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반대·항의에도 5회 걸쳐 방송 강행
버틀러, 생물학적 성별인 남성과 여성 부정
EBS에 버틀러 이론에 대한 공개토론 제안”
바른인권여성연합과 성차별교육폐지시민연대(성폐연)가 29일 오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주디스 버틀러의 성별 해체, 성적 금기 허물기가 위대한 수업인가?’라는 제목의 긴급 세미나를 개최했다.
EBS는 최근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5회에 걸쳐 주디스 버틀러의 강연을 방영했다. 이에 앞서 젠더 이론가로 알려진 그의 강연을 EBS가 방영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학부모와 시민단체 등은 “교육방송인 EBS가 ‘생물학적 성별 해체를 주장한다’는 비판을 받는 자의 강연을 방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하며 강연 취소를 촉구하기도 했었다.
세미나 주최 측은 “많은 학부모들과 시민들의 반대와 항의에도 불구하고 EBS는 9월 21일부터 27일까지 5회에 걸쳐 주디스 버틀러의 강연을 방영했다”며 “EBS측은 공개하지 않는 전문가의 타당성 검토를 근거로 버틀러에 대한 반대의 견해를 낸 전문가들의 비판을 객관적 사실이 아닌 것으로 매도하며 방송을 강행했다”고 했다.
EBS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 제작진은 주디스 버틀러 강연의 첫 방영일인 지난 21일 해당 프로그램의 웹페이지 시정차 게시판에 ‘주디스 버틀러와 관련한 주장에 대해 말씀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었다.
제작진은 이 글에서 “EBS는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주디스 버틀러와 관련한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과 타당성 검토를 진행한 결과 사실과 다름을 확인했다”며 “또한 객관적 사실이 아닌 내용을 보도한 해당 언론사에 대해 정정보도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던 바 있다.
세미나 주최 측은 “최근 우리 사회는 젠더(gender)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EBS는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젠더이론을 대중에게 설파하려는 기획 의도를 가진 듯, 버틀러의 위험한 이론을 세련된 화면 구성으로 대중들에게 석학의 위대한 수업으로 포장해 전달했다”며 “그러나 버틀러의 젠더-퀴어 이론은 30년 전 처음 등장한 이래로 수많은 여성들을 급진적 페미니즘에 빠뜨렸다”고 했다.
이날 세미나에선 현숙경 교수(침례신대)가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이론 근원과 문제점’, 오세라비 작가(성폐연 상임대표)가 ‘주디스 버틀러의 해체주의 페미니즘과 퀴어이론 비판’, 정일권 교수(전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가 ‘주디스 버틀러의 소아성애, 근친상간 지지 비판’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먼저 현 교수는 버틀러가 젠더이론을 통해 과학적 실재인 성별 구분과, 인류의 보편타당한 가족 질서를 해체하는 이론적 근거를 제공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한때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충격을 주었던 버틀러의 이론이 한 세대를 거치며 이미 그 허구성과 반사회성이 입증돼 현재 세계 곳곳에서 많은 반발에 부딪히고 있음을 지적했다.
두 번째 발제로 나선 오세라비 작가는 버틀러가 생물학적 성별인 남성과 여성을 부정하고 상황과 시간 및 공간에 따라 성역할이 변한다는 주장으로 오늘날 수 십 개가 넘는 젠더 라벨이 생기게 된 근거를 만들어냈다고 했다. 오세라비 작가는 버틀러에 대해 “퀴어 이론을 발전시킨 장본인”이라며 젠더리즘은 사회 모든 분야를 전복시키는 이론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울러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성정체성 혼란을 일으킨다고 비판했다.
마지막 발제로 나선 정 교수에 따르면 버틀러는 근친상간 금지가 동성애 금지를 이미 전제하고 있으며, 그 이유는 근친상간이 욕망의 이성애화(heterosexualization)를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 교수는 주디스 버틀러가 지난해 4월 ‘누가 젠더를 두려워하는가?’(Who is Afraid of Gender?)라는 제목의 강연과 최근 EBS ‘위대한 수업’ 4강을 통해 자신의 젠더이론에 대한 강력한 글로벌 저항운동이 일어나고 있음을 인정한 것을 소개하면서, 주디스 버틀러는 아이들의 성정체성 흔들기와 허물기를 기획하는 자녀교육의 ‘트러블 메이커’라고 꼬집었다.
세미나 주최 측은 “이번 세미나를 통해 우리는 공영방송 EBS 측에 버틀러의 젠더이론에 대한 공개적인 전문가 토론을 제안한다”며 “찬반이 뜨거운 만큼 공개토론을 통해서 젠더 이론에 대해서 모든 국민들이 명확히 알 수 있도록 EBS는 공영방송으로서의 의무를 다할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아울러 “젠더 이론에 대한 가치적 판단은 국민 각자의 몫으로 남긴다 해도 최소한 공개토론의 장(場)을 마련하는 것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으로서의 마땅한 의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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