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의 국회 의사당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서울 성서화 라이브러리에는 가장 아끼는 소장품의 하나인 <성 다미아노의 십자가> 이콘을 액자에 넣어 전시하고 있다. 그 십자가 앞에 서게 되면 세상만사는 다 잊어버리고 나를 위해 십자가에서 두 팔을 들고 보혈을 흘리시는 자비하신 그 분의 미소에 넋을 잃는다. 등장인물이 많아 난해하기도 한 이 이콘을 주요 부분만 풀어 쓴다.
프란체스코 전통에 따르면
1205년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가 아시시 외곽의 산 다미아노 성당의 이 십자가 앞에서 기도하는 동안 “가서 무너져가는 나의 집을 고치라“는 주님의 부름을 받았다. 그는 즉시 이 성당의 보수에 착수하였고 이후 성 베드로성당도 보수하였다. 이 십자가는 1260년 성 다미아노의 클라라 자매들의 이전과 더불어 성 클라라 대성당으로 옮겨져 보관되고 있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이 십자가를 프란체스칸들은 하나님으로부터 선교 사업의 상징으로 받은 십자가라고 소중히 여긴다. 그리고 이 십자가는 12세기에 시리아 수도자에 의하여 그려졌으며 그리스도 외에도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과 관련된 다른 성도의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는 이콘(icon) 십자가이다.
중앙의 예수 그리스도는
거룩한 도성에서의 생명의 나무처럼 우뚝 서 계신다. 그의 몸의 밝은 흰색은 주변의 어두운 빨간색과 검은 색과 대조되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강조한다. 예수님의 옷은 금사로 장식한 아마포 잠방이로 되어 있으며 이는 제의에 사용되던 것이다(출 28:42). 후광은 죽음을 뛰어넘는 생명의 승리를 선포한다. 예수님 눈은 얼굴 전체에 비하여 어울리지 않게 매우 크다. 이것은 예수님이 항상 하나님을 향하여 계신 분이시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손, 발 그리고 옆구리의 상처에서 흐르는 피는 우리의 영원한 구원을 얻어주신 보혈이다. 두 천사가 예수님 손의 상처를 유심히 응시하고 있다. 예수님 팔 밑에 있는 다른 천사들도 흘리신 피의 광경에 놀라운 표정을 짓고 있다.
예수님의 후광 위에 그리스어로 쓰인 I,H,S는 예수 이름의 첫 세 글자로서 ‘유대인의 왕, 나자렛 사람 예수>를 뜻한다.
예수님 팔 아래에 있는 인물들은
왼쪽에서부터 성모 마리아, 사도 요한, 막달라 마리아 ,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 그리고 백부장이다. 백부장은 그의 종을 고쳐달라고 그리스도께 간구한 로마군의 지휘관이다(마태복음 8:5-13). 처음 네 증인은 머리에 후광이 있다, 이 다섯의 이름은 그들의 사진 아래에 기록되어 있다.
마리아는 긴 흰색 외투 속에 보혈을 상징하는 검붉은 옷을 입고 “어머니, 당신의 아들을 보십시오”(요한 19:26)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에 귀기우리며 요한을 바라보며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다. 마리아와 예수님은 이 이콘에서 유일하게 미소를 짓고 계시는 두 분이시다. 마리아와 막달라 마리아는 극도의 슬픔과 고뇌를 반영하기 위해 뺨에 손을 얹고 있다.
요한은 최후만찬에서처럼 예수님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으며 그의 머리는 어머니가 되신 마리아에게 기울어 있다. 그리고 그의 오른손은 성모님이 하신 것처럼 예수님을 가리키고 있다.
막달라 마리아의 머리가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의 머리에 닿아있는데, 이 여인들은 갈릴리로부터 예수님이 여행하실 때 함께 동행하며 자기 재산으로 예수 일행을 후원한 든든한 지원자이다. 비록 귀신들린 매춘부였으나 그녀는 사도들에게 “내가 주님을 뵈었습니다!”(요한 20:18)라는 부활의 기쁜 소식을 전한 부활의 첫 증인으로서 예수와 가장 가까이 위치해 서있다.
오른쪽의 백인대장은 예수께 대한 믿음으로 아들이 치유되었고, 그 가족 모두가 그리스도를 믿게 되었으며 그의 왼쪽 어깨 너머로 치유된 그의 아들의 조그마한 얼굴이 보인다.
성모와 백인대장 발 옆에는 작은 두 인물들이 보인다. 왼쪽 인물은 백인대장과 비슷한 옷을 입고 있고, 마리아 쪽 인물은 평복을 하고 있는데 신원미상이나 십자가형의 집행현장에서 참회한 로마백부장 등으로 보고 있다.
십자가의 상단과 하단
십자가 상단에는 예수가 왼손에 승리의 십자가를 들고 무덤에서 하늘의 보좌로 승천하고 있다. 입고 계신 긴 금빛 통솔 옷과 어깨 위에 펄럭이는 붉은 색의 영대는 통치와 왕권을 상징한다 .열 천사가 주변에 몰려들고, 그 중 다섯 명은 손을 들어 예수께 손을 뻗고 있다.
이콘 맨 꼭대기의 반원 안에 축복을 내리고 있는 손은 성부의 오른손이다. 이것은 아들의 희생에 대한 하나님 아버지의 축복으로 이해된다.
십자가 하단의 예수 왼쪽 다리 옆에는 작은 새 그림이 있다. 일부 미술 사학자들은 베드로가 예수 부인의 표시를 나타내는 수탉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다른 해설자들은 초기 기독교 미술에서 불멸의 상징인 공작으로 본다.
이 이콘의 테두리는 조개껍질로 장식되어 있다. 조개는 그 아름다움과 견고성도 있지만 천상적 아름다움과 천상의 신비를 나타내주고 있다.
강정훈 교수는
연세대와 서울대행정대학원 그리고 성균관대학원(행정학박사)을 졸업하고 제7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뉴욕총영사관 영사 등 30년 간의 공직과 신성대학교 초빙교수(2003~2016)를 지냈다. 미암교회(예장) 원로장로로, 1994년부터 성화와 구별된 성서화를 도입해 2012년부터 <성서화 탐구>를 본지 등에 연재하고 있다. 여의도에서 서울성서화라이브러리(http://blog.naver.com/yanghwajin)를 운영하며 해외 유명 미술관의 중세 메뉴스크립트 등 5천여 점의 성서화를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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