데 영적 각성이 일어났습니다.
이제 한국교회는 다시 회개와 기도의 자리, 말씀의 자리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를 통해 믿음의 선진들이 그랬듯, 간절한 마음으로 눈물과 순종의 씨를 뿌려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는 다음 세대라는 열매를 거둘 수 있게 될 것입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